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복요한 기자] 이번 기사에서는 근래 미국에서 추진 중인 '비전제로 운동'을 살펴보며 (무단횡단법 개정) 무단횡단법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려 해요.

20세기 초 미국에서 자동차는 소수의 사람만 구매할 수 있던 고가의 레저용 기기였습니다. 당시 도로에는 보행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자동차는 도로를 사용 중인 보행자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었습니다.

이후 포드 사에 의해 자동차가 대중화되며 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고, 교통사고가 증가했어요.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자동차를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보았고 차는 위험한 물건이었습니다.

이 때 자동차 회사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로비를 했고 비로소 전체 도로설계에서 교통법규에 이르기까지 '차를 중심으로 한' 도시가 만들어졌어요. 같은 시기 자동차 회사는 무단횡단을 미개한 행위로 묘사하는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꾸준히 보행자의 도로 통행을 막기위한 노력을 들였고 이내 무단횡단 금지법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인간의 생명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고 보행자 보호를 도로 교통 정책의 우선 순위로 삼자는 흐름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비전제로) 비전제로 운동은 1970년 대 이후 차량 중심의 도시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도로 사고 원인을 도로설계와 운전자 부주의에서 찾음) 무단횡단 처벌법의 인종 차별적 성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가속화 되었습니다. (10년간 LA 흑인 비율 10% 미만 VS 흑인 무단횡단자 30% 이상으로 기록: Fonseca, 2021)(NY 무단횡단 티켓 발급자의 90%가 소수인종으로 집계: Kuntzman, 2020)

이에 대한 여파로 버지니아 주는 무단횡단의 행정처벌 수위를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10월 코네티컷 주는 통행우선권과 차문 안전 조항을 신설했어요. (통행우선권/ 건널목에서 길 건너려는 보행자에게 무조건 양보, 차문 안전 조항/ 운전자 개문시 보행자, 자전거 이동 방해시 벌금 부과)

생명이 절대우위라는 고귀한 세계관은 모두의 마음 속에 각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과 생명권을 방패삼아 오늘날 이미 자동차를 전제로 설계된 도시와 산업 현장에 도로교통법이 강제성을 띄고 단기간에 추진된다면, 자동차 판매를 목적으로 힘과 재력을 남용한 자동차 회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추진될 법안에 생명을 최우선시하는 가치 뿐만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고민이 더해 대중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한민국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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