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떠한 조건보다 최우선 가치는 '사랑'

(사진:
위 사진은 해당 칼럼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컨슈머와이드-이정민]  가을은 결혼식이 많은 계절이다. 결혼식이 예전보다 많이 간소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아무리 이혼률이 높다고 해도 결혼이 갖는 숭고한 의미는 퇴색되어서는 안된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최신가요의 노랫말처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을 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결혼이 주는 행복의 가치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결혼을 안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신혼생활이 주는 인생 최고의 즐거움을 한 번은 경험해 봐야 늙어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 한 처녀가 있었는데 가문이 좋고 얼굴이 곱상한데가 품성이 단정하여 중매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다. 흠이라면 처녀의 눈이 높아 신랑감을 가린다는 것. 중매쟁이들은 신랑감에 대한 자랑과 칭찬을 늘어놓아 처녀의 환심을 사고자 했다. 늙수그레한 한 중매쟁이가 말했다. 
  “박 진사네 자제는 어렸을 때부터 문장이 능하여 크게 될 인물이라네. 그가 한번 붓을 휘두르면 먹물 위로 청산유수가 흐른다지. 인품도 고매하여 전국의 명망 있는 가문에서 혼사를 이뤄보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다네.”
  처녀는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며칠 후 다른 중매쟁이가 나섰다.
  “헌출한 키에 잘 생긴 총각이 있다네. 활쏘기와 말 타기를 잘하여 틀림없이 나라를 주름잡는 무장이 될 것이야. 그 총각은 고삐를 놓고도 자유자재로 말을 몰며, 말을 탄 채로 뒤돌아 활 쏘는 재주가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네. 어떤가. 그만한 인물은 다시 찾아보기 힘들 것이여.”
  이번에도 처녀는 다소곳이 듣고만 있었다. 그러자 얼마 뒤에 이번엔 얼굴이 얽은이가 찾아와 말했다. 
  “내가 소개할 신랑감은 땅 부자라네. 저수지 아래의 밭이랑이 얼추 삼십여 마지기는 된다더군. 땅도 비옥하고 곡식깨나 거둬들여서 그 집엔 개나 말들도 피둥피둥 살이 쪄 있다네. 어쩌니 저쩌니 해도 돈이 최고 아닌감. 돈이 없으면 노복마저도 무시하는 세상이니 말이여.”
  처녀는 이번에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 뒤 한 늙은 중매쟁이가 찾아와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자한테 정말 좋은 소식인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려. 뭐 직접적으로다가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에둘러 말하자면 그 총각은 건장한 몸매가 건너 마을 목장에 있는 누런 종마(種馬, 씨말)을 닮았다네. 얼마나 혈기가 왕성한지 돌이 든 주머니를 거기에 매달아 두어 번 휘두르면, 아 글쎄 그 돌 주머니가 휙 하니 머리 뒤로 넘어간다네. 인생 뭐 있나.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려면 뭐가 중한 지 잘 생각해 보게나”
  네 사람의 중매쟁이로부터 신랑감의 됨됨이를 들은 처녀가 마침내 시를 지어 마음속에 있는 뜻을 내보였는데 이러한 내용이었다. 
   「문장이 활발함은 노고가 많을 게고
   활쏘기와 말 타는 재능은 싸우다 죽을 것이요 
   못 밑의 밭은 물로 인해 손해를 볼 것이니
   돌 주머니 휘둘러 머리위로 넘기는 그 총각이 마음에 쏙 드는구나」

<용재총화(慵齋叢話)>에 나오는 해학이다. 위 해학 속에는 문장이 수려한 문인 총각, 활쏘기와 말타기에 능한 무장 후보, 땅마지기깨나 있는 부잣집 아들, 씨말과 같이 건장하고 늠름한 총각 등 네 명의 신랑감 후보가 등장한다. 위 네 총각은 나름의 특 장점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문인은 요즘으로 치면 사자돌림의 명성을 지녔고, 무인은 장성 후보로 손색없으며, 땅을 가진 후보는 강남건물주에 비견될 인물이다. 마지막 후보는 건강하고 평생 부인을 사랑해줄 후보라 할 만하다. 당신이라면 어떤 신랑감을 선택하겠는가? 사랑이냐, 부와 명성이냐?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하겠지만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 최우선의 가치로 대접받기를 바란다. 종마총각을 선택한 옛 처녀의 혜안을 믿어보며 말이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저작권자 © 컨슈머와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