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표시 사라지니, 너도나도 대충 가격표시…피해는 소비자 몫

▲ 화장품 가격표시제 완화 1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되고 있다. (사진: B드럭스토어서 세일 기간 중 표시한 가격표, 20~50%라고 할인율을 표시했지만 정작 이 매대에는 50% 할인된 제품은 없었다. 또한 10% 미만 제품도 있었다.(사진: 전휴성 기자)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최근 느슨해진 화장품 가격표시제로 마찰음이 생기고 있다. 가격표시와 다른 가격으로 결제를 하는가 하면, 애매모한 할인 가격 표시로 소비자에게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를 감독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제보자 A씨는 B 드럭스토어를 방문했다가 달라진 가격표시에 당황했다. 당시 B드럭스토어는 대대적인 할인행사 중이었다. 예전 같으면 각 제품마다 할인율과 할인된 가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가격표시가 되어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매대 상단에 20~50% (일부품목 제외)라는 대표 할인율을 붙여놓고는 정작 제품별에서는 할인된 가격만 표시되어 있었다. A씨는 자신이 사고자 하는 화장품의 할인율이 얼마나 되는지 현장에서 계산해야만 했다. 특히 그 매대에서는 50% 할인된 제품도 없었다. 결국 A씨는 매장 직원 도움으로 타 매대에 있는 50% 할인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 엔프라니는 화장품 대표가격을 1만원으로 표시해 놓고 정작 구매자에게는 1만8000원을 챙겨 사기의심행위논란에 휩싸였다.(사진: 제보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화장품 브랜드 엔프라니가 사기의심행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C씨는 목동 이마트에서 구매한 화장품이 현장 가격표와 달랐다. 당시 이마트 내 엔프라니측은 문제의 화장품을 1만원으로 표시해 놓고선 정작 계산할 땐 1만8000원을 받았다. 이 사실을 몰랐던 B씨는 귀가 후 영수증을 보고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그는 매장으로 달려가 환불하는 수고를 했다.

이처럼 애매모한 가격표시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화장품 가격표시제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모든 유통채널이 화장품에 실제 판매하는 가격표가 개별로 표시해야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매대에만 가격을 표시하거나 전시상품 앞에만 가격을 노출하면  화장품 가격표시제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받았다. 따라서 세일을 하든 하지 않던 소비자는 제품에 붙어있는 가격표시만 보면 됐다. 그러나 화장품 판매점·대형마트 등에서는 화장품에 일일이 개별 가격을 표시하면 추가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인력낭비도 심각하다며 화장품 가격표시제를 완화해 달라고 계속 건의했다. 결국 식약처는 소비자가 아닌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현재 화장품 판매점·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은 소비자가 화장품의 가격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 개별 가격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 B드럭스토어는 세일 기간 중 대표 가격표시에서 할인율을 제외시켜 얼마나 할인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없었다.(사진: 전휴성 기자)

그런데 문제는 일부 유통업체들이 이마저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A대형 할인마트는 매대에 가격표시를 해 놓고선 구매시 이와 상관없는 금액을 받는다던지, B드럭스토어처럼 정확한 할인율을 알기 위해 소비자가 일일이 계산기로 계산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화장품의 가격을 쉽게 알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 개별가격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을 마치 안지켜도 된다는 것처럼 확대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런대도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식약처의 입장이다. 식약처는 화장품법 상 가격을 표시해 놓은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가격표시와 달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거래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식약처의 소관도 아니라며 책임 떠넘기기까지 하고 있다. 다시 개별표시를 고려도 하고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단 가격은 표시했으니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없다”며 “화장품 뿐만 아니라 의류, 생활용품 등 모든 상품군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공정위의 소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 판매자, 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의해 화장품 가격표시제가 완화됐다”며 “다시 개별표시 등 규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 역시  현행 화장품법상 부당한 표시ㆍ광고 행위 등의 금지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데 식약처가 이를 공정위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관계자는 “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은 큰 개념에서 공정위가 관리를 하는 것이 맞지만 화장품의 경우 식약처가 더 잘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 누구의 소관이 아니라 소비자가  표시된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칫 잘못하면 규제완화라는 구실이 고양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될 수도 있다. 자율이 보장 된 만큼 화장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보다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누구나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가격표시를 해야한다. 가격은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신뢰 의 첫 단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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