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꽃에 무너진 양심...'성숙한 시민의식'도 바른 가치소비 정신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27일 밤 서울 세계불꽃축제가 진행된 가운데, 한강 교량에서는 불꽃을 보려고 불법 주정차하는 차들로 정체가 발생했다. 정체도 문제지만 1개 차선에서 시작된 불법 주정차는 어느새 2개 차선으로 늘어나 한강 교량은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이기주의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시민의식의 민낯이다.
이날 세계 불꽃축제에 앞서 경찰은 불꽃을 보려고 한강 교량이나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에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에 대해 견인 등 강력한 단속을 예고했다. 기자가 찾은 한강 교량은 월드컵 대교다. 이미 오후 7시 월드컵 대교 인도에는 불꽃을 보려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무질서하지는 않았다. 자전거와 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끔 공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불꽃 축제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당히 질서가 있어 보였다.
문제는 월드컵 대교를 건너가는 차들이었다. 월드컵 대교에서는 경찰차가 보이지 않았다. 오후 7시 20분 불꽃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월드컵 대교 차량은 정체 없이 순조롭게 건너갔다. 그런데 불꽃축제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차 한 대가 불법 주정차를 하니깐 갑자기 그 뒤로 차들이 줄지어 불법 주정차를 하기 시작했다. 1개 차선에서 시작된 불법 주정차는 어느새 2개 차선으로 늘어났다.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올림픽대로에서 월드컵 대교로 진입하는 차들이 불법 주정차한 차들을 피하려다 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대교는 아수라장 일보직전이었다. 경찰차가 등장한 것은 오후 8시 5분쯤이다. 예고와 달리 경찰은 단속 대신 계도를 했다. 그렇다 보니 대교 위는 좀처럼 불법 주정차 정리가 되지 않았다. 결국 8시 20분쯤 경찰차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날 불법 주정차를 한 시민들에게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불사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다. 월드컵 대교 역시 불꽃을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드는 장소 중 하나다. 이미 경찰도 알고 있다. 불꽃축제가 시작되면 대교 위에 달리던 차들이 불법 주정차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대교 위에 경찰차 한 대도 배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예고를 한 것처럼 단독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계도에만 집중한 것도 문제다. 단속한다고 했으면 단속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공권력이 제힘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 시민의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자신의 이익이 아닌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것에 가치를 둘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성숙한 시민의식과 가치소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