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와이드-김하경 기자] 지난해 방한한 600만 요우커(중국 관광객)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늘어나는 요우커로 인한 이익보단 경쟁심화로 인한 출혈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이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밝힌 중국인 관광객의 유치실태와 개선과제’에 대한 조사 결과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중국인 관광상품을 취급하는 국내여행업체 300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57.6%는 ‘요우커 증가보다 경쟁심화가 더 크다’고 답했다. ‘요우커 증가와 경쟁심화 속도가 거의 같다’는 응답도 41.2%였다. ‘요우커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

이같은 경쟁심화의 원인으로 기업들은 ‘시장내 공격적 마케팅 전개’(45.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신규진입업체 급증’(32.6%), ‘개별여행 증가에 따른 일감축소’(15.6%) 순이었다. 이밖에 ‘중국측의 요구나 규제강화’(5.7%), 기타(0.7%)등이 있었다.

경쟁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결과를 가져왔다. 요우커 유치에 따른 수익성에 대해 과반수의 기업이 ‘낮다’(51.5%)고 응답했다. ▲‘보통’ 40.8% ▲‘높다’ 7.7%다. 지난 1년간 원가 이하로 요우커를 유치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3.3%에 달했다. ‘전혀 없음’ 13.1%, ‘거의 없었다’ 43.6%였다.

국내 관광업계가 손실분을 보충하는 방법은 ‘쇼핑·옵션 확대’(54.8%)가 주를 이뤘다.  이어 ▲‘다른 여행상품에 비용 전가’(27.0%) ▲‘미래투자로 손해감수’(11.9%) ▲‘품질수준 하향조정’(6.3%) 등 이었다.

대한상의는 “요우커 증가보다 경쟁심화가 더 빠르게 이뤄지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 현지 여행사에 모집인원당 커미션을 주고 데려와 쇼핑 옵션관광으로 비용을 뽑는 악순환이 만연하고 있다”며 “이는 관광객의 불만과 방문기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광업계는 과다한 경쟁은 자제하고 내실 있는 상품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요우커 1천만 시대 도래가 예상되고 있지만 관광업계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요우커의 재방문율이 낮은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만족도가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14위로 최하위 수준을 차지했으며 재방문율은 25.7%에 머물렀다. 이는 지리적 거리가 먼 미국인 관광객(32.6%)의 만족도보다 낮은 것으로 일본인 관광객(69.1%)에는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중국인의 한국관광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는 ‘나빠지고 있거나 그저 그렇다’는 기업이 81.6%로 대다수를 점유했다. ‘좋아지고 있다’는 18.4%뿐이었다. 요우커 증가 추세에 대한 물음에도 ‘지속가능하지 않다’(56.3%)는 기업이 ‘지속될 수 있다’(43.7%)는 기업보다 많았다.

또한 요우커가 갖는 불만사항으로는 ‘관광자원 부족’(41.6%)을 첫번째로 꼽았다. 이어 ▲‘단조로운 일정과 자율성 부족’(22.1%)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20.0%) ▲‘유행을 쫓는 상품 난립 및 급격한 가격인상’(11.4%)순이였고 ‘기타’도 4.9% 있었다.

요우커를 수용하기 위한 국내 관광인프라 수준에 대한 질문에 ‘충분하다’는 의견은 9.4%에 불과했다. ‘겨우 수용가능한 수준’ 과 ‘부족해 서비스 저하가 우려됨’은 똑같이 45.3%를 차지했다. 가장 부족한 인프라는 ‘볼거리’(29.0%)였다. 이어 ▲‘한류체험·즐길거리’(19.2%)▲‘숙박시설’(15.9%) ▲‘관광가이드 등 인력’(13.5%) 순이었다.  이밖에 ▲‘먹거리’ 6.1% ▲‘불친절·교통혼잡’ 6.1% ▲‘중국어 안내·언어소통 부족’ 5.3% ▲‘기타’ 4.9%의 의견도 있었다.

앞으로 요우커 유치를 위해 강화되어야 할 관광상품으로는 ‘소비, 레저와 건강관리가 결합된 복합관광’(46.9%)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그 다음은 ▲‘개별 맞춤형 자유여행’(25.3%) ▲‘산업관광, MICE ▲인센티브 관광을 비롯한 기업연계 관광’(17.6%) ▲‘기타’ 10.2%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집중 육성해야 할 여행 컨텐츠로는는 과반수 기업이 ‘한류·문화체험’(49.4%)을 채택했다. 이어 ▲‘자연·휴양’(15.5%) ▲‘쇼핑상품’(15.1%) ▲‘의료·뷰티’ (11.8%) ▲‘식도락’ 5.3% ▲‘카지노·위락단지’ 2.9%였다.

대한상의는 “요우커 1천만 시대를 열기에는 지금과 같은 쇼핑 위주나 서울, 제주에 편중된 관광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한류 특화형 상품, 휴양림·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관광상품 등 변화하는 요우커의 수요를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FTA 체결로 가장 기대하는 사항으로는 ‘비자발급 절차 간소화, 단계적 비자면제’(53.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친밀도 고조’(33.1%) ▲‘중국인 상대 아웃바운드 사업 허용’(6.5%) ▲‘복합리조트, 면세점 등 정부지원 확대’ 5.7% ▲‘기타’ 0.8%  순이었다.

여행사가 중국 현지에 진출하는데 애로사항으로는 ‘요우커의 빠른 수요 변화’(37.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 ‘내부역량 부족’(28.2%), ‘중국의 관시문화’(20.4%) ▲‘중국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9.8% ▲‘기타’ 4.5%의 순으로 답했다.

중국인관광객 유치확대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 ‘관광자원 개발’(39.6%)▲‘지방관광 활성화’ (18.8%) ▲‘여행편의시설 확충’(15.5%) ▲‘관광산업에 대한 지원확대 및 규제완화’(9.0%) 등▲‘관광안내서비스 제고’(6.5%) ▲‘국가이미지 홍보’(5.3%) ▲‘기타’(5.3%) 순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대한상의 관광산업위원회 자문위원)은 “요우커의 소득과 요구수준 향상에 따라 우리 관광도 단순쇼핑을 넘어 품격 높은 관광으로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인의 감성과 가치관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감동있는 환대서비스,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한옥체류·한류콘텐츠 결합상품, 카지노와 쇼핑·컨벤션시설이 집적된 복합리조트, 고급휴양을 위한 크루즈여행·해양레포츠 등의 관광상품과 자원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최근 엔화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은 비자요건 완화, 면세점 추가설치 등 과감한 규제완화에 나서고, 중국은 하이난에 세계 최대규모의 면세점을 설치해 내국인까지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작년에 사상 최대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했지만 증가추세 지속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광 아이템 발굴과 제반 인프라 구축은 물론이고 요우커 소비의 타분야 확산, 의료관광 관련규제 완화를 비롯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