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격 인상 꼼수 걸리자 우회...가격은 소비자가 정한다, 합리적 가치소비 보여줄 때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가격의 결정권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있다. 그런데 기업이 가격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려놓고 소비자에게 강요한다. 소비자들은 언제부터인가 수동적으로 강요에 휘둘리고 있다. 독과점이라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대안이 있는데 왜 기업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 따라야 하는가. 합리적인 판단에 가치를 두고 소비하는 것이 가치소비이자 소비자의 힘이다.
이른바 '치킨값 꼼수 인상' 논란으로 교촌치킨이 지난달 23일 순살 메뉴의 중량을 다시 늘리겠다고 백기를 든 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서울 일부 매장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에서 순살 메뉴 판매가격을 2천 원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허니갈릭순살·마라레드순살·반반순살 등을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에서 주문할 경우 2만 5천 원을 지불해야 한다. 가격을 인상한 매장 업주들은 순살 중량 원상복구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배달 수수료 부담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촌 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배달앱 가격 인상은 일부 가맹점주들의 자율적인 선택으로 배달앱 가격 책정과 관련해서는 본사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결정권을 기업이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교촌치킨 일부 매장의 가격 인상은 곧 전체 매장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순살치킨 가격은 기존 대비 2천 원 오르게 된다. 치킨값 꼼수가 막히자 우회하려는 것이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할까. 해결책은 간단하다. 국내에는 경쟁 치킨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순살 치킨을 판매하는 곳은 많다. 품질과 맛에 있어서 교촌치킨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교촌치킨의 순살 메뉴 없이는 못산다'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이참에 다른 브랜드 치킨도 먹어보자는 것이다. 가격이 비싼데 굳이 이 메뉴를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수입차 한 브랜드의 사례를 들어보자.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지프는 한 때 1만대 클럽에 입성할 만큼 국내 시장에서 잘 팔렸다. 소비자들이 지프 차량을 선호하자 이 업체는 돌연 판매가격을 1천만 원이나 인상했다. 6천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던 지프 랭글러는 7천만 원을 넘게 줘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품질이 1천만 원 가격인상분만큼 좋아지지도 않았다. 이후로 지프의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한 달에 고작 120여 대가 팔리는 처지가 됐다. 결국 연말까지 1천만 원을 할인해 판매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과연 터무니없는 가격에 돌아선 소비자가 다시 돌아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비슷한 시기에 판매량이 급등해 매년 1만 대 클럽에 입성하고 있다. 올해도 일찌감치 1만 대 판매를 넘어섰다. 품질, 안전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격을 누가봐도 합리적으로 책정한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과 품질면에서 우수한 차량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소비자들이 지금도 줄 서서 차량을 구매하고 있다. 인기 차종의 경우 차량 인도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소비자의 무기는 바로 구매다. 최근 합리적 가치소비가 대세로 자리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말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더 이상 비합리적인 가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가격을 결정해 시장에 내놓은 것은 업체이지만 그 가격이 합리적인지를 따져 물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다. 지금은 소비자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때다. 그것이 합리적 가치소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