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국내에는 '건강식' 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
'할랄'의 진짜 모습 알기

할랄마크(사진:김선규 제공)

[컨슈머와이드-김선규]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은 너무나 편린들이 많고 이것들을 이어 붙였을 때 마치 만화경과 같은 왜곡된 모습을 가져서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한 채 중동에 대한 환상을 가지거나 혹은 반대로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수 있다. 필자는 지금까지 단편을 통해 중동의 현실적이고도 재미있는 모습들을 이야기해왔는데 오늘부터는 여러 편에 걸쳐서 할랄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할랄이 무엇인지, 할랄 인증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할랄 인증의 실상이 어떤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 할랄 음식이 건강식이라고?!

일부 잘못된 정보로 언론에서는 '할랄 (حلال)'이 건강식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오보이다. 할랄 (حلال)의 의미는 ‘허용되다’ 이다. 즉 이슬람에서 먹어도 좋다고 허용하는 음식인데, 이것은 이슬람식 도축법인 ‘다비하’ 로 도축한 고기 및 이를 이용하여 만든 음식 전체를 이야기한다. 할랄의 반대말은 ‘하람’이며 단순히 먹지 못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슬람에서 금지하거나 금기시하는 것을 전부 다 하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할랄 음식은 건강식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중동 국가들을 가보면 의외로 호주산 쇠고기가 많이 있는데 호주는 무슬림들이 많아서 무슬림 도축장에서 할랄 정육을 생산하여 수출한다. 그런데 까르푸 같은 (사실 거의 대부분 까르푸다) 대형 식품매장을 가보게 되면 도축방법만 다를 뿐인데도 할랄 식품과 비할랄 식품의 가격이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돈 있는 현지인들은 할랄 식품, 돈이 없거나 비무슬림은 비할랄 식품을 싸게 잘만 먹는다. 기독교인이나 힌두교도 혹은 불교도들이 볼 때는 왜 같은 고기를 종교적 이유로 돈 더 주고 비싸게 사 먹는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 할랄의 적용범위

할랄의 적용범위는 먼저 음식 전체, 음료전체, 그리고 화장품 및 의약품 등으로 규정된다. 즉 먹고 몸에 사용하는 모든 제품들이 이에 해당된다는 뜻이다. 물론 할랄 인증이 종교적 규율을 따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생검사를 겸하는 것이므로 할랄 마크가 있다면 그 제품은 어느 정도는 위생적이라고 인정해도 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것이 위생에 대하여 아주 공신력이 높거나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적으로 위생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단 식품/의약품에 적용되는 할랄의 경우에는 인체유해성에 대한 종교적 규범 상의 검증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문제는 이 할랄 인증이라는 것이 어떤 종교적 규범에 따라서 확고한 표준절차나 요구사항 혹은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 학파 (수니, 시아 같은 종파가 아니다)에 따라 엄격하게 적용하는 곳이 있고 느슨한 곳도 있다. 엄격한 한발리 학파의 추종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는 상당히 엄한 잣대를 대는 반면 하나니 학파를 믿는 아랍에미리트 같은 곳은 거기에 비해 느슨한 편이다. 한마디로 같은 꾸란을 보고 믿는 이슬람 국가 사이에서도 할랄과 하람의 규정 자체가 서로 다른 웃지 못할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웃기는 것은 정작 정통 무슬림 국가인 중동지역 국가들에서는 할랄이라고 인증되는 것이 동남아시아의 경우에는 하람으로 규정되고 더 엄격한 사항을 지켜야 한다.

즉, 걸프 지역 산유국을 타겟으로 잡고 해당 지역 할랄 인증을 받았다가 동남아시아 같은 곳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뜻이다.

여기에 할랄 인증도 더욱 공신력을 강화한다고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갱신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변해갔다. 앞서 이야기했던 식품, 의약품 만이 아니라 의복, 화장품, 그 밖에 수많은 상품들에 관한 할랄 규정을 만들었다. 이런 할랄 인증은 가뜩이나 해외 물품 진출이 힘든 중동시장에 더 혼란을 가중시켰다. 앞으로 필자는 시리즈로 할랄 인증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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