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망아지를 빼앗긴 멍텅구리 노인
[칼럼] 말(馬)이야기 ....망아지를 빼앗긴 멍텅구리 노인
  • 이정민
  • 승인 2019.06.03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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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치 바로잡아 국민의 살림을 살피는 지혜
(사진:
관중과 망아지(사진: 중국인물사전,구미시)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경제문제가 심각한 지경을 넘어 국민들이 아사(餓死)직전이다. 민생경제를 최우선으로 돌본다면서 모두 탁상공론이다. 정부와 국회가 편 가르기 하는 동안 국민의 곳간은 계속 바닥나고 있다. 끔찍한 IMF시절이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임을 권력자들은 절감하고 국민들의 빈 곳간을 채우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자고로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제나라 임금 환공(桓公)이 말 수레를 타고 멧돼지 사냥을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 달아나는 멧돼지를 한참 쫒다 혼자서 산 깊은 곳에 이른 것이다. 당시에는 직접 말을 타지 않고 말이 끄는 수레에 올라 활을 쏘는 방식으로 사냥을 했는데, 워낙 산이 깊어 수레마저 버려야 했다. 말고삐를 잡고 깊은 산속을 한참 헤매다가 흰 물체를 보았는데 다가가보니 약초를 캐고 있는 백발노인이었다. 환공이 노인을 반가워하며 물었다. 
“산이 험하고 깊군요. 내가 길을 잃었답니다. 그런데 여긴 어디쯤인가요. 이 골짜기 이름이 뭡니까?“ 
  “멍텅구리골이라고 합니다.” 
  “멍텅구리골이라, 그거 참 재미있군요. 혹 어떤 유래가 있는지요?”
  “바로 제 별명을 따서 그렇게 부른답니다.”
  “허허 참, 그것 참 이상하군요. 내 보기에 노인장은 총명해 보이는데 왜 그렇게 부르지요?”
  "언젠가 제가 기른 던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답니다. 그 송아지를 몇 년 동안 정성을 들여 큰 소로 키운 뒤 시장에 가서 팔았습니다. 그리고 대신 튼실한 망아지를 한 마리 사왔습지요. 망아지가 눈이 촐망촐망한 게 얼마나 예쁜지 키우는 즐거움이 날로 커졌습니다.“ 
  노인의 표정이 잠시 어두워졌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망아지를 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웃 마을의 못된 젊은이가 우락부락한 표정을 짓더니, ‘당신네 소가 말을 낳을 수는 없으니 저 망아지는 필경 당신 것이 아니다. 망아지의 임자가 따로 없으니 내가 가져가야 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더군요. 그리고는 다짜고짜 망아지를 데려가 버렸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마을사람들이 저를 멍텅구리로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허허 저런 일이. 그런데 노인장은 정말 멍텅구리인가 봅니다. 귀한 망아지를 그렇게 쉽게 빼앗겨버리다니요.”
  대답대신 노인장은 손을 가리켜 마을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궁으로 돌아온 환공은 이 일의 자초지종을 재상 관중(管仲)에게 말했다. 그러자 관중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 노인은 결코 멍텅구리가 아닙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다 저와 같이 임금을 도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의 잘못입니다. 법과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에 남에게 망아지를 빼앗기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노인은 나라의 법도와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설원(說苑)>에 전하는 이야기이다. 어설픈 정치와 법체계는 오히려 그 빈틈을 이용하는 자들의 배만 불리게 마련이다. 그 피해는 물론 고스란히 선량한 백성에게 돌아간다. 요즘이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우락부락한 청년처럼 힘있는 권력자들이 행하는 온갖 비리와 공정하지 못한 사례가 날마다 정치, 경제,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지 않은가? 

노인의 일이 있은 뒤 재상 관중은 환공을 도와 민정을 세세하게 보살피고 모순된 법과 규율을 바로잡았다. 또 상업과 수공업을 육성하여 부국강병을 꾀했다. 관중은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제나라의 재상이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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