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반려동물과 비교불가 할 정도로 사랑받은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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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경주마의 대표 품종인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컨슈머와이드-이정민]  반려동물 백만시대라고 한다. 애견카페, 애견미용실, 애견호텔 등 생소한 이름의 가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개는 가족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개 주인들은 자식 돌봄 이상으로 정성과 시간, 비용을 투자한다. 심지어 개가 아프기라도 하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개 옆에서 간호하느라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견주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반대의 경우 ‘사람이 개만도 못하네’라는 웃픈 푸념을 토로하기도 한다. 개를 정성으로 보살피는 것은 아름답지만 그래도 인간애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 주가가 상승중인 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과거에는 말이 인간보다 우대를 받기도 했다.    

초나라 장왕(莊王)은 말에 미친 사람이었다. 대추떡과 육포처럼 값진 음식을 먹이는 것은 애교였다. 애지중지 키우던 애마가 과식하여 죽자, 장왕은 너무 슬퍼한 나머지 호사스런 관을 짜 장례를 치러주고 그 말에게 정승의 벼슬을 내려 각별한 사랑을 표기했다. 
이 방면엔 로마의 황제 칼리굴라(Caligula)가 장왕보다 한발 앞섰다. 칼리굴라는 애마를 애지중지하여 상아로 만든 여물통, 황금 물그릇 등 갖가지 선물을 하곤 했다. 심지어 그 말의 이름으로 전담 노예를 주었다. 노예는 옥으로 만든 대합에 말똥과 오줌까지 받아내 주었다. 배변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오물이 말에게 묻으면 노예는 채찍을 맞아야 했다. 칼리굴라는 자신의 애마를 집정관에 임명하여 극진한 애정을 과시했다. 
알렉산더 대왕 또한 호락호락 물러설 위인이 아니다. 사나운 야생마 부케팔라스와 친해진 소년 알렉산더는 이후 그 말을 자신의 믿음직한 부관이요 친구의 반열에 올렸다. 그때 이후 말과 주인은 어디서든 서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부케팔라스가 나이가 들어 죽게 되자 말의 장례식을 제왕의 이름으로 친히 치러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새로이 건설한 도시에 말의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애마를 헌상했다. 
만리장성을 사이에 두고 흉노와 전쟁을 치르던 한무제는 전세를 바꾸기 위해 좋은 말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는 대완국에 한혈마라고 하는 명마가 있다는 소문을 듣자 무력으로 제압하여 한혈마를 얻고자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혈마를 데리고 오자 옥대를 벗고 맨발로 뛰쳐나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한무제는 손수 천마가를 지어 말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목숙이라고 하는 특별한 풀을 먼 곳에서 수입해 먹였다.  
영국 왕 리처드 3세는 동양의 천리마와 같이 뛰어난 준마를 구할 수 있다면 왕국도 아깝지 않게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리처드의 이러한 꿈은 혈통 좋은 아랍 말을 구하고 품종개량을 거듭하는 것으로 뒷받침 되었다. 결국 19세기에 이르자 영국은 일약 명마의 산지로 부상하여 리처드의 꿈이 실현되었다. 오늘날 경주마의 대표 품종인 서러브레드(Thoroughbred)가 바로 그렇게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내면적인 측면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전한 것은 조선의 이완(李浣)장군이다. 그는 대장군의 신분이면서도 천한 사람이나 하는 말먹이를 손수 끓이고 장만하여 직접 가져다주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장왕이나 칼리굴라처럼 말에게 벼슬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물질을 떠나 실질적인 말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일찍이 희랍의 역사가 크세노폰이 이르기를 “말을 가장 빠르고 훌륭하게 키우는 비결은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아 돌봐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내면의 정성을 담아 말과 친교한 이완은 말사랑의 금메달감이라 할 수 있다. 

좋은 말을 얻기 위한 집념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애마를 보살피는 옛 사람들의 지극정성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한결같았다. 이는 말의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한 것인데, 말은 곧 한 나라의 부국강병의 척도였기 때문이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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