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Most Beautiful Moment of the World Cup 2014
[컨슈머와이드- Patrick Jun] 전 세계인들의 축제인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축제가 한창이다. 매 경기가 다 드라마틱한 장면들로 가득하고 감동의 물결이 넘쳐난다. 그 무수한 멋진 장면들 가운데에서 필자는 최고의 명장면이자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위의 모습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자 한다.
지난 6월 29일 열린 브라질과 칠레의 16강 경기는 예상보다도 치열한 접전이었다. 결국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운명의 승부차기를 진행하였다. 온 세계가 킥커로 나선 선수들의 발끝과 골대에만 주목하였고, 승부를 건 남자들의 도전은 이어졌다. 그리고...



양측 2:2 동점 상황에서 브라질의 킥커로 브라질의 축구영웅 네이마르가 나와 멋지게 슛을 성공하여 3:2로 앞서 나가고 이어 칠레측 킼커로 나선 하라 선수는 그만 골포스트를 맞추고 말았다. 그렇게 승부차기에서 브라질이 승리하였고, 이를 지켜보던 칠레 선수들과 응원단은 안타까워하며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실축의 주역인 하라 선수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다른 선수들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가슴 아프고 얼마나 미안함으로 힘들었을까? 그때였다. 갑자기 자리에 앉고 서서 패배에 안타까워하던 칠레의 선수들이 벌떡 일어나 일제히 하라 선수를 향해 달려 나갔다.
순간 패배의 안타까움 때문에 혹시 하라 선수에게 화풀이라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월드컵에선가는 페널티킥을 실축한 선수가 공항에 입국하다 총격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는 예전 기사도 떠올라 오버랩되었다.


그러나 나의 엉뚱한 상상은 그야말로 부끄러운 상상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 선수들은 일제히 실축한 하라 선수에게 달려가 안아주고 머리와 어깨를 두들겨 주며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리고 나마저 그 행복에 채워지는 듯한 모습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승리의 순간을 축하해 줄 사람들은 많지만 패배의 순간에 함께하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친구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아~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남자들의 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를 안고 위로하는 그 모습에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모가 출중한 여인들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땀 냄새 그윽한 남자들의 우정과 진정한 스포츠맨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이 여전히 나를 미소 짓게 하던 오늘. 뉴스를 통해 전해 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귀국 공항 사진이 나를 또 한번의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그 장면의 사진이 세계 언론에 타전되어 전해졌다는 사실에 더 경악하면서... 어떻게 이럴수가.....


"한국축구는 죽었다. - 다음카페 '너땜에졌어'"라고 적은 플래카드의 공항 등장과 야유를 보내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급기야 호박엿 사탕을 선수들에게 던지는 장면과 이 엿사탕을 집어 들고 "이 엿을 먹어야 하나요?"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은 아직은 나이 어린 선수의 모습에 참으로 침통하고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칠레 선수들의 마지막 포옹의 아름다운 장면과 이 사진의 모습들이 대비되면서 더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스포츠를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차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끓고 또 이내 쉽게 식어 버리는 우리의 냄비적 근성. 그래서 쉽게 띄워주고 또 쉽게 죽일듯 밟아대는 이 못된 습성을 언제나 벗어버리고,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아껴주는 형제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여기에 우리보다 먼저 16강 탈락의 결과를 맛보고 귀국한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귀국 장면이 떠올라 더욱 더 씁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이가 사진만 본다면 마치 월드컵 우승국의 대표팀 귀국 환영 인파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인파의 극진하고도 열렬한 환대 속에 미안한 모습으로 입국하는 선수들의 모습.....
안타깝고, 아쉽고, 아프고....
우리도 이제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하고, 가족으로서 친구로서의 사랑을 나누어 주면 좋겠다. 오늘의 패배를 거울 삼아 4년 뒤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기도해주면서 말이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을 줄 믿는다."고 말하자, 이영표 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필자는 말하고 싶다. 둘 다 맞고, 둘 다 틀렸다.
"월드컵은 최선을 다해 즐기고 함께 하는 것이다. 무엇을 증명할 필요도, 무엇을 배우고 깨닫을 필요도 없다. 먼저 자유롭고 기쁘게 그리고 감사함으로 즐길 수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기려 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결코 이길 수 없다. 이기려말고 즐기는 축구, 감사하는 축구를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