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보편적인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 왜 전자식 비데가 없을까
[컨슈머와이드-김선규 기자] 우리의 생각과 달리 과거부터 중동 지방의 화장실 문화는 생각보다 많이 발달해 있었다. 특히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온 아랍인들은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여 지금도 집에는 어느 정도 유럽 스타일의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편히 쓰고 있는 전자식 비데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는데, 오늘은 중동 지역의 보편적인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왜 전자식 비데가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 "전자식 비데? 우리는 아날로그 비데를 쓴다"
중동 지역의 호텔, 특히 아랍인들이나 프랑스 계통의 호텔들 (아코르 그룹 등, 의외로 중동에 프랑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에서는 화장실에 다음과 같은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이 바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리지날 비데이다. 원래 여기다 물을 받고서 여성들이 아랫도리를 닦아내고 물을 내려서 버리는 구조이다. 의외로 아랍인들도 이것을 많이 쓰는데 그 이유는 오랫동안 왼손으로 뒷처리해 오던 유구한 관습 때문이다.
만일 외국에 여행갔다가 화장실에서 이런 곳을 본다면 절대 여기서 세면하거나 과일 씻고 깎아먹는 일을 하면 안된다. 의외로 중동 호텔들이 여기를 청소 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래 용도(?) 외에 위에 나열한 행위를 하면 참으로 난감한 일을 만날 수 있다. 가령 얼굴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아니면 과일에서 괴상한 냄새가 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단 처음 투숙해서 이런 비데를 만나면 무조건 여기에 물을 여러 번 받고 내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며, 그래도 좀 꺼림칙하다면 별도 청소를 요청해도 된다. (의외로 중동 호텔의 청소하는 사람들이 이런 오리지날 비데를 잘 안 닦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정도는 충분히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중동 가정의 화장실에서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옆에 달린 샤워는 일반 샤워기가 아니라 비데 용도로 쓰는 샤워이다. 중동 가정에서는 항문 및 국부를 이 샤워로 닦는다. 행여 급이 낮은 호텔이나 여관급 숙박업소에 이것이 달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로 머리감는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원래 용도를 정확히 알고 써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오지로 가거나 혹은 공중 화장실을 들어가게 될 경우 여러분이 만나는 화장실은 아래와 같다.
의외로 우리나라 화변기랑 비슷하게 생긴 정겨운(?) 변기를 볼 수 있다. 왼쪽에 세정용 샤워가 있으며 오른쪽 양동이에 물을 받아서 오물을 내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이런 화장실의 경우 수도가 고장나거나 제한급수를 시행하여 물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럴 경우 뒷처리는 대략 난감해지며 어떤 몰상식한 사람이 온 바닥에 세정한답시고 온 바닥에 물바다를 만들어 놓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들 중동 국가들의 위생수준 및 의식수준은 우리나라의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 정도에 머물러 있으므로 중동 국가를 방문하거나 여행할 때는 이를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고 다녀야 한다. 또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화장실을 아주 자주 볼 수 있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물이 귀한 중동의 특성 상 이 변기보다 물을 더 적게 쓰고 뒤처리를 할 수 있는 변기가 없기 때문이다. 단 뒤닦기를 할 때 쓰는 물은 예외이다.
■ 전자식 비데가 없는 이유는?
그럼 여기서 온갖 기능이 달린 우리나라의 비데는 왜 이 나라에 잘 팔리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 해답은 의외로 황당한데 바로 “화장실에는 전기 콘센트를 넣으면 안된다”라는 건축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비데는 화장실에 설치된 전기 콘센트에 꽂아서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중동 지역 화장실에는 이런 것을 이용할 전기 콘센트가 없다. 일반적으로 화장실에 사용하는 모든 전기기구들은 미리 설계된 배선으로 연결하게 되어 있고, 전기 콘센트들은 전부 바깥에 달려 있다. 특히나 GCC 아랍인들은 평균 150-200평 규모의 저택에 사는데 이들 저택의 화장실은 여러 군데 있고 거기에 화장실과 파우더룸이 따로 되어 있어 콘센트가 화장실에 들어갈 일이 없다. 일반인들이나 외국인들의 경우에도 이런 비데가 들어가는 경우는 잘 없다. 거기다 상수도 공급이 24시간 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수조에 제한적인 시간 동안 물이 공급되고 끊어지는 제한 급수이다 보니 종종 물통에 물이 떨어지면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리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지고는 한다. 이런 환경이 전자식 비데의 고장을 발생시키는 이유가 되고, 따라서 전자식 비데를 사용하는 것은 정말 특수한 경우이거나 혹은 외국공관이나 외국인 전용 호텔의 경우가 아니라면 보기가 정말 힘들다.
이 부분은 앞으로 중동 지역의 물 사정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해결이 될 수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중동의 상수도 공급량은 늘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자식 비데가 들어가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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