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5월 리비아빌드 2013 박람회에서 겪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 이야기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지난 시간에는 필자가 리비아에서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사업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번 시간에도 그와 관련하여 있었던 갖가지 사건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 핸드폰 충전 좀 합시다 – 태양광의 수요를 알게 된 사람들

지난 2013년 5월, 필자는 이전 시간에 이야기했던 리비아빌드 2013 박람회에 참석 중이었다. 개인적으로 리비아에서 이렇게 큰 국제박람회가 그것도 전쟁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열린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도 수도에서 열리고 국제 박람회 협회에 정식 등록된 박람회였기 때문에 30개국에서 전시회에 부스를 설치했고, 행사는 상당히 뜨겁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쟁이 끝나고 오래 지나지 않은 국가들에 나타나는 고질적인 전력난이었다. 박람회 2일차에 박람회장에서 정전이 일어난 것이다. 아무리 중동이 제한급수와 제한송전이 이뤄진다고는 하지만, 국제박람회장에서 전기가 나가는 것은 정말 큰 문제였다. 정전으로 부스에 전기가 떨어지자 태양광 전지와 노트북으로 돌아가던 우리 부스만 살아있었고 그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내가 있던 부스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졌는데 충전 좀 합시다”

그렇다. 그들의 스마트폰은 전부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상태였던 것이다. 정전 상황에서는 전기가 있는 것이 가장 수요가 많은 법이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줄을 서서 이동식 충전기 앞에서 자신들의 핸드폰을 충전하기 시작했다. 그때 사용한 제품이 이것(바로 아래 사진)이다.

 

사진:김선규 제공 

다행히 충전지의 용량이 컸기 때문에 대략 15명 이상의 바이어들이 배터리를 충전했고, 그런 가운데 상담이 진행되었다. 약 1시간 뒤에 정전은 다시 복구되었지만 그 때부터 충전하던 바이어들을 시작으로 수많은 방문객들이 우리 부스로 와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상담을 들어오게 되었다.

정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행사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당시에 필자 같은 소형 부스의 중소기업에게 정전사태는 그야말로 천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좀 더 싸게 할 수 없어요? – 가격을 깎으려고 하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제품의 사용법과 필요성에 공감을 하면서도 쉽사리 계약이 되지 않는 것은 다름아닌 너무나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당시에 부스에 찾아온 사람은 큰 건만 30건이 넘었고 작은 건까지 하면 80건이 넘어갔다.

문제는, 이들의 문화인 “깎아주세요” 기술이었다. 하나같이 가격이 비싸다고 하면서 디스카운트를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바이어별로 대응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북아프리카 지역의 문화에서는 일단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비싸다고 이야기하고 흥정을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다. 작게는 시장에서 파는 과일부터 크게는 담수화플랜트까지, 전 국민이 흥정에 익숙해져 있고 흥정은 일종의 놀이이자 문화적인 교감(?)이라고 할 수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물건의 가치를 찾아내고 부풀리는(!) 기술과 거기서 헛점을 간파해서 가격을 깎으려는 모습이 어우러지는데, 우리나라 사람같이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 속이 뒤집어질 수 있다. 이런 흥정기간이 짧으면 30분이요, 국책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플랜트의 경우는 몇 년이 걸리니 어지간한 끈기와 열정이 아니면 이들과의 대관업무가 절대 쉬울 수가 없다. 거기다 회사의 윗선에서 이런 상황을 모른 채 빨리 해결을 보지 못한다고 아래로 쪼아대기 시작하면 흥정에서 말리고 좋지못한 결과를 보이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이리하여 간을 보려고 온 사람들부터 교통부장관까지 온갖 인사들이 다녀간 뒤에 실제 이루어진 프로젝트는 대학교 실험교재 납품 단 1건이었다.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필자는 당시에 실망을 크게 했고, 또 다른 박람회를 나가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일단 필자의 박람회 관련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사업 건으로 이야기를 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기회가 되는 대로 다시 이야기하고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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