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기간제 근로자의 기대권 첫 인정…정당한 사유없이 해고는 부당해고

▲ 서울고등법원 전경

[컨슈머와이드-김하경 기자] 2년 계약 만료 후 계약직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계약이 만료된 기간제 노동자라도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할 수 없고,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권'이 법적으로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노동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A비영리재단과 계약기간이 만료돼 해고된 기간제 근로자 장모씨를 구제해준 판정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 대해 원소 패소 판결을 지난 10일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계약의 남용을 방지해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며 기간제법 시행으로 근로자가 재계약을 기대할 정당한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특히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나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해온 사정이 없더라도 기간제 노동자이기만 하면 이를 갱신할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장씨는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했고, 앞선 3명의 기간제 근로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을 고려하면 장 씨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런 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불구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장씨의 경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평가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드는 만큼 부당해고로 판단한 중노위 결정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결로 인해 계약이 만료됐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제 근로자가 부당하게 해고 당하는 일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특히 고용할 때 정규직을 약소한 기간제 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고용주는 보다 신중하게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0년부터 A재단에서 일하다 2년 뒤 계약기간이 만료 돼 해고 통보를 받은 장씨는 부당해고라고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해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A재단이 이에 굴복해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기간제 근로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고, 2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 갱신을 기대할 권리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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