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특정 화학물질이 일정 함량 이상 함유된 액상 제품만 의무화...안전사고는 젤·에멀션형(28.6%)에서 가장 많이 발생, 어린이 보호포장 확대 절실

▲ 해외에선 어린이 안전포장 대상인 세정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적용제외 대상이다. 세정제는 우리나라 어린이 생활화학제품 최다 사고다발 품목이다.

[컨슈머와이드-지세현 기자] 가정내 생활화학제품에 어린이 보호포장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생활화학제품 관련 어린이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어린이보호포장 대상 품목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화학물질이 일정 함량 이상 함유된 액상 제품만 의무화다. 어린이보호포장이란 만 5세 미만의 어린이가 일정 시간 내 내용물을 꺼내기 어렵게 설계·고안된 포장 및 용기를 말한다.

27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세정제, 코팅제, 접착제, 방향제, 부동액 5개 품목에 대해 특정 화학물질이 일정 함량 이상 함유된 액상 제품만 어린이보호포장이 의무화다. 그러나 실제 어린이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루·에멀션·젤형 생활화학제품은 어린이보호포장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또한 캡슐형 합성세제 등 안전사고가 다발하는 제품도 제외되어 있고 조리기구·식기 세척제, 자동차 연료첨가제, 착화제 등도 제외 대상이다. 이들 제품들은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3년간(’15년~’17년) 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 시스템(CISS)에 접수된 생활화학제품 관련 만 14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 총 200건 중 만 5세 미만 어린이 안전사고가 179건(89.5%)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자료: 소비자원

사고다발 품목은 세정제가 69건(34.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방향제(31건, 15.5%), 습기제거제(29건, 14.5%), 합성세제(19건, 9.5%) 등의 순이었다. 사고유형은 음용 155건(77.5%), 안구접촉(39건, 19.5%), 피부접촉(4건, 2.0%) 등이었고, 위해부위 및 증상은 소화기계통 장기손상 및 통증(153건, 76.5%), 안구손상(38건, 19.0%), 피부손상(7건, 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5세 미만 어린이 안전사고 비율이 높은 이유는 생활화학제품에 어린이 안전포장이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전국 만3~4세 어린이를 양육중인 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96명(59.2%)가 녀가 스스로 생활화학제품 용기를 개봉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개봉한 생활화학제품은 세제류(32.4%), 접착제류(23.5%), 방향제류(16.6%), 염료·염색류(7.0%) 등이었고, 내용물 형태(제형)는 젤·에멀션형(28.6%), 액상형(27.2%), 가루형(17.9%)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자녀가 스스로 생활화학제품을 개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부모 296명 중 202명(49.4%)은 단순개봉으로 끝난 반면, 149명(36.4%)의 자녀는 내용물을 쏟는 등 사고위험에 노출됐고, 58명(14.2%)의 자녀는 피부접촉 또는 음용 등으로 가정 내 응급조치나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조치나 병원치료를 유발한 생활화학제품은 방향제류(19건, 32.8%), 세제류(13건, 22.4%), 접착제류(6건, 10.3%) 등이었다. 형태(제형)는 젤·에멀션형(22건, 37.9%), 가루형(18건, 31.0%), 캡슐형(7건, 12.1%) 등이 많았다. 사고유형은 피부접촉이 37건(63.8%)으로 가장 많았고, 흡입·음용(19건, 32.8%), 안구접촉(2건, 3.4%)의 순이었다. 이들 제품들은 어린이 안전포장에서 제외된 것들이다. 따라서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포장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원의 지적이다.

▲ 합성세제 역시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안전사고 사고다발 품목 중 하나지만 해외와 달리 어린이안전포장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사진: 소비자원)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화학물질을 인체 유해성에 따라 분류하고 급성독성, 피부부식성, 특정표적장기독성, 흡인유해성 등을 가진 화학물질이 일정 함량 이상 포함된 모든 소비자제품은 품목 및 내용물의 형태(제형)와 상관없이 어린이보호포장을 의무화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어린이 안전 확보를 위해 환경부 등에 어린이보호포장 대상 생활화학제품의 확대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소비자의 경우 가정 내 생활화학제품은 어린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고 어린이보호포장 제품은 사용 후 반드시 다시 밀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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