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고 소비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를 계속 유지한다면 인류도 살아남을 가망성은 희박해

구시대적인 식습관을 멈추고 새로운 식품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비건, 생명존중 바탕으로 표현되는 라이프스타일.. 커피에 우유 대신 두유 넣는 작은 행동은 생명존중과 공존에 참여하는 가치소비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는 한 걸음될 것

칼럼니스트 강성미 ((사)유기농문화센터)

[칼럼니스트-강성미]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닌데도 인간이 먹고 있는 유제품과 계란, 이것들이 어떻게 생산되는 지 자세히 살펴본 많은 사람들은 고기를 만드는 공정보다 더 독하고 잔인하다고 입을 모은다. 젖과 알을 빼앗기는 소와 닭은 생산성이 떨어져 살해당하기 전까지 더 심하게 학대받는다.

유제품은 굉장히 크고 복잡한 주제이다. 그래서 필자는 향후 3부로 나누어 이끌어 가고자 한다. 어미소, 소위 암소들에 가하는 속박은 여러 방식으로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 신체적으로 겪는 부정적 결과를 훨씬 뛰어넘는 폐해를 낳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로 유제품 섭취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지만, 더 큰 맥락에서 이 비극을 바라봐야 한다.

"누가 누구를 먹이는지 줄로 이어 보세요" (사진제공:강성미)

원래 소젖은 인간이 아니라 아기 송아지를 위해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다른 종의 젖을, 그것도 이유기 이후에도 먹는 종은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반려동물 외에 전무하다. 야생에서 수유기의 암소에게 접근해 약간의 젖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맹렬한 보호 본능을 지닌 야생 수소들이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고 쫓아버리거나 찢어 발길 것이다. 용케 수소들을 피한다 해도 우리가 자신의 배 아래에서 젖을 빨도록 허락할 암소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 젖의 진정한 주인인 송아지와 경쟁하여 그 송아지를 밀어내고 걷어찬 뒤 어떻게든 어미가 젖을 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열렬한 우유 애호가라도 완전히 부조리한 이러한 상황을 직접 실행에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아직도 어머니의 젖을 물고 평화로이 모든 걸 잊던 유아기를 동경하는 걸까? 설령 그 어머니가 소이고, 그녀의 젖을 차지하려 그녀의 진짜 새끼를 죽여야만 하더라도?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을 죽이고 먹는 일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일인지 명백하듯, 우유를 마시는 행위 또한 그렇다. 손쉽게 송아지 고기 커틀릿을 주문하고 값싼 햄버거를 먹는 현실, 냉장고 유제품 칸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우유, 크림, 치즈, 버터의 배후에는 낙농장에서 누군가가 대신 치러야 하는 진정한 비용과 잔인함이 숨겨져 있다.

■ "미친 공장식 축산업 관행"...한국은 2021년 기준 젖소 1마리당 젖생산량은 연간 1만 423kg으로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스페인에 이어 세계 5위다

"그녀의 마지막 숨결까지 착취당했습니다. 지금 식물성 우유로 전환합니다"(사진 제공:강성미)

오늘날 소들은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키우는 데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젖을 생산하도록 강요당한다. 사료와 호르몬을 사용하는데, 야생 소는 모든 포유동물이 그러하듯 새끼를 낳은 시점부터 약 7개월 동안 종형 곡선을 그리며 젖을 분비한다. 자세히 말하면 처음에는 하루 10파운드였다가 약 25파운드까지 올라가고 다시 10파운드로 내려가서 송아지가 고형식을 먹기 시작할 즈음부터 생산을 멈춘다. 낙농장에서는 송아지를 출산하자마자 강제로 분리시켜 어미와 새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다. 이후 7~8개월간 어미는 하루에 무려 90~110파운드의 젖을 생산하도록 강제당한다. 젖소들은 야생에서 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강제 임신을 당해 그 후로 항시 임신 상태에 놓인다. 새끼를 낳아 젖이 나오는 동안에도 임신당하기 일쑤다.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젖을 생산하는 소들은 엄청난 과로와 스트레스로 급속히 건강을 잃는다. 야생에서 25년은 살 수 있는 동물이지만 학대를 4년쯤 당하다 보면 생산성이 떨어져 결국 도살장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그러고는 값싼 소시지용, 육류혼합가공식품용, 햄버거용 고기나 가죽, 동물용 사료 따위가 된다.

낙농장의 어미소들이 생산한 젖은 인간의 건강에 극도로 해롭다. 우유에는 IGF-1 성장인자(유사 인슐린 성장호르몬), 카세인, 에스트로겐, 최면호르몬, 락타아제(유당분해효소), 고름, 박테리아, 기생충, 그리고 지난 칼럼에서 살펴본 대로 녹슨 지방 등 인간에게 유해한 자연 발생 독소가 있다. 성장호르몬, 젖의 양을 증가시키는 호르몬, 항생제, 진정제, 그리고 농약 잔류물이 다량 포함된 사료 등 인공적으로 투입하는 독소도 있다. 유기농 우유에도 자연 독소는 똑같이 들어있다. 인간에게 해로운 독소들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소젖이 결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어미소들은 대체 얼마나 혹사당하길래 엄청난 양의 젖을 생산할 수 있는 걸까? 그들은 콜레스테롤을 함유한 사료를 먹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프로락틴, 테스토스테론 등 황체자극 호르몬을 섞은 주사를 맞는다. 이런 관행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유제품 소비자는 이 호르몬들을 고스란히 흡수한다. 짐 메이슨과 피터 싱어가 《동물공장 Animal Factories》 책에서 보여주 듯(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현실), 미국의 식품의약청과 농무성은 소비자, 환경, 동물보다 축산업의 이익을 지키고 대변하는 데 주력한다. 예를 들면 캐나다와 유럽 모든 나라는 유전적으로 조작한 몬산토Monsanto(다국적 농업기업)의 우유 생산 촉진제 rBGH(재조합 소 성장호르몬recombinant bovine growth hormone)를 금지한 반면 미국 식품의약청은 1985년 승인한다. 인간과 소 모두의 발암 위험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에도 아랑곳 없이 미국 낙농장에서 사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남용하고 있는 촉진제와 항생제로 인한 포스트 항생제 시대에 관한 글은 추후에 쓰겠다)

낙농업자들은 소들에게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을 먹이면 우유생산량이 증대한다는 점을 오래전에 발견했다. 야생에서 성장한 소는 콜레스테롤의 유일한 원천인 동물의 살과 젖, 알을 입에 대지도 않는 완전 초식동물이다. 하지만 다른 식용 동물과 마찬가지로 낙농장 젖소에게는 동물의 살이나 내장 따위로 '강화된 사료'가 주어진다. 이 사료는 물고기나 가금류, 다른 소는 물론 심지어 자신의 새끼까지 포함한 포유동물의 도축 부산물을 사용한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사악한 짓들이 낙농장에서는 표준 관행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사진제공:강성미)

어미소가 끝없이 강제 임신당하면서 낙농장에는 필요 이상의 훨씬 많은 송아지들이 태어난다. 이 쓸모없는 송아지들은 즉시 살해(살해당한 송아지의 위 내막에 들어있는 레닛(rennet)은 버터와 요구르트, 크림, 치즈 따위를 응고할 때 사용) 되거나 송아지 고기 업자에 경매로 팔리거나 아니면 비육우로 키워져 한두 해만에 도살당한다. (한국이 수입하는 소) 그들의 조각난 몸은 렌더링 공장(rendering plant ,동물의 사체를 처리, 가공, 재활용하는 시설)에서 물고기, 돼지, 가금류, 교통사고로 죽은 동물, 실험실 동물, 그리고 개나 고양이, 말 등 안락사 당한 동물의 내장 등 식용 불가능한 신체부분과 뒤섞여 가열 분쇄된다. 그러고는 옥수수, 밀, 콩 등 곡물과 혼합돼 사육 소의 먹이로 변한다.

이 미친 공장식 축산업의 관행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다. 반추동물의 살을 다른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것을 식품의약청이 금지하면서 소가 다른 소를 먹을 확률은 낮아졌지만 돼지, 닭, 칠면조, 물고기 등 다른 종의 살은 여전히 사료에 포함된다. 식품의약청의 악명 높도록 느슨한 규제감독 수준을 고려할 때 동족에게 동족을 먹이는 관행은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을 공산이 높다. (한국은 GMO콩과 옥수수를 포함된 사료를 수입한다)

우유는 이처럼 기괴하고도 잔인무도한 학대가 숨어 있다. 공장식 축산업의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일상적 관행으로 간주하면서 아무도 진지하게 되돌아보지 않는다. 낙농업계는 이동물들을 그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물건으로 취급할 뿐이다(게다가 농무성이 남는 우유의 수매를 보장하기 때문에 업계는 마음 놓고 생산 최대화에만 전념할 수 있다) 낙농업계는 기본적인 관계 찾기 능력을 잃어버린, 심각하게 감퇴한 문화지성의 결과이자 원인이 분명하다.

■ "우유는 송아지를 위한 것"

화학물질, 살충제, 살균제, 비료, 중금속은 동물의 지방조직과 내장을 비롯한 체내 조직에 쌓인다. 그러고는 고스란히 그들의 젖에 응축된다. 독소는 주로 지방에 축적되는데 젖은 특히 지방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이 밖에 우유 안에서 자체적으로 발생되는 독소들도 있다. 소젖은 생후 47일경에 몸무게가 곱절이 되고 14주경에는 300파운드에 이르며 4개의 건강한 위를 가져야 하는 송아지를 위한 것이다. 소젖은 인간의 것보다 단백질, 지방이 각각 3배와 50퍼센트 이상 높다. 인간에게는 너무 거칠다는 것이다. 특히 두뇌와 신경체계 및 기타 조직이 연약한 어린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아기의 두뇌와 신경조직은 어머니의 젖에 함유된 영양분을 섭취할 때 가장 잘 발달한다. 인간 젖의 주요 단백질인 락트알부민의 분자질량은 14kg인 데반해, 소젖의 기본 단백질인 카세인은 분자질량이 무려 233kg이다. 또한 매우 점성이 강하고 끈끈하기 때문에 페인트의 고착제나 판자를 서로 붙이거나 병에 레이블을 부착할 때 아교로 사용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송아지의 체내조직을 형성하는 데는 이상적이지만 인간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해를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카세인은 입자가 크고 다루기 어려운 단백질이므로 어린아이가 제대로 분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대사하면서 산성 노폐물을 다량으로 남겨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어른이라고 이 단백질을 쉽게 분해할 리 없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콜린 캠벌)

아기는 송아지가 아니다. 산통, 이통, 인후염, 감기, 열병, 빈혈, 당뇨병, 편도선염, 맹장염, 각종 알레르기, 점막 염증, 설사, 복부 팽만감, 복통 등 유제품이 영유아에게 일으킨다고 널리 알려진 증상만이 문제가 아니다. 어린아이가 유제품을 먹고 마심으로써 체내조직 발달에 입는 손상 또한 큰 문제이다. 어린아이의 정신과 육체를 구성하는 민감한 조직들이 송아지에게 적합한 끈끈하고 거추장스러운 카세인이나 과다한 지방을 통해 제대로 형성될 수 있을까? 그건 페인트 칠용 브러시로 섬세한 풍경화를 그리겠다는 것과 같다.

또한 어린이의 조기 심리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특히 우유에 들어있는 소의 호르몬과 독소, 고통과 두려움이 아이들의 탈 감각화를 초래한다. 이는 사춘기를 지나 성년이 돼서도 유제품을 먹는 행위는 생활습관병으로 비극을 더욱 강화한다.

낙농업은 어미소에게서 송아지를, 송아지로부터 어미의 젖을 강탈하는 도둑질이다. 감각이 마비된 인간은 이것이 얼마나 잔인한 행위인지, 더 커다란 관점에서 여성과 여성적인 원리를 억압, 유폐, 착취하는 현 문화의 근원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지 못한다. 

모든 포유동물의 어미는 갓 낳은 새끼가 위험에 처할 때 말할 수 없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깊은 모성애는 인간뿐 아니라 개, 곰, 코끼리, 원숭이, 고래와 같은 동물에게서도 확인된다. 모성애는 포유동물의 명백한 특징이다.

수많은 포유동물 중에서도 소는 모성본능을 가장 뚜렷하게 지닌 동물로 꼽혀왔다. 어미소의 부드럽고 참을성 있는 눈, 새끼를 핥고 젖을 먹이고 보호하는 조심스러운 움직임, 새끼를 빼앗겼을 때의 긴 울음을 떠올려보시라. 그녀는 새끼를 빼앗아 가는 손길에 맞서 싸우지도 인간의 언어로 우리에게 항변하지도 못한다. 여기에는 깊고 무서운 죄가 깃들어 있다. 수천 년 전부터 조상은 소젖을 강탈하고 어미와 새끼의 목숨을 앗아왔다. 이 모든 악행을 신이 우리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약속했다는 신화로 합리화해왔다. 엄청난 규모의 수치스러운 폭력을 자행하면서 어찌 감히 평화를 희망할 수 있을까?

■ "지성의 쇠퇴 그러나 회복할 방법은 있다"

지성이란 인간, 동물, 사회 등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 간의 유의미한 관계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관계찾기 능력을 억누르는 일상적 의식, 즉 식사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지성은 심하게 훼손되었다. 우리가 만들어낸 중대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도 잃어버렸다. 동물에게 행사하는 고통과 단절에 능숙해진 나머지 굶주린 사람들, 생태계, 전쟁으로 피폐해진 공동체, 그리고 후손에게까지 끼치는 고통과도 노련하게 단절된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일말의 반성까지도 쉽게 차단해버림으로써 동물 사용으로 이윤을 취하는 기업들에게 쉽게 조종당한다.

(사진제공:강성미)

연민은 윤리적 지성이다. 관계를 찾아내는 능력이자 다른 존재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열망이다. 이 윤리적 지성은 인지적 지성과 마찬가지로 육식 관습으로 인해 억제된다. 식사 때마다 단련하는 단절 능력은 인간의 생리를 연구한다는 명분으로 개들을 서서히 얼려 죽이는 과학자의 섬뜩한 태도에서,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거리낌 없이 죽이는 병사들에게서, 스포츠 삼아 무력한 동물들을 죽이는 사냥꾼들에게서, 그 밖에 합법적으로 허가된 수많은 문화적 행위들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확대 재현된다. 특히, 여성 동물에게 벌어지는 강간은 인간 여성 억압에서 더욱 뚜렷하다. 지금도 3초에 10살 미만의 어린 소녀 1명이 나이 먹은 남자에게 초혼을 당한다. 명백한 폭력이다.

(사진제공:강성미)

동물을 단순히 상품과 음식으로 보는 문화를 유지하는 한 인류가 살아남을 가망성은 희박하다. 식사에 담겨있는 억압과 배제의 체계적 관습은 내면의 지혜와 자애롭고 축복받은 우주의 소속감으로부터 우리를 단절시킨다. 모든 생명체의 상호의존성이라는 진리를 적극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 지구와 우리 자신을 살해하고 본연의 지성과 연민마저 저버린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앞세우지 않더라도  현재 식품 생산 시스템에서 그들이 고통받는 관행을, 구시대적인 식습관을 멈추고 새로운 식품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취약한 존재에게 사랑과 연민을 전할 때, 우리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비건(채식주의)은 어렵지 않다. 비건은 생명존중을 바탕으로 표현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오늘 당장 커피를 마실 때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 보자. 이러한 작은 행동은 생명존중과 공존에 참여하는 가치소비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는 한 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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