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백화점 판매 노동자들 “노동자도 사람이다. 냉방 차별 중단하라”...백화점의 말 뿐인 상생·ESG 현실

2025-07-31     전휴성 기자
백화점 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원들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컨슈머와이드 전휴성 기자

[컨슈머와이드-전휴성] “노동자도 사람이다. 냉방 차별 중단하라”, “ 백화점 원청은 즉각 영업 준비 시간에 에어컨을 가동하라” 31일 오전 1030분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백화점 면세점 판매 노동자들이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들이 현장에 나온 이유는 백화점의 고질병 중 하나인 냉방 차별 때문이다. 백화점 면세점 판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백화점 면세점 판매 노동자 출근했을 때 법정 온도인 26도를 맞춰달라는 것이다. 백화점들은 냉방 차별을 하면서 겉으로는 상생, ESG 경영 등을 운운하고 있다. 과연 이같은 백화점의 냉방 차별 정책에 대해 상생, ESG 등에 가치를 두고 있는 가치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착한 소비 즉 가치소비의 의미가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백화점 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 제곻
백화점 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원들이  신세계 백화점 본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컨슈머와이드 전휴성 기자

백화점 면세점 판매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백화점 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이하 노조)가 공개한 전국 주요 백화점 매장의 오픈 전 근무 환경은 충격적이다. 노조가 지난달 13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주요 백화점 오전 930분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결과 실내 온도는 법정 실내 온도인 26도를 넘는 매장이 36.7%, 28도를 넘는 곳도 9.9%나 됐다. 체감 온도는 더 심각했다. 26도를 넘는 매장이 62.7%, 28도를 넘는 매장이 15.5%나 됐다. 백화점별로 보면 우선 실내 온도 26도 초과의 경우 AK백화점은 90.9%, IFC60%, 신세계 백화점은 47.5%, 갤러리아 백화점 55.6%였다. 현대백화점은 이중 가장 적은 27.3%였다. 28도 초과의 경우 AK백화점 27.3%, 신세계백화점 11.4%, 갤러리아백화점 27.8%, 현대백화점 7.1%였다. IFC몰만 28도를 넘지 않았다. 실내 온도가 이모양이니 체감온도는 더 심각했다. AK백화점은 100%, IFC40%, 신세계 백화점은 58..6%, 갤러리아 백화점 61.1%, 현대백화점 48.5%였다. 체감온도 28도 초과의 경우 AK백화점은 45.5%,, 신세계 백화점은 15.7%, 갤러리아 백화점 11.1%였다. 현대백화점은 이중 가장 적은 12.1%였다. 노동자들이 고객이 없는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더위에 방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김소연 위원장 ⓒ컨슈머와이드 전휴성 기자

김소연 위원장은 기조 발언을 통해 “2025년에도 여전히 백화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비인권적인 처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백화점의 즉각적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백화점의 정규 영업시간은 오전 1030분부터 오후 8시까지이지만, 실제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은 훨씬 더 많다. 백화점은 영업장이자 동시에 작업장이다. 고객의 쾌적한 쇼핑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노동자가 영업 전후로 더 바쁘게 작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시간 동안 노동자들은 보호 조치 없이 고온의 환경에 방치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백화점이 최상의 영업장 환경을 요구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 냉방을 제공하지 않는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면서 전국의 백화점에서 오전 9시 반에 출근하여 뜨거운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며 "에어컨을 켜주세요"라는 요구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백화점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 동안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냉방을 가동해야 한다. 지금 바로 백화점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의 폭염 속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이 요구는 단순한 노동환경 개선을 넘어서, 기본적인 인권과 존중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비스연맹 김광창 위원장 ⓒ컨슈머와이드 전휴성 기자

서비스연맹 김광창 위원장은 백화점면세점 노조에서 실내 온도를 측정하는 걸 알고 나서 다급하게 에어컨을 가동하는 백화점이 있다고 들었다. 조사 기간이 끝나자마자 다지 영업 준비 시간에 에어컨을 끄는 백화점도 있었다고 들었다. 백화점 원청 이 좀 많이 치사스럽지 않냐, 백화점 원청으로서 격이 떨어져 떳떳하지 못하고 남부끄럽지 않냐면서 백화점이 자신의 일터인 노동자가 한 백화점마다 수백 수천 명이다. 그중에 직접 고용된 원청 노동자는 아마 5% 내외일 것이다. 절대 다수는 하청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9시 반에서 10시 반 사이에 영업 준비 시간에는 원청 하청 가릴 것 없이 모든 노동자가 다 출근해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원청 직원인 노동 공간에 사무실에는 에어컨 틀지 않냐. 그런데 왜 절대다수 노동자가 일하는 노동 공간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더위에 혹사시키냐고 질타했다.

이어 이것은 원청 백화점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다. 협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다. 우리는 매출 기계가 아니라 우리도 사람이다면서 누가 쓰러지지 않으면 별 문제 없다는 이 후진적 노동 관행 백화점에서 탈피해야 안전한 노동 환경을 보장해야 할 사회적 책무와 원청으로서의 의무가 없다. 이것을 바로 지켜야 한다. 백화점 원청은 즉각 영업 준비 시간에 에어컨을 가동하라고 요구했다.

 록시땅코리아지부 나윤서 지부장 ⓒ컨슈머와이드 전휴성 기자

나윤서 록시땅코리아지부장은 작년에도 저희는 백화점의 폭염 실태를 조사하고, 그 문제를 알린 바 있다. 해마다 여름은 더 더워지고 있지만 올해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폭염이다. 기후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고 폭염은 그야말로 기록적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백화점 현장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작 일하는 사람을 위한 냉방은 고려되지 않고, 고객의 쇼핑 환경만 우선되는 구조가 계속 되고 있다면서 어떤 백화점은 기후위기를 핑계로 냉방을 줄이기도 한다. 기후위기가 정말 걱정된다면, 노동자에게서 에어컨을 빼앗을 게 아니라 정기휴점을 늘리고, 연장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2022년 기준으로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이 일요일마다 쉰다면, 무려 3천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절약된다고 한다. 냉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폭염 속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노동조건이다. 백화점 노동자도 똑같이 덥다. 백화점 노동자도 사람이다. 에어컨 바람도, 똑같이 누릴 권리가 있다호소했다.

클라랑스코리아지부 임해연 지부장 ⓒ컨슈머와이드 전휴성 기자
샤넬코리아지부 한채윤 지부장 ⓒ컨슈머와이드 전휴성 기자

클라랑스코리아지부 임해연 지부장과 샤넬코리아지부 한채윤 지부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백화점 판매서비스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몸을 움직이고, 활발하게 일하는 시간은 아직 매장이 오픈하지 않은 930분부터다. 매장을 청소하고, 재고를 정리하고, 물품을 진열하는 육체노동을 할 시간에 백화점은 냉방을 가동하지 않는다. 어떤 회사라도 노동자가 출근하면, 마땅히 냉방을 가동한다. 사무직도, 은행도, 공장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를 위해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오로지 고객을 위해서만 에어컨을 트는 회사는 이 더위에 백화점뿐이라면서 협력업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관장하는 것은 백화점 원청이다. 백화점 사용자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마땅히 노동환경을 개선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백화점들은 쾌적한 쇼핑 공간의 그림자 속에 땀을 흘리는 노동자들을 방치하고 있다. 우리는 백화점들에게 분명히 요구한다. 백화점은 영업 준비시간 및 고객이 없는 시간에도 노동자를 위해 즉각 냉방을 가동하고, 백화점은 노동자들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백화점은 협력사 노동자들에게 원청 사용자로서의 마땅한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