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_김민정] 인터넷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는 사례들이 있는데, 최근에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독일의 한 요양원 앞에 설치된 버스정류장에 대한 글이었다. 

이 요양원에는 가족들이 돌볼 수 없는 여러 이유 때문에 보호를 받는 노인들이 살고 있고, 요양원 앞에는 운행시간표가 적혀있는 버스정류장이 하나 설치되어있다. 버스정류장에는 종종 노인들이 버스를 기다리느라 자리에 앉아있지만 버스가 도착하는 일은 결코 없다. 그 버스정류장은 버스가 오지않는 ‘가짜 정류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들은 치매를 앓고 있어서 누구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노인들에게 “어디 가시나요?”라고 말을 걸면 “가족들 보러 가려구요.”라는 대답을 한다고 한다. 이 대답에서 요양원이 왜 버스정류장을 설치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요양원에 지내는 노인들은 모두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가득해서 언제든 요양원을 떠나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종종 요양원에서 몰래 빠져나와 가족들을 보러 가지만, 치매 때문에 길을 잃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노인들이 실종될 염려가 있어 이렇게 가짜 정류장을 설치해두었다고 한다. 그러면 노인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앉아있고 이를 요양원의 직원들이 발견하여 안전하게 요양원으로 모셔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평범한 버스정류장이 많은 노인들의 안전을 지켰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예전에 봤던 또 다른 노인에 대한 기사가 생각이 났다. 횡단보도 앞 신호등에 간이의자를 설치해두었더니 노인들의 무단횡단을 막아 교통사고율이 줄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노인들은 다리나 허리가 아파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버겁고, 그래서 서둘러 길을 건너다 보니 사고를 많이 당한다는 것이다. 이를 본 한 공무원이 횡단보도 앞 신호등에 간이의자를 설치하여 노인들이 신호를 대기하는 시간에 잠시 쉴 수 있게 했고, 노인들은 의자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게 되어 무단횡단의 횟수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내용의 기사들을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노인들을 위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사고가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사는 것에도 벅차서 타인을 신경쓰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길에서 만나는 노인들에게 기꺼이 배려하기란 요즘같은 세상에서는 특히나 어려운 것 같다. 바쁜 현대인들과 마주치는 노인들은 걸음도 느리고 때로는 새치기를 하거나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특유의 고집스러움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그러면서 요즘 흔히 말하는 ‘노인혐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가 된 지는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길에서 청소년들보다 노인을 더 자주 마주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복지나 사회적 시선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깝게만 봐도 나의 부모님이 나보다 먼저 노년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노인혐오에 대해 가벼이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정작 노인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생을 살아가는데 말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 누군가의 소중한 부모라는 사실을 모두가 절실히 느껴야 할 때가 비로소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남에게 귀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나 역시 남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훗날 내가 노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사회의 배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휴대전화에는 노인의 실종을 알리는 재난 문자가 발송되고 있다. 바쁘고 힘든 삶 속에서도 주변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지는 않은지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모두의 삶에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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