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동안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봐

▲ 사진 : 정혁준

[컨슈머와이드-컨슈머와이드 편집국] 소록도에서 지난 43년간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해 온 외국인 수녀 2분이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자신들의 나라로 되돌아 간 이후 소록도는 유래없는 슬픔에 잠겼다.

그들이 떠난 예배당에 소록도 주민들은 모여 일손마저 놓은 채 슬픔으로 떠나간 두 수녀들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고.

▲ 사진 : 정혁준

마리안(71) 그리고 마가레트(70) 수녀는 원래 오스트리아 출신의 외국인 수녀들이다. 그녀들이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졸업하고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도울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소록도병원의 소식을 듣고 이국만리 소록도를 찾은 것은 1959년(마리안)과 1962년(마가레트)였다. 

두 수녀는 환자들조차 말리는대도 불구하고 장갑을 끼지 않은 채 환자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약을 고루 깊이 바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환자의 가족들에게조차 어려운 일이었으나 그들은 마다하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또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 주고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정착사업에 헌신했다.

그렇게 43년의 시간을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가족으로 소록도의 주민으로 살았다. 한글을 깨치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배워 그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으로, 가족으로 살았다.

정부는 이들의 선행을 뒤늦게 알고 1972년 국민포장,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10여년 전 오스트리아 정부도 정부 훈장을 수훈하였는데 이를 거부하자 결국 대사가 직접 소록도를 방문해서야 훈장수여가 이루어졌다.

주민들이 준비한 환갑잔치도 기도해야 한다고 자리를 떠나던 그들은, 본국에서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보내 준 선교헌금을 자신들이 아닌 치료 후 소록도를 떠나는 환자들의 자립기금으로 보태라고 번번히 내놓았다.

이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름도 빛도 없는 헌신의 삶을 묵묵히 43년간이나 지속해 온 두 수녀는 지난 달 21일 다랑 편지 한장만 남긴 채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다.

떠나기 전 그들은 늘 더 이상 일하기 어려운 자신들이 짐이 되기 전에 얼른 떠나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대로 이루었다.

그들이 남긴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란 편지에는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해 왔는데 이제 그 말을 실천할 때라 생각했다”고 적혀 있었다.

또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에 대해 용서를 빈다”고 했다.

"처음 왔을 땐 환자가 6000명이었어요. 아이들도 200명쯤 되었고, 약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 치료해 주려면 평생 이곳에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꽃다운 나이에 이국만리 그것도 모두가 꺼리는 곳을 찾아 와 그들의 친구와 가족으로 43년을 살다가 그들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이제는 고향이 아니라 낯선 땅이 되어버린 오스트리아로 되돌아 간 두 할매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뭔가로 심하게 두들겨 맞은 듯 멍해 온다.

이들의 수고와 헌신 때문이었는지 6000명에 달하던 환자는 이제 600명정도로 줄어 들었다.

그들은 지금 되돌아간 오스트리아의 한 수도원 3평 남짓 방 한 칸에 살면서 떠나 온 소록도가 그리워 방을 온통 한국의 장식품으로 꾸며놓고 오늘도 '소록도의 꿈'을 꾼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방문 앞에는 마음에 평생 담아두었던 말이 한국어로 써 있다고.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라'

"지금도 우리 집, 우리 병원 다 생각나요. 바다는 얼마나 푸르고 아름다운지... 하지만 괜찮아요. 마음은... 소록도에 두고 왔으니까요!"

더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바라고, 주목을 바라며, 드러나고 나타나고, 인정받고, 대접받는 것을 추구하고 원하는 한국 교회 리더들과 모든 이 땅에 생명을 빚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두 수녀가 남긴 귀한 사랑은 교훈이 되어 살과 뼈에 새기어지고 전염되어 그렇게 살아내는 이들이 더 많아지고 늘어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래본다.

본 기사는 정혁진님의 페이스북에 포스팅 된 글과 사진을 재정리 발췌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컨슈머와이드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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