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에 엿, 시험날에 미역국, 불임에 돌부처 코 등... 우리 생활 속 터부(동종주술)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입시철이면 어김없이 엿이나 찰떡을 선물한다. 시험 보는 날엔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석불의 코를 떼어먹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 해서 석불의 코가 남아나질 않는다. 영국의 인류학자 J.프레이저는 이 같은 현상을 '공감주술'이라 말한다. 공감주술은 닮은 것은 닮은 것을 낳는다든가 결과는 원인을 닮는다고 하는 유사율에 바탕을 둔다. 동종주술이나 감염주술, 터부(금기)의 습속도 비슷한 개념이다. 부적을 간직하는 것도 일종의 주술행위이다. 악몽을 꾼 날은 몸을 사려 바깥출입을 조심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필자가 일하는 말(馬) 동네에도 공감주술이나 터부가 있다. 기수 중에는 경기 전 주문을 외우거나 부적을 소지하는 이가 있다. 천주교 신자인 경우 가톨릭 성물인 스카폴라를 착용하기도 한다. 경마가 열리는 날엔 두발을 손질하거나 손톱을 깎지 않는 기수도 있다. 신체의 일부가 타자에게 넘어가 저주의 대상으로 화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상여를 보면 우승을 한다거나, 여자가 마방에 기웃대면 불길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양평군 서종리 마을처럼 말과 관련한 동종주술이 민간신앙으로 자리 잡은 사례도 있다. 과거 호랑이에게 피해를 입자, 철마 십 여 개를 만들어 당집에 모시면서 철마의 발길질로 호랑이를 퇴치하고자한 것이 유래다.
입시철이 다가오면 수험생에게 엿과 같이 공감주술의 의미가 담긴 선물을 주곤 한다. 옛 조상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과거(科擧)에 얽힌 주술과 꿈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조선 중기의 문학자 유몽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자.
「근래에 우리나라의 유생 중 과거를 보러 가는 자는 항상 ‘낙(落)’자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낙’은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나아가기 전에 여러 친구들과 말할 때 ‘낙’자를 쓰는 자는 마땅히 여럿이서 몰매를 때려주곤 했다. 한 유생이 과거를 보는 중에 낙지를 구워서 반찬을 했는데, 한 유생이 젓가락을 잡고 나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입제(立蹄) 구이를 드십시오.”
‘입(立)’이란 선다는 뜻이어서, 과거장 전체가 크게 웃었다. 이는 낙지처럼 끈끈하게 과거에 찰싹 붙으라는 의미를 빌린 것일 게다. 반면 과거에 아직 오르지 못하면 급제 전에는 낙지를 먹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낙지가 낙제(落第)와 같은 음이기 때문에 그것을 꺼리는 것이다. 낙제는 시험에 떨어진다는 의미이니 그럴 법도 하다.
유희서라는 선비가 장차 사마시를 보려는데 꿈속에서 준마를 타고 달리다가 중도에 갑자기 떨어졌다. 이윽고 깨어났으나 시험을 앞두고 말에서 떨어진 꿈에 실망하여 멍하니 정신이 없었다. 유희서는 본시 준마를 좋아하여 무인들의 준마를 빌려 장안의 기생집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꿈을 꾼 그날 갑자기 말이 넘어지는 바람에 실제로도 말에서 떨어졌다. 그는 몸을 다친 것도 잊어버리고 그 꿈의 징험(徵驗)에 놀라며 기뻐했다. 꿈땜을 한 이튿날 과거를 보았는데 과연 사마시에 붙었다. 」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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