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치소비② 로코노미로 상생 가치소비...유통편
편집자 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소비한다. 시간을 소비하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해서 사람을 소비의 동물이라고도 말한다. 예전 소비는 말그래도 소비였다.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취향, 좋아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을 취미 등으로 불렀다. 그런데 최근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소비에도 가치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대중교통 이용 ▲다른 사람을 위한 기부, 나눔 등에 가치를 둔 소비부터 예전에는 취미, 취향으로 불렸던 것들에 가치를 둔 소비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비교해 가장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합리적 소비 등이 소비자들의 대표적인 가치소비다.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 등 ESG 경영이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 실현 및 소비다. 특히 기업의 행위는 즉각적으로 소비자의 가치소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바로 대표적인 예가 로코노미다. 식품에 이어 두 번째로 유통업계의 로코노미 상생 가치소비를 다룬다.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로코노미 통한 가치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이에 발맞춰 유통업계가 지역 농가에서 팔리지 않는 농수산물을 매입해 선보이고 있다. 기업 잎장에선 새로운 수칙 창출과 함께 지역을 살리는 상생 등 대표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효과까지 챙길 수 있다. 지역은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이자 확대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기회다. 소비자 입장에선 상생 등 착한 가치 소비를 할 수 있다.
통계청 농작물생산조사에 따르면, 매년 국내 농산물의 약 10~15%가 외형 불량 등의 이유로 폐기된다. 특히 사과의 경우 지역에 따라 폐기율이 최대 15%에 달한다. 지역 농가에서 팔리지 않는 농수산물을 매입해 선보이는 로코노미 유통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몇 해 전부터 못난이 사과 등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판매를 못 하는 과일 등을 매입해 농가를 지원해 왔다. 최근에는 수요 부진, 내수 불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감귤, 딸기 등 지방 농가 생산 과일을 매입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지역 농가는 경영에 숨통을,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과일을 구매할 수 있다. 쿠팡은 지난 2월 바나나, 사과, 오렌지 등 19개 과일 품목을 약 600톤 매입해 할인 판매했다. 3월에는 전국 지방 농가에서 딸기 177톤, 참외 167톤, 감귤 110톤 등 과일 1천 톤 이상을 매입했다. 매입한 과일은 당월 과일 할인 기획전으로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했다. 6월에는 영주, 안동, 봉화, 예천 등 경북 지역에서 생산된 ‘못난이 사과’ 약 200톤을 매입했다. 쿠팡은 못난이 농산물 소비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못난이 사과에 땅콩버터를 조합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도 쿠팡은 다양한 지역 농산물에 대해 가치 소비형 제품 기획을 확대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치소비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컬리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전국 농가에서 일명 못난이 채소류를 매입해 ‘제각각’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제각각에서 판매 중인 채소류는 모양은 다소 투박해도 맛과 품질은 전혀 문제가 없는 가지, 애호박, 버섯, 당근, 깐마늘 등 이달 기준 총 16종이다. 컬리의 제각각은 지역 농가에 경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 제각각에서 판매하는 못난이 채소류들은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 중인 컬리 자체 브랜드 KF365의 동일 상품과 비교 시 평균 30%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제각각은 상생 효과도 탁월하다. 전체 생산량 약 10~30%에 달하는 못난이 농산물 폐기하는 대신 판매해 생산자와의 상생 효과가 크다. 소비자는 합리적 가치소비를 할 수 있다.
G마켓은 최근 양파 생산량의 증가와 소비 부진으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돕기 위해 지난 6월 전라남도 무안군 양파 농가 지원을 위한 특별전을 진행했다.
SSG닷컴은 지난 5월 경북 문경 특산품인 사과로 만든 롤케이크와 단호박스프를 단독 상품으로 내놨다. 이는 지역 경제를 살리는 로코노미 사례다. SSG닷컴은 전국 각 지역의 특산품을 다양한 제품으로 개발해 온라인 판로 개척에 힘쓸 계획이다.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로코노미 사례가 나오고 이다. 이마트는 최근 경북 영덕군의 특산물 붉은대게를 활용한 상품을 선보였다. 이마트는 이 상품을 위해 연간 7톤 가량의 영덕 붉은대게 원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바꿔 말하면 영덕군은 연간 7톤 가량의 영덕 붉은 대게 판매처가 생긴 셈이다. 이마트의 지역 상생 정책은 통했다. 지난 3월 16일 출시 이후 4월 16일까지 피코크 붉음 대게칩은 약 3만 개가 판매되며 출시 한달여 만에 연간 목표치의 30%를 넘어섰다. 피코크 게딱지맛 볶음밥은 출시 이후 3주 동안 2천100개가 팔렸다. 또한 이마트는 전국 팔도 특산물 김치 프로젝트의 첫 번째 상품으로 강화도 특산물인 순무를 활용한 피코크 인삼순무김치를 선보였다. 이마트는 앞으로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지속적으로 발굴활 예정이다.
편의점도 로코노미 가치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CU는 강원도 '두백 감자'로 만든 도시락·햄버거·샌드위치 등 간편식 5종을 출시했다. CU는 판매가 안 되는 제주 노지 감귤을 약 546톤 대량 매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농가는 추가 소득을 얻고, CU는 '생감귤 하이볼'이라는 메가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이마트24는 6월 경남 산청군 부추, 하동군 토마토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김밥·샐러드·샌드위치·도시락 등 간편식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월 나주 추황배를 사용한 ‘세븐셀렉트 추황배에이드’를 출시해 현재까지 누적 판매 수량 850만 개를 기록했다. 지역 농가로부터 매수한 농산물은 150톤을 넘어섰다. 이어 최근 고흥군에서 선별한 프리미엄 유자를 활용한 PB 세븐셀렉트 유자에이드를 출시했다. 아울러 지난 2021년 8월부터 농촌진흥청과 연계해 전국 강소농 및 청년농부가 재배한 농산물로 세븐셀렉트 PB파우치에이드음료 10종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TV홈쇼핑 업계도 로코노미 가치소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롯데홈쇼핑은 경남 거창군 전체 사과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못난이 사과를 아름아리' 브랜드로 상품화했다. 이 상품은 지난 1월 1일부터 6월 24일까지 350톤이 판매됐다. 이는 롯데홈쇼핑 전체 과일 중 주문 건수 1위를 기록했다.
로코노미 가치소비는 기업에 입장에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상생 즉 ESG 경영 사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출 증대라는 현실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 농가는 대규모 직매입 루트를 확보해 이전보다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올해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거래를 지속해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 소비자는 농가를 살리는 가치와 합리적인 소비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최근 소비에도 가치를 부여한 가치소비가 트렌드를 넘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로코노미 가치소비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