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 꼴불견도 가지가지 
[칼럼] 말(馬)이야기 .... 꼴불견도 가지가지 
  • 이정민
  • 승인 2019.05.20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풍경(殺風景)
당나라 시인 이상은 ('晩笑堂竹荘畫傳'에서)

[컨슈머와이드-이정민] 날이 더워지면 꼴불견이 천태만상이다. 염치없기는 기본이고 내로남불이 만연하는 짜증나는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여성들의 짧아진 하의나 파인 상의는 순진한 남성들마저 자극하는데 미투로 불거진 사회문제가 여자들 때문이라는 원성을 사기 좋은 실례다. 자중할 필요가 있다. 또 가족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아무 곳이나 텐트치고 노상방뇨에 쓰레기 투기까지 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염치를 집에 두고 나오는 사람들이 여름철에 부쩍 많다.        

꼴불견은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차마 불 수 없을 정도로 우습고 거슬리는 것을 이른다. 옛사람들은 이를 살풍경(殺風景)이라고도 하였는데, 당나라 시인 이상은은 ‘말은 비록 상스러우나 또한 족히 한번 웃음거리는 된다’고 하면서 살풍경, 곧 못 봐줄 꼴불견을 여럿 나열했다. 
 
맑은 샘에 발 씻기(상스럽기는), 꽃 위에 속옷 말리기(고약한 취향일세),  산등성이에 누각 짓기(몰취미의 극치), 거문고를 불태워 학을 삶아 먹는 것(이건 야만이다), 종유석 기둥에 말고삐 묶기(이것은 예술인가 만행인가), 소나무 숲길에서 “물렀거라”를 외치는 길잡이(운치 없기는), 시선을 가린다고 수양버들 베어내기(야만과 몰취미의 중간), 이끼 위에 자리 깔기(그냥 앉으면 되지, 굳이), 먹을 것 잔뜩 싣고 나서는 봄나들이(소풍은 가벼운 마음으로), 달빛 아래 횃불 들기(하나마나한 일을), 기생과 노는 술자리에서 세속사 속삭이기(못난이), 꽃 보며 차 마시기(꽃구경이나 하지), 과수원에 배추심기(뭘 어쩌자고) 등.

조선의 속담에도 일이 서로 맞지 않는 꼴불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어숙권과 이상은이 정리한 것을 보면 대략 이렇다. 

수레에 채찍질, 관모(冠帽)에 갓끈, 삿갓에 먼지떨이, 병이 든 의원(의사), 까막눈 훈장(선생), 창가 찾는 늙은이, 푸줏간에서 염불하기, 어깨가 떡 벌어진 신부(新婦) 등.

 당나라나 조선조에 제시된 살풍경은 소박하지만 나름 품격 있는 해학이 담긴 통찰이다. 하지만 무언가 심심하다. 심심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시대의 꼴불견이 가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의 편 가르기 꼴불견에 방귀뀐 놈이 성내기, 재력가 집안 패륜녀의 살풍경, 고속도로 칼 치기 등 해학도 없는 살풍경이 난무한다. 

해학만으로 친다면 조선의 판소리 사설이 그만이다. <심청전>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뺑덕어멈’에 대한 묘사와 행실의 한 부분을 보자.
 “말총 같은 머리털이 하늘을 가리키고, 바가지 닮은 됫박이마에 치켜 오른 횃눈썹(가장자리가 위로 치켜 올라가 있는 눈썹), 코는 움푹 주먹코요 메주 같은 볼때기. 이빨을 볼작시면 송곳 턱에 써렛니가 드문드문하고, 입은 큰 궤짝문 열어놓은 듯, 혀는 짚신짝 같고, 어깨는 키(곡식 따위를 까불러 티끌을 골라내는 기구)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 떡하니 벌어진데다 손길은 쇠뚜껑을 엎어놓은 듯하며, 허리는 짚동 같고, 배는 폐문 북통(둥그럽고 불룩한 나무통) 만한데, 엉덩이는 부잣집 대문짝 같고 주둥이는 두꺼워 썰면 두 사발은 되겠구나. 속옷을 입었기로 거기는 못 보아도 입을 보면 짐작되고, 행실로 볼작시면 밤이면 마을 돌기, 낮이면 잠자기와 양식 주고 떡 사먹기, 의복 맡기고 술 먹기, 밥 푸다가 이 잡기, 머슴 잡고 업어 달래기, 코 큰 총각 술 사주기......얼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