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짓에 흔들리지 않는 '단합'

증삼(曾參)의 초상 (출처:네이버)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먹을 걱정이 없으면 누굴 욕할 일도 없다. 먹고 살 걱정이 생기면 체면도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경제가 파죽지세로 쪼그라드는 상황을 보면서 서로 죽자고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국민정서는 갑자기 둘로 나뉘었다. 일본을 욕하면 반일이고 일본을 두둔하면 한순간에 친일이 된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일본에 반감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이 망하지 않으려면 일본사람처럼 침착하게 속내를 감추고 이성적이고 태연하게 대처해야 살아남는다. 중요한건 한국인의 단합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 효자로 유명한 유학자 증삼(曾參)이 노나라 땅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때 같은 노나라 사람으로 증삼과 이름이 같은 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그러자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하고 어머니에게 알리는 자가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계속 베를 짰다. 조금 뒤 또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하고 알리는 자가 있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태연하게 베를 짰다. 그러나 조금 뒤에 또 “증삼이 사람을 죽었습니다.” 라고 알리는 자가 있었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갑자기 북을 내던지고 베틀에서 내려 담을 넘어 달아났다. 

 비슷한 이야기로 ‘세 사람이 저자에 호랑이를 만든다’는 고사가 <전국책>에 전한다. 
위나라 혜왕은 조나라와 동맹을 맺고 태자를 인질로 보냈다. 태자를 따라가게 된 신하 방총은 자기가 떠난 후의 모함을 우려해 혜왕을 찾아가
“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으시겠습니까?”하자, 왕은 “당연히 믿지 않지”라고 했다. “또 다른 한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믿으시겠습니까?”하자, 왕은 “당연히 믿지 않지”라고 재차 대답했다. “세 번째 사람이 와서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으시겠습니까?”하자, 왕은 “믿을 수밖에 없겠지”라고 했다.
그러자 방총이 말했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는 없지만 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는 나타난 것입니다. 제가 떠난 후 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자가 세 명보다 많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잘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몇 년이 지나 인질로 잡혀있던 태자가 돌아왔다. 그러나 방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화 가운데 증삼의 어머니는 귀가 얇은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어머니는 아들 증삼이 어질다는 것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지만 그처럼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되자 의심이 생겨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을 믿게 된 것이다.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증삼살인(曾參殺人).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거짓말도 되풀이 해 들으면 믿어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호랑이 설화도 마찬가지다. 저자에 호랑이가 나올리는 없지만 세 사람이 차례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말을 의심 없이 믿고 만다는 뜻이다.
이것이 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제공했을 경우에 나타나는 ‘반복 효과’의 무서움이다. 심리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같은 형식보다는 다소의 변화가 있을 경우 그 효과는 더 크다고 한다. 같은 정보라도 여러 사람,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반복된다면 효과가 배가 된다는 것이다. 

증삼의 어머니나 조나라 혜왕 같은 이들도 같은 말을 세 번 들으면 넘어가는데 우리 같은 민초들이야 감정몰이에 휩쓸리는 건 일도 아니다. 일본은 싫지만 일본인들의 이성적인 태도와 냉정한 현실인식은 너무도 부럽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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