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김민정

[칼럼니스트_김민정]  어느 순간부터 지갑을 여는 일이 인색해졌다. 이유는 끝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비해 한없이 작고 소중한 나의 월급 때문일 수도 있고, IMF보다 심각한 경제 위기라는 뉴스에 소비 심리가 한껏 위축된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단순히 이러한 이유들 때문만은 아니였다. 필자의 구매 결정에는 '가치'라는 조건이 중요해졌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최근 들어 무언가를 구매하고 결제하기 전에 ‘내가 구매한 이후의 효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필품이야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구매한다지만 그 외의 것들은 결제하기 전에 ‘내가 이 돈을 쓰고 얻게 되는 효과는 무엇일까'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필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주가무를 즐기기도 하고, 지인들과의 약속에서 거하게 한 턱 내기도 하며, 사고 싶었던 물건을 할부로 구매해 위안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떠한 것을 구매할 경우 ‘구매 이후에 어떤 이점이 있는가’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 ‘지금 내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서’라는 것도 중요한 구매 이유일 수도 있지만, '내 시간과 비용, 에너지를 투자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요모조모 따져봐서 이뤄지는 나의 소비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소비행태가 요즘 많이 이슈되는 것 중에 하나인 ‘가치소비’다. 가치소비란 소비자가 광고나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을 말한다. 소비자 본인의 가치에 맞는 제품에 대해서는 과감히 소비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저렴하고 실속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행동 양상이다. 기왕 시간을 내고 돈을 쓰는 김에 '더 가치있는 일'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치'라는 것은 결국 개인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다르다. 예를들어 식사를 할 때, 기왕 돈 쓰는 김에 맛을 우선으로 비싼 것을 먹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가성비를 우선으로 싼 것으로 먹을 수도 있다. 물론 가치소비라는 뜻 자체가 가성비를 포함하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느냐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가치는 멋진 분위기와 훌륭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일지, 가격은 저렴하지만 레스토랑 못지않은 훌륭한 음식 맛이 보장된 식사일지는 각자의 생각 차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치’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것은 현대 사회의 큰 특징인 것 같다. 우유를 산다고 하더라도 기왕이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공헌 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 기업의 우유를 사는 것 말이다. 이는 똑같이 값을 지불하지만 이 돈이 어떻게 쓰여지는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되었음을 뜻한다. 자신이 직접 공헌 사업을 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활동을 하고있는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소비 형태가 생겨난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부분보다는 오히려 좋은 품질, 합리적인 가격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구매 이후의 효과까지도 생각하게 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구매 효과는 결국 기업에게 이윤을 남기고 사회공헌에 더 힘을 실어주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더 많이, 더 넓게 지원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주게 된다. 이른바 ‘돈쭐낸다’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구매’로써 본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기업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앞으로 계속해서 소비자들은 가치소비를 이어나갈 것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소비자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반드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의 책임’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이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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