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의 한국기업 차별 정책에 맞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노 재팬'을 외치며 일본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는 가치소비로 이전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과 일매상통한다./ 사진: 컨슈머와이드 DB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31일은 올해로 104주년을 맞은 삼일절이다. 일제강점기인 191931일 일본제국주의에 항거해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언한 독립선언일이 바로 삼일절이다. 삼일절에 버금가는 독립운동 중 하나가 바로 물산장려운동이다. 물산장려운동은 지금의 가치소비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가치소비란 '브랜드나 광고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물건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 방식'을 뜻한다. 자신의 신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미닝 아웃, 착한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소비,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 그린슈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일제강점기인 지난 1922년 일본의 관세 철폐 움직임에 조선 물산 장려회를 중심으로 자작회나 부인회 등이 힘을 합해 우리가 만든 물건을 쓰자고 벌인 운동이 바로 물산장려운동이다. 조선의 시장을 독점하려는 일본에 맞서 조선 기업들을 돕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당시 일본 제품들은 조선의 제품보다 품질도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소비로 표현한 것으로 가치소비라고 볼 수 있다. 이 운동은 1920년 대 후반까지 계속됐으나 조선총독부의 간섭 등으로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와 같은 맥락의 운동이 몇 해 전에 전국에서 벌어졌다. 지난 2019년 아베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이유로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에 제동을 걸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노 재팬을 외치며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불매운동은 일본 제품으로 확산됐다. 국내 진출 일본기업 중 유니클로, 닛산, 혼다, 도요타 등 일본산 자동차 등 대표 제품들이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일본 여행이라고 다녀오거나, 유니클로 옷이라도 사면 죄인 취급을 받을 정도로 뜨거웠다. 렉서스 등 일본차 소유주들은 혹시 모를 해코지에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일본차 중 닛산은 한국 땅을 떠났다.

그러나 이 불매운동도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뜨거웠던 노 재팬은 수그러들었다. 일본의 한국기업에 대한 차별 정책은 지금도 그대로다. 그러나 일본 불매운동은 그 자취를 감췄다. 엔저에 일본 땅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붐빈다. 렉서스·도요타·혼다 등일본차들은 불매운동 이전 판매량으로 거의 다 회복했다. 더 나아가 올해는 앞 다투어 신차를 출시로 일본차 점유율을 높인다는 야무진 목표를 내놓고 있다. 유니클로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노 재팬지우기에 나서 국내 실적이 회복세에 들어섰다.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회계연도(20219~20228) 매출은 742억 원으로 지난 회계연도(5824억 원)에 비해 2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48억 원으로 전년(529억 원) 대비 116.8% 늘었다.

가치소비는 나의 신념에 따른 소비다. 따라서 지금의 일본제품 구매 등을 비판할 수 없다. 다만 삼일절이 포함된 3월 한 달 만큼은 우리 선조들의 간절했던 애국심이자 가치소비인 물산장려운동을 본받아 일본제품 대신 국산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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