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설화수와 해피바스 제품의 사진, 한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설화수와 해피바스 제품의 사진. 한글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컨슈머와이드-장하영 기자] 분명 한국 화장품이지만, 한국 화장품인 것을 알아볼 수가 없다. 마치 영어 메뉴판만 만들어놓고 파는 음식점 같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내 브랜드 화장품을 놓고 나오는 지적이다. 제품을 구매하면 일단 한글을 찾아볼 수 없다. 브랜드 이름부터, 제품의 이름, 패키지에 적혀진 효능까지 모두 영어다.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어두는 외래어 표기도 아니다. 그냥 영어다. 만약 영어를 알지 못한다면 알아볼 수가 없다. 한국에서 구매하는 한국 화장품인데 말이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대표인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된 것이 설화수와 해피바스 등의 제품이다. 이 브랜드들이 화제가 된 이유는 제품 패키지와 BI등이 변경되며 변화가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변경 전 제품에도 한글이 많은 편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그나마 있던 한글도 사라지고, 한자 역시 사라졌다.

설화수는 2030 세대뿐 아니라 더 넓은 연령층에게 사랑받던 브랜드다. 엄마와 딸이 같이 쓰는 브랜드라는 말도 나왔다. 한방 화장품이라는 특징도 있으며 고가 화장품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넓은 연령층을 고려한 디자인 변경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어르신들이 대체 이게 어디에 쓰는 제품인지를 확인하려면 돋보기 안경을 쓰고 제품 뒤에 아주 작은 크기로 쓰인 상세 설명을 읽어야한다. 그곳에서만 한글을 확인할 수 있다.

변경된 패키지가 ESG에 부합하는 환경에 친화적인 패키지라는 것은 높게 살만하다.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유리 중량이 감축된 용기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자들에게 분명 장점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한글이 사라질 이유는 되지 않는다. 이것이 영어 메뉴판만 있는 음식점을 열 이유가 될 수 없다. 영어 메뉴판만 둔 음식점에 반드시 한글 표기로 되어 있다는 ‘1인 1메뉴는 반드시 시켜주세요’처럼, 화장품법 때문에 필수적으로 표기하는 작은 한글 표기가 면피가 될 수 없다.

알아보기 쉬운 한글 표기와 환경을 생각하는 패키지 변화까지 잘 이루어졌다고 평가받는 브랜드 ‘한율’ 역시 아모레퍼시픽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분명 할 수 있다.

‘환경은 생각하는데 왜 한글은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화장품을 사는데 영어를 모르면, 문맹이 된다.’ 이러한 안타까운 평가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세계를 호령하는 ‘K-뷰티’ 이전에, 한글을 알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한국 화장품이면 좋지 않을까.

한율 수면팩의 사진. 한글로 브랜드와 제품명을 알기 쉽게 표시했다. (사진: 한율)
한율 제품의 사진. 한글로 브랜드와 제품명을 알기 쉽게 표시했다. (사진: 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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