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속 노화와 건강 가치소비, 빠른 시대의 현명한 느린 유행
[컨슈머와이드-장하영 기자] ‘저속 노화’라는 말이 이제 모두에게 익숙해졌다. 피할 수 없는 노화라고 해도 더 천천히, 더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자는 흐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기성 미디어에서도, 기사에서도, 유튜브에서도, 그리고 이제는 편의점과 마트 등 소비 일차 전선에서도 저속노화라는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저속 노화 트렌드를 살펴보면 건강 가치소비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짧고 강한 즐거움을 위한 소비 대신 건강을 위한 식사와 운동, 삶의 가치관을 지키는 가치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저속노화는 하나의 사회적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검색량과 관련 키워드의 증가, 식품 등 관련 판매를 보면 ‘유행’의 증거를 보여준다. 유행은 때로는 의미 없는 과소비와 허무함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저속노화는 다르다. 별 생각 없이 유행이어서 따라한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다. 자극적인 매운 맛, 지나치게 단 맛 등의 유행과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것에 가까웠던 극단적 다이어트 유행들과는 다르다. 저속노화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에 가깝다. 지속적인 운동과 자극적이지 않고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챙기는 습관이다.
가치소비와 연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점은 저속노화를 ‘소비’의 영역에서 봤을 때 비용적 측면이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요즘, 채소와 견과류, 잡곡밥 등으로 구성된 저속노화 식단을 보면 합리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식품들이 아니어서 접근성도 높아 실천하기 쉽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에게도 매력적이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건강 가치소비는 운동에서도 보인다. 2030 세대의 직장인들의 운동 참여율은 상승하고 있으며 미용적인 체중감량 뿐 아니라 노화속도를 늦추고 체력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저속노화와 건강 가치소비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기도 하다.
숏폼 영상처럼 자극적이고 짧은 즐거움이 일반적인 시대에 저속노화라는 유행은 오히려 시대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귀하다. 순간적으로 도파민을 채울 수 있는 대도파민의 시대에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을 소중히 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가 노화한다. 모두가 직면하는 ‘어떻게 늙을 것인가’의 질문 앞에서 저속노화와 건강 가치소비는 멋진 대답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큰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