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馬)이야기.... 싯다르타의 출가 지켜본 애마 칸타카
[칼럼] 말(馬)이야기.... 싯다르타의 출가 지켜본 애마 칸타카
  • 이정민
  • 승인 2019.05.13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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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도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컨슈머와이드-이정민]  올해는 석가탄신일이 일요일이라 실감이 안나지만 불교신자들의 열정은 뜨겁다. 곳곳에서 연등의 알록달록한 불빛이 봄날의 정취를 북돋는다. 불교신자들의 축제를 온 국민이 즐길 수 있어 좋은 시기다. 석가모니의 탄생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태자를 얻은 정반왕은 싯다르타가 자신의 뒤를 이어 백성을 잘 보살피는 성왕(聖王)이 되기를 바랐다. 정반왕은 아들의 정서에 해가 되는 것은 보지 못하게 하고 언제나 아름다운 것만 보도록 조치했다. 싯다르타의 주변엔 언제나 젊고 아름다운 시녀와 하인, 향기로운 냄새, 예쁜 꽃, 좋은 음식으로 가득했다. 아버지의 배려에 힘입어 싯다르타는 세상의 추함이나 악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순진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봄 날, 싯다르타는 마부가 모는 말 수레를 타고 궁 밖 교외로 바람을 쏘이러 나갔다. 대부분의 시간을 궁 안에서 보냈던 그에게 궁을 벗어난 세상을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싯다르타는 마부가 이끄는 대로 마을을 돌면서 꽃과 나무, 새의 지저귐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잘 모르는 꽃이 있으면 말을 멈추고 마부에게 꽃 이름을 물어보기도 했다. 
황혼녘 돌아오는 길은 노을 진 하늘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 길가에서 이상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이빨이 다 빠지고 머리카락은 하얗고 몸은 구부정한데다 지팡이를 든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처럼 늙은 노인을 난생 처음 본 싯다르타가 마부에게 물었다.

 “대체 이 사람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 그의 머리카락이 남과 같지 않고 그의 몸도 쭈글쭈글한 것이 다른 이들과 다르구나.” 

마부는 그가 늙은 사람 곧 노인이라고 대답했다. 싯다르타는 노인이 무엇인지 다시 물었다. 마부가 대답했다.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늙게 마련입니다. 아까 그 사람은 세월이 흐른 만큼 늙은 것이고 이미  노인이 되었기 때문에 오래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부의 말을 들은 싯다르타는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 흐르는 시간 속에 잠긴 그 자신도 결국은 필연적으로 늙는다는 사실을. 그 이후 싯다르타는 두 번 더 성 밖으로 나가 병든 사람과 죽어 흙 속에 묻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이 세 번의 경험으로 사람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연히 인식하게 되었다. 궁 안의 오랜 기간 동안 허상을 살아왔다는 작은 깨달음에 그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늦은 밤. 싯다르타의 발걸음이 마구간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백마 칸타카의 고삐를 힘껏 잡았다. 고삐를 잡은 손이 가볍게 떨렸다. 주인을 알아본 칸타카는 고개를 치켜들고 반겼다. 싯다르타는 재빨리 칸타카에 올라 자신의 모든 삶이었던 궁을 빠져나왔다. 궁을 나온 싯다르타는 고삐를 놓아 질풍처럼 동쪽으로 내달렸다. 새벽녘이 될 즈음 백마 칸타카는 아노마 강가에 이르렀다. 

애마의 발걸음이 멈추자 한줄기 바람이 싯다르타의 얼굴을 스쳐갔다. 그가 말에서 내려 흐르는 강물에 얼굴을 씻었다. 어슴푸레한 여명이 깃든 강물 속에 한 청년의 모습이 잠겨 었었다. 그 청년이 허리춤에 찬 칼 을 꺼내들었다. 날이 잘 선 예리한 칼이었다. 청년은 고개를 숙인 다음 자신의 긴 머리칼을 움켜잡더니 단칼에 싹뚝 잘라버렸다. 칼을 버린 싯다르타는 애마 칸타카 곁으로 다가가 목과 얼굴을 어루만져주었다. 칸타카는 길게 소리 내어 울었다. 애마의 울음소리는 강물을 타고 멀리멀리 흘러갔다. 

이후 왕자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석가의 고독한 출가사문(出家沙門)의 길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싯다르타는 준비된 왕의 길을 버리고 무한히 열린 깨달음의 길을 찾아 나선다. 새로운 길은 고독한 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망설이지 않는다. 결단의 시간, 싯다르타는 머리를 움켜쥐고 ‘단칼에’ 잘라버린다. 색(色)의 세계를 ‘싹뚝’ 잘라 버리고 공(空)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석가모니가 우리에게 남긴 공의 세계, 집착을 버리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한 번 쯤 가져보면 어떨까.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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