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_강성미((사)유기농문화센터)

[칼럼니스트-강성미] 당신은 유제품이 어디서 나오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는 동물을 '그것'이라고 부르는 언어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라 부르면 사람들로 하여금  동물을 사물로 생각하게 하고, 그래서 무생물처럼 취급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든다. 동물은 음식이나 가방, 옷이 아니다. 그들은 감정과 가족이 있고, 그리고 자연의 의도대로 살아갈 가치가 있는 즉, 삶을 지닌 지각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구시대적인 육식문화를 버리고 새로운 식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후손들은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수 있다.

 

"모든 동물들은 친절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사진:강성미 제공)

 


  어쩌면 다음 생에 소로 태어난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신은 네 갈래 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송아지에게 남겨진 네 갈래 길. 


"우리는 우리의 동물들을 가족처럼 대합니다" (사진:강성미 제공)

어미와 분리된 송아지는 예외 없이 잔혹한 학대를 받고 어미 소는 그 사실을 분명히 인식한다. 동물들은 놀라울 만큼 날카로운 감수성을 지녔다. 어미 소들은 자신을 가두고 강간하고 더 많은 젖을 짜내려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사악한 손이 새끼에게도 뻗치리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안다. 낙농장에서 태어난 송아지는 네 가지 길 중 하나를 걷게 된다.

첫 번째 길은 어미 소와 똑같이 낙농장 노예로 성장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어미 젖을 낭비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새끼를 분리한 다음, 뜨거운 전기인두로 뿔의 생장점을 지져 제각한다. 다음은 현대 낙농업 교재에 실린 내용이다.

송아지를 옆으로 누인 뒤 무릎으로 목을 고정한다. 뿔 자리에 제각기를 5~20초가량 댄다. 털이 타는 냄새와 송아지의 몸부림으로 인해 실제보다 길게 느껴질 것이다. 제각기가 돌아가면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완료된다. 그것은 제각기의 끝이 송아지의 두개골에 닿아 미끄러지며 나는 소리다. (출처 Practical Techniques for Dairy Farmers, 3rd Edition, University of Minnesota)

낙농업계에 따르면 절반 정도의 암송아지가 "너무 많은 유두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착유기에 거치적거린다는 이유로 “보기 흉한”여분의 유두들을 마취 없이 절단한다. 앞서 소개한 교재는 이 관행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잡는다. 아주 어린 송아지라도 유두 끝의 신경이잘 발달했으니 송아지를 단단히 붙들고 작업하도록 한다. 유두를 끌어낸 다음 가위로 싹뚝 자른다. ( 출처 https://twin-cities.umn.edu/ Practical Techniques for Dairy Farmers, 3rd Edition, University of Minnesota)

제각, 꼬리 절단, 유두 절단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 발생 위험도 증가시킨다. 미국 낙농장의 소 80퍼센트가 감염될 만큼 만연한 백혈병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받으며,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발암 위험 요소도 증가한다고 한다. (출처 Shirley Roenfeldt, "Stop BLV," Dairy Herd Management, December 1998)

"이익 추구는 결코 고통과 죽음을 정당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강성미 제공)

야생 암송아지라면 최소한 3~5세에 이르러야 첫 출산을 한다. 하지만 낙농업계는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사료값도 비싼데 돈만 허비 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래서 암송아지가 만 한 살이 될 즈음, 사람으로 쳐도 아직 어린아이일 때 호르몬 조작으로 강제 임신을 시킨다. 에스트로겐은 물론이고 발정 호르몬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을 비롯한 다량의 호르몬을 투여한다. 대부분의 젖소는 칸막이가 쳐진 축사나 착유장에 갇혀 사는데, 극한 기후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한 자리에 서서 주어진 사료를 먹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유 만드는 기계로 전락한다. 이윽고 정액주사기를 든 인간의 손이 생식기 안으로 팔꿈치 길이만큼 밀어 넣어지면서 인공수정이 이루어진다. 그 정액 또한 강제로 정액을 뽑히는 것이 유일한 존재 이유인 채로 살다가 생산성이 떨어지면 살해당하는 수소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어미 소는 분만 즉시 새끼를 빼앗기고 우유 기계로서 하루 2~3차례 젖을 짜낸다. 어미 소 스스로 수유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착유당하는 거다. 젖소들은 착유기에 베이는 등 상처를 자주 입으며 그로 인해 유선염을 많이 앓는다. 착유기가 가하는 전기충격에 항상 두려움을 갖고 산다. 한편 새끼를 낳은 소의 목구멍에 7피트 길이의 튜브를 꽂아 영양분이 잔뜩 들어있는 특수용액을 다량 들이붓는 '강제 경구투여(drenching)'라는 기법도 자주 사용한다. 젖 분비 초기에 발생할 수있는 대사질환을 감소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만일 액체가 너무 빨리 투입되거나 튜브가 기도로 들어가면 질식사할 수도 있다. 

새끼를 낳고 착유가 시작되자마자 어미 소는 다시 일종의 '강간 침대'에 올라 정액주사기로 인공수정당한다. 수유와 임신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분만 직전 단 2개월간만 착유가 중단된다. 그러나 분만이 끝나면 곧바로 지옥 같은 악순환에 들어가야 한다.

젖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들과 콜레스테롤로 뒤범벅된 사료를 먹고, 비정상적인 착유량으로 인해 소의 유방은 무겁게 부어올라 심한 경우 배설물이 널려있는 바닥에 질질 끌리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유선염이 악화되고 따라서 과다한 항생제를 맞는다. 유방은 본래 있어야 할 위치보다 훨씬 뒤쪽으로 늘어져 고정되고, 항상 콘크리트 바닥에 서 있다 보니 발목에 무리가 온다. 이렇게 3~5년을 낙농장 노예로 살고 나면 소는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완전히 지쳐버리고, 결국 같은 운명의 동료와 함께 트럭 짐칸에 빽빽이 실려 잔혹한 죽음이 기다리는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우리는 화물이 아닙니다" "좌초된 배에 갇힌 지 6일 만에 마침내 하역한 소
"(사진:강성미 제공)

도살장에 도착하는 주저앉는 소들의 대다수는 낙농장에서 온 젖소이다. 이들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탈진한 상태여서 트럭에서 걸어 내려오지도 못한다. 고단백질 사료 섭취와 우유 생산으로 인해 골다공증에 걸린 뼈는 쉽게 부러진다. 도살장으로의 이동은 혹한이나 무더위 속에서 며칠 동안 물 한 방울 먹지 못한 채 계속되곤 한다. 가장자리에 서 있던 소가 트럭에 얼어붙은 경우도 다반사다. 도살장 인부들은 이 주저앉는 소들을 전극봉으로 찔러가며 전기충격을 가한다. 그래도 움직이지 못하면 사슬에 묶어 질질 끈다. 이 과정에서 소의 살갗이 벗겨지고 힘줄과 인대가 터지고 뼈가 부러진다. 안락사는 배부른 소리이다. 소들은 도살장 바닥에서 끌려다니다가 이리저리 몸이 찢겨져 햄버거용 고기, 식용동물 사료, 반려동물 사료, 가죽, 젤라틴, 아교 따위의 원료로 변한다. 이른바 유기농 유제품을 생산하는 낙농장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유기농 사료를 사용한다는 점, 일부 호르몬과 기타 독소 투여에 제한을 둔다는 점, 그리고 축사 공간이 조금 더 넓다는 점뿐이다.

"당신의 살갗을 입어라" (사진:강성미 제공)

소 한 마리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낮다. 우유 생산량 증대를 위해 암소의 임신 횟수가 극대화되면서 필요 수량보다 훨씬 많은 송아지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낙농장에서 태어나는 송아지의 두 번째 길이 나타난다. 송아지 고기나 육우업계 수요가 낮을 경우 송아지는 출생 직후 죽는다. 위 속에 들어있는 레닛은 치즈 원료로 사용하고, 시체를 분쇄해 동물 사료로 만들고, 살갗은 더 값비싼 가죽으로 쓴다. 종종 임신한 암소가 도살장으로 보내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태중에 있던 송아지는 어미의 몸이 잘리고 찢기는 과정에서 떨어져나와 살해당한. 어리고 연약한 몸에 막 생겨나기 시작한 부드러운 가죽과 촉촉한 몸은 더 고가에 팔린다.

수십억 동물이 감금과 살해에 시달리는 기본 이유 중 하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동물성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문화적 신념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성 음식 소비를 줄이려는 가장 흔한 동기 중 하나 역시 건강 증진이다. 이 기괴한 역설을 이해하려면 인간 생리와 우리가 먹는 동물성 음식을 철지히 조사하고, 생명에 대한 해악과 무지가 병을 일으킨다는 진리와 접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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