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을 불법이라 여기지 않는 우매함과 아첨은 경계할 것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조간자(趙簡子)는 옛날 진(晉)나라의 재상이었다. 하루는 그가 아끼는 부하 폐해를 불러 말했다.
“왕량을 대동해 사냥을 나가도록 하라. 왕량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당대 최고의 수레몰이꾼이니 아마도 즐거운 사냥이 될 것이다.”
사냥터에 나간 왕량은 평소의 규칙대로 수레를 몰았다. 폐해는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돌아와 투덜대며 보고했다.
"왕량은 소문과는 달리 수레를 잘 몰지 못합니다. 짐승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잘 알지 못할뿐더러 어쩌다 나타나도 형편없이 말을 모는 바람에 활조차 쏠 겨를이 없었습니다.“
주변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존심이 상한 왕량은 폐해를 찾아가 한 번 더 사냥을 가자고 청하였다. 폐해는 처음에는 거절하였지만 간곡히 청하자 마침내 허락하였다. 그런데 그 날은 초반부터 많은 짐승을 사냥하였다. 폐해가 너무나 기쁜 나머지 다시 재상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렇게 말하였다.
"왕량을 다시 보니 과연 빼어난 말잡이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재상이 말했다.
“그렇다면 왕량을 그대의 전속 수레잡이로 임명할 테니 그 뜻을 전하도록 하시오.“
자신이 폐해의 전속 수레잡이로 임명될 것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왕량은 곧바로 재상에게 나아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저는 폐해와 같은 사람을 위해서는 수레를 몰지 않겠습니다. 그는 규칙을 지키면서 수레를 몰면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러자 저의 말몰이 탓을 했습지요. 다음에는 변칙적으로 말을 몰아 짐승을 막다른 길로 몰았더니 짐승을 열 마리나 잡았습니다. 눈앞에 있는 과녁을 맞히는 것이야 삼척동자라도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 줄도 모르고 이번에는 말몰이를 칭찬하다니요?”
후일 맹자(孟子)가 자꾸만 제후들을 회피하는 것을 보고 진대라는 제자가 간청했다.
“옛글에 이르기를 ‘한 자를 굽혀서 여덟 자를 곧게 편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제후가 부르지 않더라도 제후를 찾아가 만나게 되면 함께 큰일을 도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맹자가 왕량의 이야기를 사례로 들어 제자에게 반박했다.
“수레 모는 자 조차도 활 쏘는 고관에게 아첨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데, 도리를 굽혀서 그런 제후를 따라간다면 어찌 되겠는가?”
자기를 굽히는 사람이 어찌 남을 곧게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맹자를 감동시킨 말몰이꾼 왕량. 아마도 그가 재상이나 재상이 아끼는 부하 폐해의 비위를 맞추었다면 높은 관직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왕량은 폐해가 자신의 뜻을 함께 펼칠 위인이 아님을 알고 단호히 거절한다. 출세 대신 자신의 품위를 지키고, 정신적인 자유를 택한 것이다.
출세에 눈이 멀어 윗사람의 불의에 눈을 꼭 감는 부하관료들과 그런 부하를 더 크게 챙겨주는 고위관료들의 행태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요즘 세상에 왕량의 기개가 그립다.
(주)한국체험교육센터 이정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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