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_인세호 (채문사 대표)

[칼럼니스트-인세호] 2023년 가을, 서울시의 빅뉴스 중 하나는 옛 모습을 되찾은 덕수궁 돈덕전과 광화문 월대의 공개일 것이다. 특히 광화문 월대 복원은 55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진행되는 경복궁 복원 프로젝트에서 ‘척추뼈를 맞추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서울처럼 빼곡하게 개발된 도시에서 역사 유적 복원 작업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인 성(城)도 목조건물이라는 특성상 수시로 개보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붕을 올리는 대규모 보수나 중요 건물의 복원은 쉽지 않다. 명성(名城)으로 알려진 곳이라면 그 지역의 상징물이자 관광의 거점이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다. 그런 와중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대규모 복원 프로젝트가 있으니, 바로 나고야성 천수 목조 복원 프로젝트이다.

오사카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으로 칭송받는 나고야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천하보청(天下普請) 명령으로 1609년에 축성하여 1612년에 완성, 메이지 유신까지 오와리 도쿠가와 가의 거성이었던 유서 깊은 성이다.

하지만 2018년까지 우리가 보던 나고야성은 근현대기에 만들어졌다. 원래의 나고야성은 1945년 5월 14일 오전, 나고야 대공습으로 인하여 천수(권위의 상징이자 전쟁 시 사령탑 역할을 하는 군사시설), 혼마루고덴(성주가 정무를 보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핵심 건물)등, 대부분의 건조물이 소실되었다. 그중 나고야성의 천수는 전국의 기부 운동에 힘입어 1959년에 재건된 콘크리트 건물인데, 나고야시(市)는 노후화된 천수를 옛날 모습과 가까운 목조 건물로 복원하겠다고 2013년에 발표하였다. 나고야성은 전쟁이 격화되기 전에 국보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자료 사진과 실측도는 물론, 에도 시대의 기록도 풍부하게 남아있다. 이러한 기록을 근거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복원하여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사실(史實)에 충실한 복원으로 역사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이상적인 이야기인데, 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일까? 이 프로젝트가 시선을 끄는 것은 ‘사실에 충실하게’라는 복원 방식을 둘러싸고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천수 내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다. 콘크리트 천수에는 23인승 엘리베이터가 2대 설치되어 있었지만, 복원되는 나고야성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휠체어나 유아차는 천수에 오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성내의 다른 곳도 이동하기 편하지는 않지만 특히 천수로 오르는 계단은 높고 가파르기 때문에 거동에 문제가 없는 성인이라도 만만치 않다.

마츠야마성 천수의 가파른 계단 (사진 제공 : 인세호)

2023년 6월 3일 나고야시 주최 시민 토론회에서, 엘리베이터 설치에 찬성하는 휠체어 이용자에게 두 명의 시민이 '황당무계하고 뻔뻔하다', '(장애인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세금이 아깝다'고 소리쳤고, 그 발언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완벽 복원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카와무라 타카시 나고야시장은 그러한 차별적 발언을 제지하지 않고 열띤 토론이 좋았다는 감상을 남겼다. 이 사태가 널리 알려지자 카와무라 시장은 폭언을 들은 당사자에게 황급히 사과하였고 당초 유튜브에 공개되었던 시민 토론회는 열람할 수 없게 되었다.
완벽 복원파가 문제 삼는 것은, 목조 천수는 콘크리트나 철근에 비해 약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철골을 사용하고 기둥이나 대들보도 변경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조도 형식도 바뀌기 때문에 '역사 유적의 완벽 복원'이라는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성을 완벽하게 복원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6층 목조 건물인 나고야성 천수를 그대로 복원한다면 현재 기준으로는 위법 건축물이 된다. 때문에 카와무라 시장은 나고야성을 건축법, 소방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여 내진설계나 방화시설 관련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에도 1년에 약 200만 명이 나고야성을 방문하였고, 복원 후에는 방문자 수가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이상 안전성 확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완벽 복원을 목표로 천수 안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금하고 당시의 기술만을 적용하여 복원해도 무방하겠지만, 이 시대에 살아있는 관광 명소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방문자의 존재를 모든 기준의 중심에 두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 방문자 중에는 당연히 장애인도 고령자도 유아도 있다.

785계단으로 유명한 코토히라궁은 중간까지 올라가는 차량이 있다. (사진 제공 : 인세호)

지금까지 완벽 복원을 고집해온 결과, 2020년 도쿄 올림픽 이전 완공을 목표로 했던 나고야성 천수 복원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문화재청의 허가조차 받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무리한 주장을 하는 자가 장애인 단체인지, 아니면 카와무라 시장인지는 천수 복원 프로젝트가 움직일 때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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