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콘텐츠의 'K-컬처'라는 정말 대단한 것을 이루었어요.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가) 'K-아트'로 또 다른 대단한 세계적인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기획하고 싶어요.” 이는 공공미술 전시 기획자인 ‘제이 포 더 디자인’ 오재란 대표의 원대한 꿈이다. 오재란 대표는 갤러리 오도 운영하면서 작가의 전시 기획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10주년으로 공공미술 분야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오 대표를 만나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에 따른 소비 즉 가치소비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선택한 장소는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 옆 압구정 기아 365다. 오 대표는 “갤러리 명품관 앞 공공 미술을 직접 보여주고 있어서 이곳으로 정했어요”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이곳에는 오 대표가 참여한 공공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오 대표는 도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말한다. 일본 나오시마가 그에게 큰 영감을 줬다. 오래된 도시에 예술의 가치를 부여해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하나의 손실도 없이 관광 도시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도시 환경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제이 포 더 디자인을 설립하게 됐다. 오 대표가 제이 포 더 디자인을 설립한 지는 20년 정도 됐다. 갤러리 오를 개관한 지는 10년이 흘렀다.
오 대표는 “저는 작가의 작품을 거리에 설치함으로써 예술의 일상화를 구현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작가의 작품만을 갖다 놓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작가의 작품을 구현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가치 추구가 가능하지요”라고 말했다.



오 대표가 인터뷰 장소로 선택한 이곳은 오 대표에게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압구정동에 있는 미디어 스트리트가 저에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회화적인 평면을 미디어 영상으로, 동적인 것으로 만든다는 게 저희 갤러리에 의뢰가 왔을 때 쉽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평면적인 회화를 재해석해서 동적인 영상으로 만들어서 2년 동안 송출하고 있었을 때 였는데요, 그 거리를 지나가던 외국 관광객들이 마침 화보 촬영하고 있었던 제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좀 뿌듯함을 느꼈어요”라면서 “또 제가 가장 행복했던 건 우리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가면서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봤을 때였어요. 저에게는 무척 뿌듯한 경험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공공미술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오 대표는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가치를 연출하는 것이 공공미술”이라고 정의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작가들의 작품을 장소에 맞게 기획하고 설치하여 유의미한 미적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하는 오 대표는 어떻게 공공미술 분야로 지경을 넓히게 됐을까.
홍익대 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오 대표의 시작은 백화점 쇼윈도 연출이었다. 조형적인 언어와 트렌드 등 모든 걸 이해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를 통해 오대표는 공공미술의 초석을 다지게 된다. 그러다가 석사 과정 중 조경을 하는 친구의 권유로 공공미술 조형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선을 인지하게 된 오 대표가 많은 갤러리를 통해 추천받게 되고 민들레 작가의 추천을 받은 것이 노동식 작가의 작품이다. 이 작품이 세종시에 LH 9사의 3-2공구 수변 공원에 설치되는 과정을 본 뒤 본격적으로 공공미술 갤러리를 시작하게 된다.


오 대표가 공공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작가들의 추천을 받아 참여하게 된 2019년 청주 공예 비엔날레에서 유적지인 정북동 토성 안에 작가의 조성물을 설치하는 일을 해내면서다. 유적지였기 때문에 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 매립(작품을 고정하기 위해 땅을 판 뒤 시멘트로 고정하는 것)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곳은 바늘 하나도 허락되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공간적 난관을 극복하고 조형물 작품을 설치해 주목받게 된다.
오 대표는 “저는 작가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작가들이 풀지 못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오 대표는 ▲제주 라프-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장피구치와 협업(외계의 생명체가 제주도에 불시착하여 지구 생활에 적응하면서 동화되어지는 스토리) ▲세상의 모든 벤치- 삼성동에 위치한 테헤란로는 거대한 도시공간으로 시민들이 쉼을 가질 수 있는 작가들의 벤치를 설치하는 프로젝트(작가 참여) ▲시화 휴게소-시회 지구는 낙조가 유명한 곳으로 달에게 소원을 비는 토끼를 형상화해서 시민들에게 행운을 주는 장소적 의미의 공간 ▲공공미술- 아트 컨설팅 (아파트내 공공조형물) ▲미디어아트 작가 전시 기획 등 다양한 공공미술에 작가 또는 프로젝트 기획자 등으로 참여해 도시 환경을 좀 더 아름답게 연출하는데 예술혼을 불사르고 있다.

오 대표는 제이포 더 디자인과 갤러리 오를 통한 예술 가치소비 리딩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사람도 자기 색깔이 있잖아요. 이렇듯 공간도 그 공간을 좀 더 돋보일 수 있는 연출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출은 재생산하고 환경오염적인 것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새롭게 물질을 변화함으로써 좀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저희 회사는 이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라면서 “대치동에는 스트레스존이라는 집 모양의 프리존 5개가 설치돼 있어요. 아이들이 학원 수업에 가는 중간에 카페에 갈 수도 없고, 5분이나 10분 정도 어디 앉아 있을 데도 없어서 강남구청과 저희가 올해부터 그 존을 작가들의 문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ESG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이런 활동을 통해 작가의 작품이나 작가의 의도나 이런 부분이 사람들의 삶 속에 어떻게 녹여 들어가야 되는지에 대해서 저희는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포부도 밝혔다. 그는 “도시가 문화 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스페인의 빌바오라는 도시가 있어요. 빌바오에는 구겐하임이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있고 그 주변으로 제프 쿤스와 루이스 브루주아의 작품이 있어요. 이 작품으로 그 도시(빌바오)는 세계적으로 문화를 알리게 되는 요소 곧 장소성을 가지게 되었어요”라면서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콘텐츠의 'K-컬처'라는 정말 대단한 것을 이루었어요.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가) 'K-아트'로 또 다른 대단한 세계적인 곳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기획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