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이 내렸지만 관련 식품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최근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의 강한 요구에 빵·과자 제조 기업들이 밀가루와 라면을 시작으로 줄줄이 가격 인하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는 하나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사진:컨슈머와이드DB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밀가루 가격이 내렸지만 관련 식품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최근 물가 잡기에 나선 정부의 강한 요구에 빵·과자 제조 기업들이 밀가루와 라면을 시작으로 줄줄이 가격 인하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는 하나 체감할 수준은 아니다. 생색내기 수준이거나 그렇지 못하다.

26일 한국수입협회 국제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7.39달러로 2021년 말 7.70달러에 비해 4% 하락했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동년 3월 한때 부셸당 14.25달러로 두 배 수준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 이후 다시 예전 가격 수준을 회복했다.

라면··과자 제조 기업들은 인상된 가격에 구매한 밀이 실제 원료로 투입되기 시작한 작년 8~10월 사이 줄지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밀은 선물로 거래되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 전가될 때까지 보통 6개월 정도 시차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밀 값이 안정세를 찾은 지 1년 가까이 지난 뒤에도 라면··과자 기업들이 가격 인하를 주저하고 있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 대목이다.

제품가격을 올린 상황에서 원료 값이 내려가자 일부 식품 기업들의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농심은 올해 1분기 국내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6.2%, 원료 값 폭등이 발생하기 이전인 2021년 영업이익률 3.1%에 비해 두 배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러니 기업들이 원료 값 상승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올릴 땐 초스피드로 반응하고 내릴 때 천천히 조정하거나 아예 무시한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가격인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밀가루 가격은 내려 안정세이지만 설탕·옥수수·대두 등 다른 원료 값은 크게 올라 현실적으로 당장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압박으로 이들 기업이 밀가루와 라면을 시작으로 줄줄이 가격 인하로 방향을 틀고 있다. 반길 만한 일이다.

관건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냐이다. 생색내기로 끝날 수도 있다. 정부는 라면 ··과제에 이어 유제품·아이스크림·커피·음료 등 다른 식음료 가격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커피 원료 가격은 지난해 초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그러나 대표적 커피 상품인 동서식품의 커피 리필제품은 지난해 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17.6%나 올랐다. 이들 업체들도 결국은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수준이냐가 중요하다.

대중 음식점들도 문제다. 음식점 역시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을 빌미로 그동안 음식 판매 가격일 인상해 왔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서울지역 평균 김밥 가격이 46% 상승, 자장면은 40.5%, 냉면은 24.6% 오르는 등 서민들의 외식 메뉴가 최근 5년간 40%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밀가루 가격 등이 예전처럼 내린다고 해서 이들은 음식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격은 점점 더 비싸지는 경향이다.

현재 복병은 따로 있다. 바로 설탕 값은 최근 1년 반 사이 30% 이상 오른 상태다. 과연 정부가 고강도 물가 잡기 정책이 실효를 나타낼지, 라면··과자 업체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 조치에 나설지, 유제품·아이스크림·커피·음료 업체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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