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르포] 신진작가들의 ESG 작품 전시회 ‘손의 시간’ 관람해보니···문화 가치소비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한솥이 운영하는 한솥아트스페이스에서 신진작가들의 ESG 관련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오는 12월 1일까지 진행하는 ‘손의 시간’ 전시회에는 김윤아, 김태연, 김현희, 심지선, 정희기, 조혜진, 죽음의 바느질클럽 등 7팀 작가의 ESG 관련 순수 미술 및 공예, 인스톨레이션 등 60여 점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회 첫날인 25일 한솥아트스페이스를 찾아 ‘손의 시간’ 전시회를 통해 7명의 작가의 ESG 작품을 체험했다.
한솥아트스페이스에 대해서
한솥아트스페이스는 지난 4월 한솥이 강남구 청담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지하 1층에 마련한 전시장이다. 이 공간은 신진작가들을 위한 작품 전시장으로 운영 중이다. 이번 손으 시간 전시회가 4번째다.
한솥아트스페이스 김연경 디렉터는 “한솥아트스페이스는 올해 4월에 청담동에 본사 신사옥을 만들면서 지하 1층에 만들어진 문화 공간이다. 한솥은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라는 기업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 기업 철학하에 재능 있고 촉망받는 작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고, 이번 전시가 이제 네 번째 전시다”라고 밝혔다.
손의 시간 전시에 대해
김연경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지속 가능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의 최대 이슈다. 손과 시간을 통해서 살펴보는 전시다”라면서 “지속 가능성의 테마는 어떠한 바이오 신소재를 재사용하거나 아니면 버려진 플라스틱이나 아크릴을 어떤 기계적으로 재가공해서 만들어내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사람의 손과 어떤 시간의 궤적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 7팀이 어떻게 작가의 손으로 순전히 어떤 손해의 노동과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작품들로 우리가 지속 가능성을 좀 생각해 보는 자리를 갖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대형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김태연 작가가 버려지는 비닐봉지를 통해 만든 실로 직물을 짜서 제작한 작품(작품명 ‘the beginning where it all ends’(모든 것이 끝나는 시작‘)이다. 한사람이 빛을 잃은 태양을 쳐다보며 모든 것이 끝나는 시작을 목도하는 듯하다.
버려지는 비닐을 아트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시선이 옮겨진다. 김현희 작가의 ’보 시리즈‘다. 김작가는 한국 전통 보자기의 개념을 모티브로 해 비닐을 검은 색과 백색의 대비가 뚜렷한 추상작품으로 생명을 불어넣었다.
헌 옷으로 만든 작품도 인상적이다. 김윤아 작가의 <Good Citizen> 시리즈다. 김 작가는 헌 옷 수거함에서 직접 수거한 헌옷을 액체 상태의 도자기 점토에 적신 후 고온에서 구워내 도자기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에는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개인의 개성이 박탈당하면서 느끼게 되는 상실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윤아 작가의 작품 옆에는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가진 작품이 전시돼 대조를 이룬다. 바로 죽음의 바느질 클럽이라는 유쾌한 이름의 부부작가 ‘복태’와 ‘한군’의 작품들이다. 어딘지 익숙한 과자나 라면봉지, 음식이나 물건을 포장한 종이봉투, 무언가를 담기 위해 사용했던 손잡이가 주름진 비닐봉지들이 죽음의 바느질클럽 작가의 바느질을 통해 화려한 작품으로 변신했다. 죽음의 바느질클럽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다움을 담았다.
섬유를 기반으로 사진,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정희기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I Agree> 등 정희기 작가 작품에는 내면의 성찰과 함께 삶의 이야기가 정 작가의 부드러운 표면과 색감, 손의 흔적이 남은 바느질로 표출된다.
정희기 작가의 작품 옆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가 일부가 깨진 바구니, 망가진 의자, 바퀴가 빠진 장난감 등 망가진 생활용품, 장난감 등이 라탄을 활용해 새롭게 태어난 조혜진 작가의 <사물> 시리즈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들 작품을 보면 마치 우리의 삶을 보는 듯하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받아 망가진 마음의 일부분을 사랑으로 복원시켜 준다는 나만의 메시지를 받는 듯하다.
전시 마지막 작품은 주로 작업의 과정에서 버려지는 원단이나 실 등을 이용하여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이를 자신이 창조한 새로운 형태들로 변형시켜 부드러운 오브제 및 설치 미술까지 다양한 작업 세계를 펼치고 있는 심지선 작가의 작품이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My Own Garden>, <뿌리 없는 꽃> 등이다. 이들 작품에는 작업 후 벼려지는 캔버스 원단이 사용됐다.
‘손의 시간’에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서 사물의 지속가능성을 넘어 인간관계의 지속가능에 대한 중요함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애가 느껴지는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것은 문화 가치소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