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SKT, 고객 보상 “잡은 물고기에는 미끼 주지 않는다 더니"...고객 이탈 가속되나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SK텔레콤(이하 SKT)이 4일 오후 2시 민관합동조사단의 종합 조사결과 발표 이후 2시간 30분 만에 고객 보상안을 내놨다. 역대급 해킹 사고에도 불구하고 믿고 기다려 준 고객에 대한 보상안인데, 다소 실망하는 고객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약금 면제로 인한 금전적 혜택보다 고객 보상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이번 고객 보상안이 SKT 이탈을 부추길 수도 있다.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합리적 가치소비가 중요해진다.
4일 오후 4시 30분 SKT 타워 4층에서 진행된 긴급 기자회견에서 유영상 SKT 대표는 ”믿고 기다려준 고객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5천억 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고객 감사 패키지 즉 고객 보상을 보면, 우선 8월 통신 요금을 50% 할인해 준다. 할인을 받기 위해 따로 신청할 필요가 없다. 자동으로 8월 통신 요금이 50% 할인돼 가입자에게 통지된다. 또한 8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간 매월 데이터 50GB가 요금제와 상관없이 전 가입자에게 제공된다. 이 역시 별도의 신청이 필요업다. 자동으로 적용된다. 멤버십 혜택은 확대된다. 외식, 카페, 편의점 등 가입자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 3개를 매달 선정해 각각 열흘씩 50% 이상 할인 혜택이 제공한다. 멤버십 혜택은 연말까지다.
문제는 통신 요금 50% 할인과 매월 데이터 50GB 제공이다. SKT에서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 월 8만 원 이상 요금제는 이미 데이터가 완전 무제한이다. 매달 제공되는 50GB가 필요가 없다. 통신비 할인도 보면 8만 원의 50%는 4만 원이다. '와 4만 원이나 할인되나' 싶겠지만 선택 약정 할인을 받는 경우 5만 원대다. 여기서 50%를 할인해 주면 2만 5천 원 정도 할인을 받는 것이다. 이탈을 선택한 가입자는 위약금 면제로 적어도 10만 원 이상의 금전적 혜택을 본다. 반면 저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은 매달 50GB를 제공받기 때문에 이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게임 또는 OTT 시청을 즐겨하지 않는 한 20GB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실 통신 요금의 50% 할인은 통신 업계에선 파격이다. A 대리점 관계자는 ”SKT가 통신 요금 50%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한 건 역대급 혜택이다. 지금껏 통신 요금 50% 할인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SKT 고객들은 이번 보상에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SKT 장기 고객인 B(40대, 여성 , 직장인) 씨는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 중인데 매달 50GB를 준다고 한다. 차라리 통신 요금이나 더 할인해 주는 것이 현실적 보상“이라고 꼬집었다.
C(40대, 남성, 직장인) 씨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보상은 없다. 그러나 보상에 만족시킬 수는 있다“라면서 ”데이터가 필요 없는 고객에겐 통신 요금 할인 기간을 늘려주거나, 데이터가 필요한 고객에겐 통신비 할인 대신 데이터 제공 기간을 늘려주거나 하는 식으로 고객이 보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D (40대, 여성, 직장인) 씨는 ”나름 보상에 기대를 했는데 실망했다. 그래도 지금껏 믿고 기다려 줬는데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 ”위약금 면제 됐는데 타사로 번호 이동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 (30대, 여성, 직장인) 씨는 ”멤버십 할인 확대도 이용해야 혜택이다. 요즘 불경기로 주머니 상황이 좋지 않아 외식도 거의 못하고 있다“라면서 ”차라리 통신 요금 할인이나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T는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혜택도 마련했다. 이탈했지만 SKT로 다시 돌아오는 가입자에게 기존 가입 연수, 장기고객 혜택, T 멤버십 등급 등을 이탈전으로 되돌려 제공한다. 또한 오는 15일 재가입하는 가입자에게는 위약금 환급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