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백화점 명품(화장품)·식품 판매 노동자들이 정기 휴점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이 VIP를 위한 행사를 은밀히 정기 휴점일에 진행하고 있는 것. 백화점들은 노조 가입 브랜드를 뺀 채 VIP 행사를 진행하는 등 꼼수도 부리고 있다. VIP에게 편한 쇼핑을 제공해 매출을 올리겠다는 백화점의 전략을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판매 노동자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말로만 상생, ESG 경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지난 9일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이하 노조)가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백화점 노종자의 함께 쉬는 날 보장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가 길거리로 나선 이유는 백화점이 정기 휴점일에 비밀리에 VIP 행사를 진행해 해당 판매 노동자들의 휴무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VIP 행사란 백화점 큰손들을 위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평일보다는 일반 고객이 없는 정기 휴점일에 진행한다. 백화점 정문에는 정기 휴점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지만 실상 백화점 내에는 VIP들만의 쇼핑이 진행된다.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VIP 출입도 정문이 아닌 주차장을 통해서 한다. 따라서 명품(화장품), 식품 브랜드 판매 노동자들은 정기 휴점일에도 쉬지 못한다. 당연히 수당도 받고 대체 휴무한다. 그러나 백화점 판매 노동자들이 다 함께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은 정기 휴점일이다. 백화점의 매출 욕심으로 정작 판매 노동자들의 휴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은 노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조 가입 브랜드의 VIP 행사 참여를 막는 꼼수도 부리고 있다. 모든 백화점 판매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 받기 위함이 노조가 길거리로 나선 이유다.

노조 이서영 사무처장은 컨슈머와이드의 취재에서 “백화점 노동자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단 하루뿐인 정기휴점일이다. 일반 휴일에는 매장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매장으로부터 끊임없이 걸려오는 업무 전화, 고객 방문 일정 관리, A/S 업무 처리, 재고 관리 등으로 제대로 쉴 수가 없다. 휴일 및 휴무에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는 백화점 노동자는 67.1%에 달한다. 연락이 오는 횟수는 한 달에 3.9회, 일주일에 1번가량 연락을 받는 셈”이라면서 “그러나 백화점들은 관행적으로 5월만 되면 정기 휴무일을 없앤다. 일부 백화점은 정기 휴점일에 일반 고객들 몰래 VIP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5월 매출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롯데의 경우 노조 가입돼 있는 브랜드는 VIP 행사를 안하려고 할 테고, 노조와 싸워야 한다는 이유로 노조 가입돼 있는 브랜드는 빼고 연락하라고 했다”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브랜드 판매 노동자의 휴식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롯데 위주로 VIP 행사를 하고 있고, AK는 정기 휴점을 아예 안하고 있다”면서 “원래 한 달에 한 번씩 전기 휴점이 있는데 안하겠다는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 매출이 올라가니까 전기 휴점 안 하고 매일 팔겠다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아울러 “백화점 노동자들의 온전한 휴식권 보장을 위해 정기휴점 유지 및 정기휴점일에 VIP행사 즉각 중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연 언제쯤 백화점 판매 노동자들이 휴식권을 보장받게 될지 주목된다. 사회 정의 등에 가치를 두고 있는 가치소비자라면 VIP 행사 등 편법으로 매출만 올리면 된다는 백화점의 행보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려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