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강진일 기자] 대학생들에겐 가치소비는 사치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 증가로 학업에 전념해야 할 대학생들이 알바에 나서고 있지만 나는 물가에 식비까지 줄이며 캠퍼스 생활을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 기자회견에서 박서림(이화여자대학교)은 “하루 3끼를 챙겨 먹는 것은 사치가 되고, 하루 2끼를 먹으면 ‘과식한 하루’가 되고, 1끼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과자나 커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일상”이라며 “당장 내일 점심 먹을 돈을 벌고, 다시 1만~2만원 하는 식사값에 돈을 쓰고, 통학으로 매일 학교를 다녀야 하는 교통비에 쓰며 살고 있다. 하루 한 끼를 먹는 것이 겨우가 되어버린 현실이 저를 비롯한 대학생들을 궁지로 내몬다”고 대학생활의 현실을 전했다.

이혜진(서울교육대학교)은 “한 달에 30만~40만원 혹은 그 이상의 월세를 내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제일 먼저 줄일 수 있는 것은 식비”라면서 “전대넷에서 이끌었던 천원의 아침밥, 20분만에 동났다는 소식을 듣고 저만 이렇게 재정난으로 힘든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들도. 식비 부담 없이 하루 두 끼 건강하게 먹고 다니고 싶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처럼 올해 물가인상률이 5.3%에 달하면서 현재 대학생들은 물가 인상에 따른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대학생들은 생활비 부족으로 끼니를 거르며 알바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대넷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48개의 대학 총 2천76명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에 대한 전국 대학생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물가인ㅅ항을 매우 체감하고 있는 대학생은 응답자의 95.1%애 달했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은 식비(56.1%)였다. 이어 등록금과 공과금이었다. 생활비 부족으로 인해 알바를 구직하거나 확대했다는 대학생만 508명, 식비를 줄이기 위해 저렴한 곳 위주로 이용하고 있는 대학생은 479명에 달했다.

등록금도 이들의 삶을 강퍅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교는 12곳이나 된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대학생 1084명이 등록금이 비싸다는 입장이다. 등록금은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이중, 삼중고를 버티라는 말과 같다. 대학을 졸업해도 등록금 대출 즉 청년학자금 대출이라는 큰 짐이 앞을 가로막는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채무자는 지난해 기준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3개월 이상 연체자는 5만 5천명이나 된다. 6개월 이상 연체자도 4년 새 25%나 증가했다. 대학을 졸업해 취업을 해도 학자금 대출 빚으로 인해 고단한 삶이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결혼 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전대넷은 정부와 교육부는 대학생 생활비 부담 완화와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 및 지원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국회에서 최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에 대해 이자를 경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등록금 인하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MZ세대의 주축은 대학생이다.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따른 가치소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치소비는 우리나라 경제를 건강하게 하는 소비다. 기업들은 MZ세대가 소비 주축이라며 MZ세대를 겨냥한 각종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반면 대학생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한 마케팅은 거의 전무하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CSR을 넘어 ESG 실천에 나서고 있다. 대학생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고,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는 ESG 실현 대상에 대학생을 추가할 때다. 대학생들의 강팍한 삶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민간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도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