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羅生門) 효과’....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한다'

영화'라쇼몽'의 장면들 (사진:구글이미지)

[컨슈머와이드-이정민]  끔찍한 악몽의 경제 전쟁이 현실화됐다.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고통이 예상된다. 주가는 이미 떨어졌고 환율도 올랐다. 이제 구조조정의 칼날이 수많은 가장들을 거리로 내몰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서서히 수난의 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경제전쟁은 총칼보다 무섭다. 서서히 우리 사회를 짓밟아 스스로 자멸하도록 만든다. 반일감정만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일본인들은 우리 국민들의 감정적인 성향을 즐길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공멸하는 것이 그들의 바람이니까.  

 일본의 숲속 길. 사무라이가 자신의 아내를 말에 태워 숲속을 지나간다. 때마침 숲속에 있던 산적은 사무라이의 아내를 훔쳐보고 그 미모에 반하게 된다. 한참 후 나무꾼 한명이 나무를 하러 숲속 길을 지나가다가 여자의 모자, 끊어진 밧줄, 혼자 놓인 말 그리고 칼에 찔려 죽은 사무라이의 시신을 본다. 놀란 나무꾼은 한달음에 관청으로 달려가 사건 신고를 한다. 관청에서는 곧 인근에 숨어 있던 산적을 체포하고 사무라이의 아내를 데려온다. 수사에 난항을 겪자 관청에서는 용한 무당을 부르고 무당은 사건의 전말을 알아내고자 사무라이의 영혼을 불러낸다. 이로부터 사무라이 살인사건에 대한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살인사건에 연루된 네 사람- 사무라이의 아내, 나무꾼, 산적, 사무라이의 영혼(무당)의 진술은 모두 확보됐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을 목격한 그들의 진술은 크게 엇갈리며, 서로 모순되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그들의 진술은 제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있다. 대체 누가 진실을 말하는 건지, 그 진술의 경계가 모호하기만 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네 사람의 진술이 모두 참이거나 거짓말이기만 한 걸까? 도대체 같은 사건을 대하는 네 사람은 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을까? 산적은 자신이 싸움을 잘한다는 명성을 지키고 싶었다. 사무라이는 사람들이 명예롭게 죽은 것으로 알아주기를 바랐다. 사무라이의 아내는 산적에게 자신이 산적을 꼬여 남편을 죽여 달라고 한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나무꾼은 사무라이의 칼을 훔친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네 사람 모두 각자 원하는 것이 있었고 그 원하는 바에 의해 똑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라쇼몽 효과’가 여기에서 나온다. 동일한 현상도 자기의 처지, 자기의 선입견에 따른 주관적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에서 사건에 연루된 네 사람의 진술은 서로 엇갈리나 그들 모두가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속 스님이 그 이유를 알려준다. ‘인간은 자기 자신조차 속인다.’ 이처럼 사람은 자기가 유리한 대로 기억을 왜곡하고 자신까지 속인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기억하고 자신까지도 그렇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에 따르면 진리란 존재하면서 부재한다. 어차피 인간은 자신의 처지에서 세계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쯤 되면 같은 사건에 대해 다르게 보도되고 다르게 해석되는 언론매체의 시각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여론몰이로 국가의 위기상태마저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면 우리의 기억이 훗날 그들은 잔인하게 심판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아무도 믿지 마라, 기억은 조작된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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