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 요기요, 배달통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인수...국내 배달앱 시장 90%넘게 장악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13일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됐다.(사진: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컨슈머와이드 DB)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13일 독일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됐다.(사진: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컨슈머와이드 DB)

[컨슈머와이드-전휴성 기자] 우리나라 배달앱 시장이 독일의 한 기업으로 넘어갔다. 13일 우리나라 배달앱 60%를 넘게 장악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됐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를 통해 요기요, 배달통 등을 운영 중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번 매각에 대해 아시아 시장을 위한 행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설득력은 낮아 보인다. 과연 향후 국내 배달앱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주목된다.

13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87%47000억원에 인수했다. 김봉진 대표 등 경영진이 소유하고 있는 13%는 향후 딜리버리히어로 본사 지분으로 전환된다. 즉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100% 지분을 인수하게 된 셈이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 배달통에 이어 국내 배달앱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까지 인수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배달앱 시장 90% 이상을 손에 거머쥐게 됐다. 외산에 국내 배달앱 시장이 통째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우아한 형제들은 이번 매각이 배달의민족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1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와 5050 지분으로 싱가포르에 합자회사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의 수장은 이번 매각으로 우아한형제들의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김봉진 대표가 맡게 된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우선 배달의민족은 국내 배달앱 시장을 선도해온 기업이다. 기존 전화주문 및 전단지 광고를 배달앱 주문 및 광고로 전환시키며 배달문화를 바꿔놓았다. 이런 노하우를 습득한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을 아시아에 진출시키기 위해 회사를 매각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또한 배달의민족은 그동안 토종 기업으로 통했다. 사실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 등을 통해 지분의 75%가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외산자본에 넘어간 상태였다. 그동안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25% 지분은 보유하고 있었다. 아시아 진출을 위해 설립하겠다고 밝힌 우아DH아시아도 사실상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다. 우아한형제들 지분 50%,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50% 합작회사라고 하지만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 실상은 100% 딜리버리히어로 자회사인 셈이다. 따라서 배달의민족의 아시아 진출이 어떤 의미일지 의구심이 든다. 우아한형제들의 설명대로 배달의민족이 아시아시장에서 국내처럼 성공한다고 한들 그 공은 우리나라 기업이 아닌 독일기업의 몫이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토종 애플리케이션으로 국내 배달앱 1위에 올랐지만,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다. 이같은 시장 환경이 이번 매각의 또 하나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배달의민족은 어떻게 될까.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이 독자 운영된다고 밝혔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가 인수한 요기요, 배달통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 중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 배달앱 구조 역시 기존 그대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3각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지는 것은 이 모두 한 기업 소유라는 점이다.

대표도 바뀐다. 김봉진 대표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범준 부사장으로 바뀐다. 김 부사장은 주총 등을 거쳐 내년 초 CEO에 취임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엔씨소프트, SK플래닛 등을 거쳐 2015년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다.

한편, 딜리버리히어로는 이번 인수를 통해 5000만 달러(600억 원)의 혁신 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배달의민족을 통해 푸드테크 분야에 있는 한국 기술 벤처의 서비스 개발 지원에 쓰인다. 한국에서 성공한 음식점이 해외로 진출하려 할 때, 시장 조사나 현지 컨설팅 지원 비용으로도 사용된다. , 라이더들의 복지 향상과 안전 교육 용도로도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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