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사들 반발로 다이소 건기식 침몰 직전.. '나무 말고 숲을 봐야'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아니 약국이라는 큰 산에 부딪혀 침몰 직전이다. 약사들이 제약회사들의 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전문 의약품을 판매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건기식이다. 건기식은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제약회사 불매 운동 등 협박으로 소비자들의 건기식 구매 선택권을 차단했다. 기득권의 집단 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소비자는 합리적 가치소비를 원한다.
사실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는 파격 그 자체였다. 다이소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매장 200곳에서 일양약품과 대웅제약의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조만간 종근당건강도 판매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저가 정책을 유지하는 다이소의 특성상 한 달 치 건기식 가격은 3천~5천 원으로, 약국과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던 제품과 비교해 매우 저렴하게 책정됐다. 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제약사들이 약국보다 저렴하게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는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에 건기식을 납품하는 제약사에 대해 불매 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제약사들은 다이소 건기식에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약국이 오프라인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식으로 하면 오프라인 시장 주도권을 확보·유지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일례로 다이소에서는 화장품도 판매한다. 화장품의 오프라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올리브영, 백화점 등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에 대해 불매운동 등 격한 반대에 나서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백화점, 올리브영 등에서 판매하는 용량과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럭셔리 화장품 등은 아예 다이소에 입점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다이소에는 다이소 전용 화장품이 판매되고, 기존 유통망에는 기존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 가격이 3천~5천 원이지 기존 유통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존 용량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동일한 화장품이라고 해도 용량이 다르다. 용량을 따져보면 다이소 화장품이 더 비쌀 수 있다.
사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이전 화장품 브랜드에서 나오던 화장품 샘플(견본품)과 유사하다. 용량이 적은 제품에 가격을 붙여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3천~5천 원에 화장품 샘플(견본품) 용량 정도의 화장품을 사용해 본 뒤 만족 시 올리브영, 백화점 등에서 정품 용량을 구매할 수 있다. 다이소용 전용 제품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은 구색 갖추기다. 다이소에서 화장품이 불티나게 판매되다 보니 소량의 화장품 제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또한 기존 시장에서도 낮은 가격대로 형성된 색조 화장품이 주를 이룬다. 또는 핸드 크림, 바디 크림 등 기초 화장품과 같은 주력 품목들은 없다.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때 성분, 제조사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한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그렇다면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은 어떤 방식인가. 이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3천~5천 원에 판매하는 건기식이다. 기존 약국 또는 이커머스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성분 함량이 다르거나, 성분이 같은 경우에는 약국 건기식 보다 비싸다. 종근당건강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기식이 절대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저렴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화장품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약사회는 무턱대고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소비자는 동일 성분·효능 건기식의 경우 비싼 건기식 제품보다 저렴한 건기식 제품을 찾기 마련이다.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은 소비자의 권리이지 유통 채널의 권한이 아니다. 다시 말해 건기식을 어디서 구매할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일이지 약사들에게 있지 않다는 소리다. 약은 법에 따라 약사에게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건기식은 아니다. 분명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건기식이 따로 있다. 그외의 건기식은 이커머스에서 취급하든, 다이소에서 판매하든 상관하면 안된다. 이는 월권이다. 약사에게는 이를 막을 권한이 없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집단행동을 하면 안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