칼럼니스트_안우빈

[칼럼-안우빈] “좋아,가치소비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어. 그런데 계속 그렇게 반복적으로 말해야 해? 다른 중요한 것들도 많잖아. 한 가지에 대해 계속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야?”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타당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필자의 칼럼을 전부 읽은 사람이라면, 필자가 지겨울 정도로 가치소비에 대해 떠들어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가치 소비에 대해 논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이 그 반대를 우리에게 들이밀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커피라도 마시려고 하면 이런 생각이 들도록 세상은 우리를 부추긴다. “너 정말 공정무역 커피를 살거야? 다른 커피는 같은 맛인데도 훨씬 가격이 저렴한데? 이번 달 지출이 너무 크지 않아? 조금은 절약 하기도 해야지. 또, 다른 커피들이 악덕하다는 증거도 없잖아. 너는 그 기업에 대해 얼만큼 알아? 네가 내는 돈이 전부 노동자들에게 정당하게 분배 되는 건 맞아?”
업사이클링 가방을 사려도 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은 똑같은 돈으로 더 예쁜 디자인의 가방을 살 텐데? 유명한 브랜드의 가방을 살 지도 몰라. 네가 이런다고 누가 알아줘? 네가 가방 하나 새로 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쓰레기로 만든 가방인데, 누가 버린 쓰레긴지도 모르잖아. 네가 정말 업사이클링 제품을 원하는 거 맞아?” 

신념을 가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그만큼 어렵다. 신념은 꺾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지키지도 쉽지 않다. 환경을, 인권을, 사회를, 함께 사는 이 세상을 신경 쓰며 소비자로서 가치소비를 행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네가 이런다고 누가 알아줄 거 같아?” 그나마 반박할 수 있는 질문이다. 내가 아니까, 내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니까. 하지만 “네가 그런다고 뭐라도 바뀔 거 같아” 정말이지 사람의 힘을 빠지게 하는, 근본적인 회의가 들게 하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당당하게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내가 하는 일이 아무것도 아닌 걸까. 한 사람의 가치소비는 아무런 영향력도 없으니까 그만두는 게 옳은 걸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조금은 의심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누군가는 계속해서 가치 소비에 대해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치소비는 이런 거야, 너도 할래, 이미 하고 있니, 잘 하고 있어, 난 가치소비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네 의견은 어때. 

모두가 침묵할 때 누군가가 건넨 한 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나는 알고 있다. 그게 꼭 나를 향해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그것을 보고, 내가 위로를 얻고 살아갈 힘을 얻었으면, 행동하고 움직일 힘을 얻었으면 그건 온전히 날 위한 편지고 세레나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그러한 하나의 행동이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친다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가치소비가 더욱 공고해지고, 가치소비의 싸이클을 만들 수도 있다.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보고 가치 소비를 하고, 그 구매자를 통해 생산자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쓴 글이 어느 한 명에게라도 닿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혼자가 아니라고, 네가 하는 일은 충분히 대단한 일이라고, 나는 네 가치소비를 응원한다고, 네가 걷는 길은 옳은 길이라고... 필자가 쓰는 칼럼들은 결국 누군가를 향한 한 마디 위로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꽃이 짓밟힌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끈질기게 꽃을 심어야 한다. 그게 필자가, 컨슈머 와이드가 할 일이다. 

저작권자 © 컨슈머와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