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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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와이드-복요한 기자] 최근 기자는 한 메일을 받았다. 하나카드 사용 당시 함께 가입했던 어떤 서비스가 아직 해지되지 않은 상태였는지 이용약관 개정이 전달된 것. 해당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지 한참 됐는데 이런 메일을 받으니 마음에 걸려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3월 4일 처음 유선문의하니 직원이 친절하게 응대하며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후 일주일이 걸려해지가 됐다. 현재 카드사 가입고객이 아님에도 끈질기게 처리해준 하나카드사 직원 덕분이었다. 고마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것을 가입할 때는 비밀번호 뿐만 아니라 관련 내용인 가입 이메일 및 연락처 등까지 기록해 둬야 미처 처리되지 못한 정보를 삭제하기에 용이하며 회원탈퇴 후에는 관련 정보삭제 기일이 배로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나카드처럼 여전히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온 케이스는 고마운 케이스다. 이런 경우는 삭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참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메일주소나 연락처 등이 바뀌면, 심지어 가입돼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다. 이를 보완하는 유일한 법 중 하나가 2017년 1월 21일부터 시행돼 왔던 <장기 미이용에 따른 휴면계정 전환 법>이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및 같은법 시행령 제16조) 해당 법에 의해 1년 이상 장기 미이용 고객 정보는 자동으로 휴면으로 전환돼 당사자가 재인증을 거치지 않는 한 별도 보관 후 파기됐다. 이로 인해 공공 및 민간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가입한 수많은 사이트내 개인정보에 대해 다소 안심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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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법이 작년 말 갑자기 개정됐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취지하에 말이다. 코로나 시기 면세점 홈페이지 서비스 미이용으로 쿠폰 및 가입내역이 사라져 이용자와 기업이 모두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면세점 등의 경우인데, 현재 모든 사이트가 해당 법을 기준으로 마음껏 휴면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게 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물론, 해당 규정과 함께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의 의사를 존중해 개별 서비스의 특성에 맞게 휴면고객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 하도록 명시했다. (①서비스 미이용 기준 기간 1년 → 서비스 특성에 맞는 기간으로 변경 (6개월, 1년, 2년 등 기간 선택), ②별도 분리 보관 → 서비스 이용고객의 개인정보와 통합 관리하되 휴면고객 특성에 따라 안전조치 방안 보완)

하지만, 결국 휴면 여부를 관리하고 결정하는 주체는 업체로 국민은 참여할 권리가 없다. 광고 및 개인정보에 민감해 광고 메일이나 메세지조차 보내기 어려운 시대에 어느 서비스 공급자가 합법적으로 자신들을 소비자에게 리마인드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까?

여론을 인식해서인지 정부가 개인정보 포털 (WWW.PRIVACY.GO.KR) 통해 웹사이트 회원탈퇴 서비스를 마련했다. 기자가 새벽 시간에 정부가 운영하는 개인정보 포털을 이용한 결과, 예전에 탈퇴했다고 생각한 사이트 중 18개에 아직 가입돼 있었다. 비회원제 및 접속 불가 사이트를 제외하고 민원 처리시 불이익이 발생 이유로 탈퇴가 불가한 사이트 들이었다.

여기서 '민원 처리시 불이익이 발생' 하는 사이트의 성격을 살펴보니 배민, 이마트 등 배달이나 판매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거나 삼성, 동부화재 등 보험상품 판매 서비스, 그리고 페이코 및 은행 등 금융적 상품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었다. 결국 2시간 남짓의 시간을 들여 사용하고 있지 않는 사이트 일부는 제대로 탈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가입 후 탈퇴, 탈퇴버튼을 찾을 수 없던 삼성화재는 직접 탈퇴문의 요청을, 나머지 사이트는 직접 개인정보보호책임 담당직원에 삭제요청 메일을 보냈다.

이 중 하나는 (현대카드사 hyundaicard.com) 현재 홈페이지 로그인이 불가능하다면 유선으로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을 취하면 본인확인을 통해 처리하겠다는 내용으로 메일을 보내왔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상담직원은 메일과 휴대폰 번호가 가입상태와 다르다면 처리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되풀이하였고, 더이상의 처리방법도 알려 주지 못했다. 몇 일이 지난 뒤 연락왔는데,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려주기에 앞서 기자에게 개인정보 포털 쪽에 연락했었는지 먼저 물었다. 개인정보포털에서 가입된 사이트 뿐만 아니라 인증만 한 사이트도 데이터가 섞여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주며 카드사측에 확인했는지 묻자, 그제서야 카드사 유관업무처리부서에 문의한 결과 기자의 주민번호로 가입한 정보가 삭제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하였다. 내용도 디테일하지 않고, 기자의 답변을 듣고 간단하게 답변한 것이 거림칙해 메일로 답변을 요청하러 직통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계속 연락이 닿지 않아 카드사 고객센터와 개인정보처리부서를 통해 해당 번호를 남기고 메일 답변을 요청했더니 그제서야 전화를 받았다. 결국 익일 오피스 마감시간에 이르러 메일로 아주 간단한 메일 답변을 받았다.

현재 기자는 지출 관리를 위해 어떤 신용카드도 이용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처음 담당한 직원이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확인 후 상세한 내용을 모두 들려주며 되려 오래 걸린 것에 대해 미안해했던 하나카드사에 비해, 처음 메일로 보낸 것을 기계적으로 포워딩하고, 이후 고객센터를 거쳐 담당직원에 연결됐지만, 그가 업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 기자에게 되려 "잘 알아봤냐"는 뉘앙스로 응대하는 타사의 업무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많은 생각이 엊갈렸다. 고객의 입장에서 통보를 받는 시점 이미 결과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응대하는 시스템 또는 직원의 방법이나 태도에 따라 그들에게 맡겨진 내 정보가 소중하게 다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소비자의 관점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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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개인이 자신이 가입한 모든 사이트와 정보제공내역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제도다. 하지만, 해당 법은 개인정보를 알아서 지워주길 원하는 수많은 중장년 디지털약자와 생활이 고되고 바쁨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살림으로 조금이라도 혜택을 받고자 일시적으로 가입했던 사이트를 기억하지 못하는 지극히 평범한 기억력을 가진 시민의 고충을 반영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탈탈 털려 모은 금융계좌를 정지하고 없애고, 휴대폰과 PC를 포맷한 뒤, 신분증까지 재발급하며 소위 신분세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달간 타인이 내 인적사항으로 계좌를 만들거나 각종 사이트에 엑세스하려는 흔적을 몇 달에 걸쳐 지켜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법을 만드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디지털약자인 소비자의 감정을 고려해 법안을 내고 통과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더 나아가 금융기업을 비롯한 모든 기업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내 정보처럼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것이 곧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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