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비한다. 시간을 소비하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래서 사람을 소비의 동물이라고도 말한다. 예전 '소비'는 말 그대로 '소비'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향, 좋아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을 취미 등으로 불렀지 '소비'에는 '써서 없앤다'는 뜻 외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소비에도 가치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대중교통 이용 ▲다른 사람을 위한 기부, 나눔 등에 가치를 둔 소비부터 예전에는 취미, 취향으로 불렸던 것들에 가치를 둔 소비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비교해 가장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 등이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가치소비다. 기업들은 사회 공헌 활동 등 ESG 경영이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 실현 및 소비다. 이에 각계의 전문가를 통해 최근 급부상 중인 새로운 가치소비 대상에 대한 현황 및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즉 ESG 활동 중 더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이자 실천으로 꼽히는 자립 준비 청년을 다루고자 한다.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자립 준비 청년이란 만 18세가 되면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등 아동복지시설이나 가정위탁에서 받던 보호를 떠나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을 말한다. 지난 2022년부터 만 24세까지 자립을 미룰 수 있지만 어찌 됐든 만 24세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주거부터 생계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자립 준비 청년은 매년 사회로 나오고 있다. 지난 2024년 5월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자립 준비 청년은 1천509명으로 매년 평균 150명이 어른이 돼 사회로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최근 5년간 보호 종료로 사회에 나온 자립 준비 청년은 9천970명으로 해 매다 2천여 명이나 된다.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와 생계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 준비 청년의 대학 진학률은 69.7%, 취업자 비율(고용률)은 52.4%로 2020년 보다 각각 7%p, 10.2%p 상승했다. 하지만 이들이 맞닥트린 현실은 냉혹하다. 거주할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 고시원, 원룸을 전전하거나 노숙도 한다. 일부(27.9%)는 경제적 어려움학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번듯한 직업을 가져야 하지만 이들에겐 녹록지 않다. 일반 취준생들은 부모의 보호 안에서 영어 등 외국어 능력 향상, 사회 경험 늘리기 등으로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만, 자립 준비 청년은 생존에 바로 노출되다 보니 스펙 쌓기 등은 그림의 떡이다. 경쟁에서 밀리니 당연히 취업도 어렵다. 취업이 안되니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고 주거 불안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으려면 취업이 되야 한다.
이에 BAT로스만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자립 준비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토크 콘서트를 지난 26일 진행했다. 지난해 토크콘서트가 주거를 주제로 했다면 올해는 취업을 주제로 자립 준비 청년 출신 창업가 이준석, BAT로스만스 마케팅팀 박세리 과장, 커리어 크리에이터 복성현 대표를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진로와 취업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그 첫 번째로 자립 준비 청년 출신의 이중석은 이날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를 주제로, 생계와 자아실현 사이에서 직접 겪었던 갈등과 선택의 과정을 통해 진로 선택에서 마주한 갈등과 결정 과정을 진솔하게 전했다.
나만의 스펙을 쌓아라

이중석 대표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아삭마을’ 공동 창업자다. 이 대표는 자립 준비 청년 출신이다. 3년간의 바리스타였던 그는 미래를 위해 과감히 바리스타를 포기하고 한식자격증을 따서 군대에 입대, 취사병으로 경험을 쌓았다. 제대 후 대기업 식품회사에 입사해 3년간 영업직으로 근무했다. 이후 그는 지금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아삭 마을을 창업해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다. 그가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던지는 첫 번째 메시지는 “나만의 스펙을 쌓아라”다.
이 대표는 “4년 전 목표로 하던 기업에 취업이 됐다. 그래서 취업 하자마자 취업을 자랑하기 위해 보육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거기서 선생님이 다른 아이 한 명이랑 상담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 상담의 주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냐였다. 얘기를 듣고 조금 슬펐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 돈 버는 일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슬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는 원래 바리스타였다. 커피 뽑는 제 자신이 너무 좋았고 손님이랑 커뮤니케이션 하는 제 모습이 너무 좋았다. 재능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재능 있는 자가 노력하고 즐기는 자를 다 이긴다. 바리스타 대회에 참가해서 꼴찌를 했다. 그때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바리스타로는 나의 목표를 이루지 못하겠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3년간 바리스타길을 포기했다. 포기후 든 고민은 뭐 해 먹고 살 것이냐였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바로 먹는 것이었다. 밥 먹고 커피 먹는 사람은 있어도 커피 먹고 밥 먹는 사람은 없었다. 해서 바로 한식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빠르게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군대 취사병이 됐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이건 내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 때 대학교를 자퇴를 안 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했고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정말 남들보다 3배는 더 열심히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 강점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식품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결국 대기업 식품회사에 입사했다. 3년 동안 영업을 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신입사원에서 우수사원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을 보답다고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이 대표가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던지 두 번째 메시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해라”이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스펙을 쌓으면 취업문이 열린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이전의 경험을 살려 아삭마을이라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과일을 판매하고 있는데 영업에서 배웠던 스킬들을 모두 잘 활용을 하고 있다”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될까 아니면 해야 만 한 일을 해야 될까. 제가 살아왔던 인생에서 봐왔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곧 스펙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이 스펙이 되었고 그 스펙들이 기회가 됐다. 자립 준비 청년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수상 경력을 쌓아라

이 대표는 자립 준비 청년에게 1.78이라는 숫자를 보여주면서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1.78의 의미는 바로 이 대표의 대학교 성적이다.
그는 “이 같은 성적에도 취업했다. 다른 사람과 방법이 달랐다. 바로 이력서였다. 이력서는 성적을 적는 칸이 있고, 그 외에 수상 경력, 자격증, 대내외 활동을 적는 칸이 있다. 자기소개서는 1천500자 쓰기 때문에 남들과 글자 수는 똑같다. 다른 부분에서 나를 표출해 보자가 계획이었다”면서 “졸업하자마자 수상경력을 막 쌓기 시작했다. 수상경력이 8개나 된다. 그 수상 경력이 식품회사와 잘 연관이 되었기 때문에 제 강점이 됐다. 취업 후 영업을 할 때도 취사병으로 조리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지난 살아왔던 과정들이 쌓이면서 이렇게 제 역량이 되었고 제 스펙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처럼 학점이 1점대 면 어렵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발표를 많이 하자였다. 공부보다 발표를 더 잘하니깐 발표를 많이 하려고 했다. 발표를 많이 할 수 있는 수업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게 됐고, 발표했던 수업들은 평균적으로 A학점을 받았다. 대외할동에서도 수상 경력을 많이 쌓았다. 대내외 활동이 활발하다 보니 졸업했을 때 역량이 골고루 잘 분포되어 있다는 인증서까지 받았다”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파악해 가면 좋겠다. 인생을 설계하고 강점을 보고 잘 해 나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