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리털 넣고 구스” 이젠 대기업 구스 패딩도 못 믿을 세상..100배 보상제 도입해라

2025-02-24     강진일 기자
ⓒ신세계톰보이 홈페이지 캡처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지난해 말 불거진 구스 패딩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논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브랜드에서도 구스 패딩 충전재 혼용률을 속이거나 아예 다른 충전재가 들어가 있는 제품을 버젓이 소비자에게 판매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패션업계가 썩을 대로 썩어 악취가 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어떤 브랜드를 믿고 구스 패딩을 구매해야 할지 의문이다. 판매한 업체는 환불해 주는 것으로 책임을 면피할 수 있겠으나. 이젠 보상제가 필요하다. 충전재 혼용률을 속이거나 다른 충전재를 넣어 판매하는 경우 판매 대금의 100배 보상해준다는 보상제 말이다.

구스 패딩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논란은 무신사에서 시작됐다. 한 소비자가 무신사에서 구매한 패딩제품의 패딩 충전재 혼용률이 허위인 것을 밝혀내자 무신사가 입점 브랜드 상품의 소재 혼용률 정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고 이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랜드는 후아유 구스다운 패딩 제품의 거위털 함량이 기준치에 미달돼 공식사과 및 해당 제품 판매중단, 회수조치에 나섰다.

ⓒ신세계톰보이 홈페이지 캡처

이번엔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브랜드 보브와 지컷에서 판매한 구스 다운 점퍼가 문제가 됐다. 보브가 2024년 겨울 시즌 생산한 9개 제품과 지컷이 동일 시즌 생산한 4개 제품 중 일부 제품에 거위털 대신 오리털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덕 다운을 구스 다운으로 속여서 판매한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 측은 신세계톰보이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 따르면, 문제가 된 제품은 전체 협력사 중 1곳인 A사에서 모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측에 시험성적서를 허위 제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 업체를 품질 관리 없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윌리엄 김 대표이사는 “A사를 신뢰하고 완제품에 대한 품질 검사를 소홀했다. 당사를 믿고 제품을 구입해 주신 고객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면서 전 임직원은 재발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 제품 제작 전 과정에서 단계별 품질 검증을 한층 강화하고 협력업체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등 품질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윌리엄 김 대표이사가 밝힌 것처럼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완제품에 대한 품질 검사에 소홀했다. 문제가 드러나자 이제서야 제품 제작 전 과정에서 단계별 품질 검증을 한층 강화하고 협력업체 관리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등 품질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질 검사를 대충해 왔다는 것인가. 그 동안 소비자에게 판매한 제품들은 이런식으로 품질관리를 해왔다는 것인가.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이런 일은 사전에 예방됐을 것이다. 품질관리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도 임직원들이 안일하게 대처하면 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한마디로 이번 논란만 잘 넘겨보자는 식의 대응으로 보인다.

정말 소비자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할 것이라면 뜬 구름 잡는 식이 아닌 보다 구체적인 개선책을 밝혀야 한다. 정말 내놓은 재발방지책에 자신이 있다면 이런 일이 재발했을 때 구매 금액의 100배 보상 등 보상제도 마련, 실행해야 한다

정부는 점점 확산하는 K - 패션에 대한 불신을 정책으로 잠재울 필요가 있다. 이처럼 충전재 혼용률이 다르거나 충전재를 속여 판매한 경우 과징금 부과 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대기업이 만들면 물어보지도 않고 믿는 시대는 이제 사라졌다. 대기업도 속여 파는 세상이 된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합리적 가치소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