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학부모는 아이가 필요할 때 돕고 지원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한 부모의 희생이 정작 그 아이를 무시한 채 이뤄진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초격차 학부모는 이러한 '희생'이 아닌 아이가 필요할 때 돕고 지원하는 부모다.  (사진: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캡처)

[컨슈머와이드-김정연]  초격차 학부모는 희생하지 않는다. 아이가 필요할 때 돕고 지원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실망했을 때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아무리 없어도 너 하나는 공부시키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학원비와 과외에 들어간 돈 다 모았으면 집을 샀겠다”라며 부모가 자녀를 위해  희생했던 것을 후회하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부모에게 이런 말 한 마디도 안 듣고 자란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데 이 상황을 가만히 되짚어보면, 부모가 아이에게 '이만큼 해주었으니 너는 당연히 내가 원하는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는 무서운 보상심리가 숨어있다.  

남자아이 셋을 두었지만 집안 형편은 그다지 좋지 않은 한 가정이 있었다. 부모의 눈에는 삼형제 중 둘째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생 생산현장에서 어떠한 기대도 없이 일해온 아빠와 고등학교 중퇴라는 학력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온 엄마는 자연스럽게 둘째 아들을 자신들의 '대리만족 제물'로 선택한다. 둘째 아들만 어린시절부터 그 지역에서 가장 좋다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중학교 때부터는 주위에서 성적을 올려준다는 학원들을 보내기 위해 은행 대출까지 받았다. 
그러나 큰 아들과 막내 아들이 친구네 집에서 자고 와도 부모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둘째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밖에서 기다리기 일쑤였다. 첫째와 막내가 먹고 싶다는 것은 돈이 없다며 무시하면서, 둘째는 행여 공부하는데 기운이 떨어질까 걱정되어 몸과 머리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한약은 하루도 빠짐없이 먹였다. 부모의 온갖 서포트를 다 받은 둘째 아들은 실제로는 공부면에서 평범 이하였고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떡하니 합격해 부모의 어깨를 한없이 올려줄 것이라는 부모의 생각과는 달리 서울에 있는 대학에 모두 낙방하고 지방대학에 겨우 합격했다. 이러한 결과를 마주한 부모는 세상을 잃은 듯 울부짖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구 하나도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 이 가정의 불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남이 좋다는 것은 모두  우리 아이에게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 이렇게 정성을 쏟으면 틀림없이 친구 아이들보다 훨씬 잘 되어 내 삶의 빛나는 자랑거리가 될 거라는 아이에게 동의 받지 않은 생각,  내 아이만 대단하다고 착각하는 잘못된 판단 등이 ‘아이에게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부모에게는 텅 빈 삶의 껍데기만을 남기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영어에 'Facilitator '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말로 조력자, 촉진자라는 뜻이다. 초격차 학부모는 이  단어의 뜻처럼 아이가 부모의 도움이 필요할 때 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도와준다. 또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촉진자의 역할을 한다. 

부모의 도를 넘는 희생은 아이에게 부모가 짊어져야 할 큰 짐을 지고 살아가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부모라도 조건 없는 희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다.  희생보다는 자녀가 보기에 닮고 싶은 부모의 삶을 참고서로 선물하는 편이 훨씬 부모와 자녀 양측에 도움이 되는 일이 될 것이다.   

 

김정연 

인재를키우는사람들 대표 
(사) 한국멘토교육협회 컨텐츠 개발위원장 
(주)멀티캠퍼스(전 크레듀) 평가 교수 

inkisament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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