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소비자들이 소형 냉방가전을 선택하는 등 가치소비에 나서고 있다./ 사진: 강진일 기자

[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소비자들이 소형 냉방가전을 선택하고 있다. 가격이 대형 냉방가전보다 저렴한데다 창문형 에어컨의 경우 소비전력 1등급으로 전기료 부담까지 적고 필요한 곳만 냉방을 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 즉 가치소비에 나서고 있다.

국제금융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약 102%34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부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1분기의 가구당 월평균 이자 비용도 전년 동기 대비 42.8% 급증했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 심리도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는 냉방가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에어컨 등 대형 냉방가전이 불티나게 팔려야 하지만 올 여름은 금액대가 높은 대형 냉방가전 대신 비용 부담이 적은 소형 냉방가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8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전자랜드 가전 판매량을 조사해 보니 대표적인 소형 냉방 가전인 창문형 에어컨과 이동식 에어컨의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5%,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 멀티형 에어컨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A 가전양판점 판매 직원은 예전 같으면 에어컨 구매 상담을 하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예전만 못한 것 같다면서 대신 창문형 에어컨을 찾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B 가전양판점 판매 직원은 경기 침체 탓인지 에어컨 구매를 망설이는 것 같다면서 매장을 찾았다가 그냥 돌아가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전양판점에서 만난 소비자 이모씨(40대 주부)에어컨을 바꿀 때가 돼서 매장에 나왔는데 생각보다 비싸다. 전기료 때문에 (소비전력) 1등급 제품을 봤는데 많이 비싸서 고민이라면서 기존 에어컨은 놔두고 창문형 에어컨을 구매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에어컨하면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이 전부였다. 하나의 팬으로 두 개의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 있는 스탠드형과 벽걸이형을 세트로 구성한 멀티형도 선택지였다. 그러나 멀티형은 거실과 안방 등 2개의 공간만 에어컨의 시원함을 경험할 수 있다. 자녀방은 방문을 열고 선풍기로 거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끌어오거나, 아님 다 같이 거실에서 자는 것이 최선이었다. 최근에는 시스템 에어컨이 등장해 각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게 됐지만 구매 및 설치하는데 비용 부담이 커 멀티형 에어컨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창문형 에어컨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에어컨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창문형 에어컨은 설치가 간편하고 여닫이 창문이 있는 공간에 설치할 수 있어 추가로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원룸 등 혼자 사는 1인 가구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초창기 소음과 누수 이슈로 인기가 주춤하기도 했다. 올해 각사에서 출시한 신제품은 소음도 줄고 누수도 없다. 여기에 소비전력 1등급으로 전기료 걱정까지 잡았다. 또한 필요한 공간으로 이동 설치가 쉽다는 장점이 더해지며 지갑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 즉 가치소비로 창문형 에어컨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올해 3월부터 이른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금액대가 높은 대형 냉방 가전 대신 비용 부담이 적은 소형 냉방 가전을 구매해 여름을 보내고 있다면서 창문형이동식 에어컨은 일반 에어컨보다 상대적으로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고 전기료가 덜 들어 1인 가구의 급증이 소형 냉방 가전의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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