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품질, 안전성 담보할 수 없어...전문의약품 유통감시 강화 및 통관 기준 명확화 절실

전문 의약품을 해외직구로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진: 의사 처방전 없이 해외직구로 국내에 유입되는 전문의약품들/ 한국소비자원 제공

[컨슈머와이드-신동찬 기자] 전문 의약품을 해외직구로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의사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복용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소비자원이 해외 불법사이트 및 구매대행 사이트(15)를 통해 전문의약품 30개를 주문하여 유통 및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처방전 없이 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제품이 품질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처방전이 필요한 오·남용우려의약품(스타노졸롤)도 별도의 절차 없이 통관이 가능했다.

이처럼 의사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나 자가사용 인정지준 이내의 의약품이 해외직구로 국내에 손쉽게 반입될 수 있는 이유는 제도적 허점 또는 불법적 방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 30개 중 19개 제품(63.3%)은 국제우편으로 나머지 8개 제품(26.7%)은 특송, 3개 제품(10%)은 국내우편으로 배송됐다.

국제우편물로 배송된 19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도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나, 자가사용 인정기준 이내의 의약품을 우편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신고가 면제되는 허점을 판매자가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법상 소액·소량(의약품 US 150달러 이하, 6(또는 용법상 3개월 복용량))의 물품을 자가사용 목적으로 수입하는 경우 수입신고 및 관세가 면제된다.

자본금 3억 원 이상이고 세관장에게 특송업체로 등록된 업체가 배송하는 물품인 특송물품으로 배송된 8개 제품은 판매국 기준으로는 일반의약품(4)과 식이보충제(4)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는 전문의약품에 해당되는데도 별도의 처방전 제출 절차 없이 통관이 가능했다.

국내우편물로 배송된 3개 중 2개 제품은 통관금지성분이 포함된 제품으로 해외판매자가 국내업자에게 제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전달한 후 국내우편을 이용한 것으로 한국소비자원은 추정했다.

조사대상 의약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판매업자가 세관 통과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었다. 조사대상 30개 중 10(33.3%) 제품은 통갈이, 허위 처방전 동봉, 통관금지 성분명 누락, 제품가격 허위기재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관의 확인절차를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의약품 통관에 관한 명확한 기준규정의 부재가 그 원인으로 관세법 자가사용 인정기준에 의약품 품목을 일반의약품·전문의약품으로 세분화하여 규정하는 등 통관 규정을 개선하고 특송국제우편 등에 대한 통관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국소비자원의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대부분이 불법 의약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30개 제품의 용기·포장 표시사항과 첨부문서를 확인한 결과, 10개 제품(33.3%)첨부문서가 동봉되지 않았다. 6개 제품(20.0%)은 원 포장과 상이했으며, 14개 제품(46.7%)은 식별표시가 없었다. 또한 대부분의 제품은 판매국·발송국·제조국 등이 서로 상이해 유통경로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해당 제품들은 용법·용량 등의 정보 확인이 불가능해 이를 개인이 정하게 됨에 따라 오·남용하기 쉽고, 성분·함량 등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불법의약품일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고 한국소비자원은 밝혔다.

성분에 따른 부작용을 보면 이소트레티노인은 중증 여드름에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으로 부작용 발생이 매우 빈번해 최근 6년간 4839건의 부작용 사례(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가 접수됐다. 특히 태아에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임신부들은 복용을 금해야 하는 약물이다. 실제로 해당 약을 복용한 임신부의 약 50%가 임신중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구순염, 피부건조, 안구건조등의 건조 증상과 관절통, 요통 등의 근육통, 만성피로, 두통, 탈모 등의 부작용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피나스테리드는 최근 늘어나는 탈모증 환자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으로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은 만져서도 안 되는 약물이나, 해외직구를 통해 저렴한 해외 제네릭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모’(탈모환자 커뮤니티)에서 핀페시아(피나스테리드 제네릭제품) 부작용으로 검색 시 총 272건이 확인되며, 다수가 발기부전사정장애무기력증여성형유방증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클로버는 헤르페스 감염증(단순포진, 대상포진) 및 수두에 쓰이는 전문의약품으로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신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는 투여량을 조절해야 하며 수분섭취를 늘려야 한다. 헤르페스 환우모임’(헤르페스 환자 커뮤니티)에서는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고 억제용법(Antiviral suppressive therapy)에 대한 이론과 용법용량을 공유하여 약물을 복용하고, 발진가려움증탈모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멜라토닌은 불면증에 쓰이는 성분으로 국내에는 2mg 제품만 전문의약품으로 처방되고 있으나, 해외에서는 식이보충제로 분류되어 1~10mg 용량의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해외직구로 구매하여 복용할 시 개인의 판단으로 복용량이 정해지므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우며, 일반적인 부작용 증상은 두통무기력증복통불면증생리불순 등이다.

비마토프로스트는 고안압, 녹내장에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나 속눈썹 발모제로 홍보됨에 따라 해외직구를 통한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속눈썹 연장 목적으로 사용시에는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하며 부작용으로는 결막성 충혈·가려움증(25~45%)과 눈동자 색소침착(10% 미만)발생할 수 있음. 또한 증모효과도 영구적이지 않아 중단 시에는 몇 주에서 몇 개월 후에 원상 회복됐다.

아다팔렌은 여드름에 쓰이는 겔(Gel)형태 외용제의 주성분으로 최근 미국 FDA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품목 변경이 되어 해외직구로 손쉽게 구매 후 이를 화장품처럼 과용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명현현상(瞑眩現像)이라 믿고 계속 사용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인 부작용 증상은 두통, 피부건조, 홍반, 피부 작열감·박피, 비염, 생리불순 등이다.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은 미프진이라고 알려진 임신중절약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은 임신 10주 이내일 경우에만 처방하도록 하고 약물복용 후 7~14일 이내에 의료인을 통해 초음파 검사 등의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이드를 설정해 놓고 있다. 복용 후 약 85%가 한 가지 이상의 부작용을 경험하게 되며, 8% 이상은 30일 이상의 출혈, 100명 중 2~7명은 유산이 완전히 되지 않거나 출혈이 멈추지 않아 수술을 받아야한다. 특히 주위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임신중절약을 먹고 낙태를 시도하는 경우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 불완전 유산 등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또한 해외직구 전문의약품은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들일 확률이 높다. 대표 의약품 중 하나인 미소프로스톨미페프리스톤은 미프진이라 알려진 임신중절약 성분으로 국내에는 형법(일명 낙태죄)상 낙태를 금하고 있어 허가된 임신중절약이 없으며 수입도 금지되어 있지만 네덜란드 여성단체에 기부금을 보내면 임신중절약을 배송해주고 복용법 등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타노졸롤조롤은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단백동화스테로이드제로 헬스트레이닝 운동자가 근력강화·근육발달의 목적으로 사용하며 운동선수도 경기력향상 목적으로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최근 5년간 실시한 전문체육인 도핑검사에서 157건이 적발되었고 보디빌딩 종목 선수가 115(73.2%)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보디빌더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사용이 확산되고 이는 최근 스테로이드 복용 경험을 고백하는 약투운동의 확산으로 복용실태가 드러나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에 나타난 문제점 개선을 위해 관세청에는 전문의약품 통관 관련 자가사용 인정기준 세분화 등의 통관 규정 개선, 특송·국제우편 등 의약품 통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전문의약품 불법 판매 사이트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차단, 해외직구 전문의약품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에 대한 소비자 교육 및 홍보 강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의 경우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해외직구 전문의약품의 구입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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