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치소비③ 로코노미로 상생 가치소비...식품업계의 지속가능한 동반 성장
편집자 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비한다. 시간을 소비하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해서 사람을 소비의 동물이라고도 말한다. 예전 소비는 말그래도 소비였다.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향, 좋아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을 취미 등으로 불렀다. 그런데 최근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소비에도 가치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대중교통 이용 ▲다른 사람을 위한 기부, 나눔 등에 가치를 둔 소비부터 예전에는 취미, 취향으로 불렸던 것들에 가치를 둔 소비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비교해 가장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 등이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가치소비다.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 등 ESG 경영이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 실현 및 소비다. 특히 기업의 행위는 즉각적으로 소비자의 가치소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바로 대표적인 예가 로코노미다.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로코노미 열풍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젠 지역명이 곧 상품의 가치를 높인다. 지역명이 있는 제품에 가치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로코노미의 핵심은 바로 지역 농가와의 상생이다. 특히 오뚜기, 대상, CJ프레시웨이, 풀무원 올가푸드, 동원홈푸드 등 국내 식품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 식품업체들이 대거 지역 농가와 상생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업의 가치 실현이자 소비다.
오뚜기는 로코노미를 선도하는 식품 기업 중 하나다. 오뚜기는 국내 농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농가와 협력 하에 ‘한국농업 상생발전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한국농업 상생발전 프로젝트는 지난 2022년 오뚜기가 국내 농가의 생산성 제고 및 상생 발전을 위해 기획한 것이다. 오뚜기를 중심으로 오뚜기 라면, 오뚜기제유 등 관계사가 태스크포스팀(TFT)을 함께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산 농산물 사용 확대 ▲계약재배 ▲국산 종자 사용 등을 핵심 과제로 선정해 농가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오뚜기는 논산, 이천 등 국내 농가와 협력을 맺고, 국산 농산물을 사용한 제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 2023년 김천 자두와 논산 딸기를 활용한 ▲Light Sugar 2종(자두쨈·딸기쨈), 창녕산 마늘을 활용한 ▲창녕갈릭 소이소스, ▲원물발효식초 2종(이천쌀로 만든 막걸리식초, 청송사과로 만든 순사과 식초), 제주산 비트를 원료로 사용한 ▲스리라차와 마요네스가 만난 매코매요, 국산 사과를 넣은 ▲애플시나몬쨈, 기존 수입 원료 대신 국산 생물대파로 원료를 국산화한 ▲대구식쇠고기육개장 등이다.
지난해에는 신제품(7종)에 연간 기준 국산 농산물 114톤을 사용했다. 청송 사과 과육을 사용한 ▲Light Sugar 사과쨈, 청송사과와 논산딸기를 넣은 ▲달콤함에 빠진 붕어빵 2종(애플파이, 딸기크림), 울릉도 특산품 늙은 호박을 재료로 한 ▲오즈키친 울릉도 호박죽, 국산 대파를 넣은 ▲지역식 국물요리 2종(서울식 차돌대파육개장, 제주식 흑돼지김치찌개), 국산 양배추로 만든 ▲한컵 코울슬로 등이다.
국내 농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계약재배도 매해 늘려가고 있다. 컵밥, 간편식류 등에 활용되는 쌀, 양파, 대파, 고추 등 농산물 계약재배 물량은 2022년 대비 2024년 약 847% 증가했으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계 계약 재배량이 2만 8천여톤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쌀 계약 물량이 1,350톤 증가했다. 전북 농가에서 생강 약 30톤을 신규로 계약재배하며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종자주권 확보를 위한 국산 종자 개발에도 나섰다. 2023년 3월 국립종자원의 맞춤형 종자 교육에 참여한 바 있으며, 2023년부터 양파, 딸기 등 국산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지난해부터 양파 5품종에 대한 국산종자 가공 적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도와 지역 상생을 위해 2021년 론칭한 제주 특화 브랜드 ‘제주담음’을 통해 ‘제주 청귤 마말레이드’를 선보였다. 이번 제주 청귤 마말레이드는 제주도 제철 시즌의 청귤을 과육뿐 아니라 껍질까지 활용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컨슈머와이드의 취재에서 "지난 2022년 국내 농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시한 프로젝트로,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통해 국산 농산물 사용 확대, 계약 재배 등을 매년 적극 실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가, 소비자 등과의 상생을 추구하며, 미래 한국 농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상그룹(이하 대상)도 로코노미 선도 기업이다. 청정원은 최근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상생브랜드 제품으로 ‘청정원 제주계란’ 2종을 출시했다. 대상은 이번 신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제주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차별화된 상생브랜드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지역과 기업 간 상생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청정원은 이천 쌀로 만든 죽과 수프, 고추장, 카레 등 수입 밀가루 대신 국산 쌀을 이용한 다양한 식품도 선보이고 있다. 대상은 앞으로도 기업과 지역사회의 동반성장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도 지역 농가 상생 대표 식품 기업이다. CJ프레시웨이의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맛남상생’ 캠페인이다. 맛남상생은 ‘양방향 로코노미’를 취지로 하는 지역경제 상생 프로젝트로 제철 국산 농산물을 셰프와 로컬 맛집과 협업해 급식 메뉴로 개발하고, 구내식당·휴게소 등 푸드서비스 현장에서 운영해 특별한 식사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충남, 제주, 강원 등 다수 지자체와 협력해 산지에서 공급받은 농산물 약 2700t을 전국 180개 급식장에 유통했다. 또한 최근 1년간 충남 서산의 감자·양파, 부여 수박, 청양 버섯, 제주의 월동 무·당근·양배추 등이 20여 종 급식 메뉴로 재탄생했다. 지난달 CJ프레시웨이는 충남 당진의 감자밥과 ‘꺼먹지 맥적구이’를 새롭게 선보였다. CJ프레시웨이의 대표 메뉴는 ▲서산 감자들깨칼국수 ▲부여 수박막국수 ▲청양 버섯전골 ▲제주 양배추돈가스가 있다. 앞으로도 CJ프레시웨이는 푸드 서비스와 지자체 협업 모델을 고도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건강한 먹거리 문화 확산에 힘쓸 계획이다.
풀무원 계열의 ‘일상의 프리미엄 브랜드, 올가홀푸드’(이하 올가)의 로코노미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지역 농산물 판촉을 지원하고 우수한 품질의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경상북도 의성군과 ‘친환경 농산물 생산·판매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복숭아, 자두 등 의성의 제철 특산물을 재배하는 우수 농가와 직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지역 농산물의 특화 개발과 판로 확대를 함께 추진해 왔다. 올가는 올해 경북 의성군과 함께 제철 농산물의 신선함을 전하는 ‘진심 담은 의성군 농산물 특별전’을 최근 전국 올가 오프라인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 ‘샵풀무원’에서 개최해 품질 인증 농가에서 저탄소 인증 농법으로 재배한 복숭아와 자두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했다. 올가는 앞으로도 지역 농가와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농산물의 소비 확대를 통해 지속 가능한 먹거리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과 연간 최대 4천 톤 규모의 농산물을 공급받는 업무 협약을 맺으며 농가상생 프로젝트를 시작한 동원홈푸드는 최근 농가상생 프로젝트의 두 번째 사업으로 충청남도 서산시와 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었다. 동원홈푸드는 서산시에서 감자, 양파 등을 일부 구매해 왔다. 올해 최대 2천 톤 이상의 농산물을 구매할 계획이다. 동원홈푸드는 이번 MOU를 계기로 서산시 지역 농가와 점진적으로 교류를 확대해 올해 말까지 서산에서 재배되는 마늘, 양배추, 대파, 생강, 달래 등 특산물 구매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