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속에 담긴 진짜 의미를 알았다면 직접 실천해 내 것으로 만드는 지혜

(사진: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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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와이드-이정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묘사하면 가장 정확히 전달될까. ‘사랑한다’는 말 만으로는 뭔가 부족해서 ‘애가탄다','애간장이 녹는다’ 등등 저마다의 언어로 표현하곤 하는데 화자의 의미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가령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 단순히 사랑한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을까. 언어가 가진 한계는 분명이 있다. 디지털시대는 언어를 이해하는 장벽이 더욱 높다. 언어의 단순화, 편리화로 인해 말의 깊이를 헤아리려는 노력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까지 듣는다. 시대가 변해도 언어의 유희를 맛보는 즐거움만은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마루 위에서 글을 읽고 있었다. 그때 마침 윤편(輪扁)이라고 하는 장인이 뜰에서 말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그가 망치와 끌을 내던지고 올라와 환공에게 말을 걸었다.
  “황공하오나 임금님께서는 지금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성인이 쓰신 경전이라네.”
  “그 성인은 지금 살아계십니까?”
  “진작 돌아가셨다네.”
  “그렇다면 임금님께서는 옛사람의 찌꺼기를 읽으시는 거군요.”
그 말에 얼굴이 시뻘겋게 된 환공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라, 말 수레바퀴나 고치는 무식한 자가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네 말에 일리가 있다면 살려주겠지만, 얼토당토않은 이유를 댄다면 당장 목을 베겠다.”
그러자 수레바퀴 장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말이 끄는 수레바퀴를 만드는 자이니 제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린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만들 때 급히 깎으면 힘은 덜 들지만 둥글지 못하고, 천천히 깎으면 힘은 들지만 둥글게 됩니다. 최상의 기술은 칼을 적당히 대며 마음으로 손을 쓰는 것입니다.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적당히 익숙해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입으로는 도저히 표현 할 길이 없습니다. 하여 제 아들에게도 전수를 하지 못하고 70살 먹은 지금도 손수 수레바퀴를 만듭니다. 이렇게 보면 옛 성인들의 도라는 것도 온전히 전해질 수 없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임금님께서 읽는 책은 고인의 술지게미와 같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장인은 형태와 규격, 대패를 쓰는 방식을 가르칠 수 있으나 모든 인식과 상황을 응용하는 노하우, 그 통섭의 기술을 전수할 수는 없다. ‘도리’라고 하는 것은 주어진 양념과 재료를 적당히 버무리며 마음으로 손을 쓰는 ‘어머니의 손맛‘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서책으로 전달된 말은 옛사람이 체득한 진리 그 자체가 아니고 이른바 술지게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체험과 실천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책에 쓰인 말을 금과옥조로 삼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말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도연명의 연작시 ‘음주’에 이런 대목이 있다.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꺾고, 아득히 남산을 바라보니
 산 경치는 해질 무렵에 더욱 좋고, 날던 새들도 더불어 돌아오누나.
 이 가운데 참 뜻이 있는데, 말하려다 이미 말을 잃었네.」
                                  
                                                 

 

㈜한국체험교육센터 대표이사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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