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노조)가 원청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 전휴성 기자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백화점·면세점 판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백화점·면세점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건강권, 휴식권 등 상당수의 노동조건들이 백화점·면세점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만큼 백화점·면세점이 노조의 정당한 교섭 요구에 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들은 내달 6일 총 파업도 예고했다. 7월 한 달 간 자율 복장 등 부분 파업도 진행한다.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원청 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 전휴성 기자

이날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은 입점업체 직원들이 마치 자신들의 직원인 것처럼 일을 시키면서도 응당 책임져야 할 기본적 노동조건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외면해 왔다”면서 백화점과 면세점이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의무는 지고 있지 않고 있다.서 “이제는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가진  백화점·면세점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 백화점과 면세점은 백화점·면세점 판매 협력업체 노동자들과 교섭을 할 의무가 법적으로 없다. 교섭은 협력업체와 해야 한다. 그런데 백화점·면세점 판매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백화점과 면세점이 이들의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진: 전휴성 기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 올해 2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국의 백화점·면세점 노동자 3천4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실태조사 결과 백화점·면세점 노동자 10명 중 3~4명은 업무 외 시간에 백화점·면세점 관리자의 업무 연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백화점·면세점 관리자로부터 ‘고객용’ 화장실 사용 자제를 권고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 백화점·면세점 직원의 고객용 화장실 이용은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백화점과 면세점의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지침을 내리면서 일단락된 일이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도 백화점·면세점이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이들이 교섭 상대로 소속 회사가 아닌 원청 기업인 백화점과 면세점을 선택한 이유다. 

이날 30년간 백화점 입점 화장품 브랜드에서 근무한 김재숙씨(갤러리아 백화점 근무)가 백화점 근무 환경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사진: 전휴성 기자

이날 30년간 백화점 입점 화장품 브랜드에서 근무한 김재숙씨(갤러리아 백화점 근무)는 “제가 30년을 백화점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백화점에서 근무해봤지만, 휴게실 전쟁을 안 겪어본 백화점은 없었다”면서 “백화점 휴게실은 겨우 열 명 정도의 인원이 이용할 수 있는, 발도 못 뻗는 비좁은 곳이다. 그나마 들어가기라도 하면 의자에 앉아 쉴 수 있지만, 그마저도 못 들어가면 화장실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거나, 비상계단으로 가서 쇼핑백이든 박스를 깔고 앉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그냥 차갑고 딱딱한 계단에 앉아 쉰다. 그냥 매장 내 창고에 의자를 놓고 쉬는 직원들도 태반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백화점은 직원 휴게공간은 부족하고, 그나마 있던 휴게시설도 창고로 바뀐 백화점도 한 두 곳이 아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화장실은 더 하다. 한 층당 직원이 백 명은 훌쩍 넘을 텐데, 겨우 한 개 정도 있는 직원용 화장실은 매번 줄을 서게 되고, 식사 후에는 양치하려는 대기 줄이 복도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었고 백화점 관리자들은 직원용 화장실만 이용하라며 경고하며 페널티를 주는 지경까지 왔다. 이런 백화점이 한두 곳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은 백화점의 매출 올리는 도구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휴게시설도 열악하고 화장실도 부족하고, 감정적으로도 물리적으로 보호받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백화점은 이 안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만 할 것 아니라, 고객용 화장실 이용하지 말란 말만 할 게 아니라! 이 안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 모두를 보호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롯데면세점에서 근무 중인 박은주씨가 면세점 근무 환경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사진: 전휴성 기자

롯데면세점에서 근무 중인 박은주씨는 “연중무휴로 면세점은 빨간날에도 닫을 수 없다! 라는  말을 들으며 일했고 저 역시 신입직원들에게  그런 말을 하며 15년을 큰불만 없이 지냈다. 하지만 연중무휴라는 면세점은 코로나19 에 정기적인 휴점을 비롯하여 연휴마다 휴점을 했다.면세점이라 연중무휴인 것이 아니었다”며 “저희는 앞으로도 노동자를 위해 정기적인 휴점을 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닌 노동자를 위해 월에 하루라도 정기적으로 함께 쉴 수 있는 날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백화점·면세점이 교섭에 나설때까지 행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내달 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원들이 이날 하루 근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7월 한 달 간 자율복장 입기 등 부분 파업도 진행한다. 

최대근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전휴성 기자

최대근 전국서비스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중노위에서는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대해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라고 판결이 났다. 이것은 산업구조를 반영하고 실제 지배력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판단 아래 사용자의 범위를 넓게 열어둔 것”이라면서 “우리의 구조로 보면 임금과 인사등등은 협력업체와 교섭하지만 노동환경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근무시간 출퇴근 휴게실의 개선은 그 권한이 있는 원청,  바로 백화점 ㆍ면세점이 노동조합과 교섭을 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양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전휴성 기자

이양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우리는 우리 협력업체, 파견업체, 도급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우리의 생계를 원청이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원청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민주노총은 이에 맞춰서 7월 둘째 주, 셋째 주에 총파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백화점면세점 사용자들이 정당한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단결해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고  7월 총파업으로 반드시 승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원들이 원청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전휴성 기자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만난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7월 6일에는 조합원이 아무도 나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7월 한 달 동안은 유니폼을 입지 않거나, 자율복을 입는 등의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와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