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아이나비 죄송하단 말 뿐 책임 회피, 한국소비자원 “법적 규제 방법 없어”

▲ 교통사고 당시 먹통이 된 아이나비 블랙박스, 블랙 클리어, 피해는 고스란히 소지자 몫이었다.(사진: 제보자)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교통사고 시 블랙박스는 먹통이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 몫으로 돌아갔다. 제조사는 광고와 달리 책임을지지 않았다. 다만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한국소비자원도 제품 교환 등 피해구제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100% 피해자가 30%의 과실을 떠안게 될 판이다. 이는 본지에 억울함을 알려온 A씨 사연이다.

지난달 25일 차량 충돌사고를 당한 A씨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는 먹통이었다. 먹통이란 사고장면이 녹화가 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A씨는 몇해전 아이나비 블랙 클리어 블랙박스를 구매 차량에 장착했다. 당시 사고는 가해자가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면서 다른 차선에 먼저가고 있던 A씨 차량의 중앙 뒷부분을 충돌했다. 이 사고로 A씨 차량의 왼쪽(운전석 쪽) 앞뒤 문이 파손됐다. 당시 가해자는 자신이 100% 과실이라며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A씨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에 사고 당시 장면이 녹화되지 않은 것을 보험사를 통해 알게된 가해자는 돌연 말을 바꿔 A씨에게 30%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A씨는 30% 과실을 떠 안게 됐다. 

A씨는 “이번 사고는 100% 가해자 잘못이다. 가해자가 현장에서 자백까지 했다”며 “그런데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선 바로 말을 바꿔 버렸다. 지금 당시 사고 장소에 설치된 CCTV 밖에 기댈 곳이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사고 당시 과실비율을 결정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블랙박스 아니냐”며 “그런데 정작 강한 충돌사고가 나자 사고장면만 녹화가 되지 않았다. 뭐하러 20만원 넘게 비싼 비용을 들여 블랙박스를 구매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더 화가나는 것은 제조사의 태도라고 강조한 A씨는 “블랙박스 판매 당시 제조사인 아이나비측은 100% 사고 때 사고장면을 녹화한다고 광고해 놓고선 이를 항의하자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아이나비 홈페이지에 게재된 블랙박스 블랙 클리어(사진출처: 아이나비 홈페이지 캡처)

이에 본지가 아이나비측에 사실확인을 해 본결과,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이었다. 사고 영상 미녹화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관계자는 “따로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런 일을 당한 소비자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장면을 미녹화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미 녹화된 사유가 메모리 카드 불량으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문제가 된 제품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보상은 제품교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따라서 본지가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구제방법을 알아본 결과, 제품교체 외에는 별다른 피해 보상 방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블랙박스로 발생한 피해 구제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지만 제품 교환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박스에 사고 당시 장면이 녹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 가해자쪽 보험사가 과실을 떠넘기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으로 안다”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소송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이같은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블랙박스 제조사들과 합의가 안 돼 자료 공개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점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 교통사고 당시 먹통이 된 블랙박스에 대한 제조사의 광고 페이지(사진출처: 아이나비 홈페이지 캡처)

결국 아이나비측 광고만 믿고 블랙박스를 구매한 소비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볼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국내 블랙박스 시장규모는 작년 한 해에만 200~300만 대다. 현재 운행차량 3대 중 1대는 블랙박스를 장착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눈떵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다. 피해구제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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